이은혜 씨 가족
코로나를 극복하는 슬기로운 자세
코로나 19 상황으로 인해 유학길도 여행길도 막혀 있는 요즘, 지난 2010년 두 딸을 데리고 유학길에 올랐던 이은혜 씨의 가정을 통해 유학맘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우리의 현재와 가장 잘 맞닿아 있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유학맘으로서, 이민자로서 공감대가 있을 거란 기대감과 함께 보통의 일상이 그리운 마음을 담아 인터뷰를 진행해본다.
아이들과 함께 유학오신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때는 한국의 바쁜 생활에 지쳐 있었어요. 아무런 연고도 지인도 없는 곳이었지만 삶이 여유롭고 평화로울거라 생각하고 뉴질랜드를 선택하게 되었죠.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한다면 넉넉한 사람이 될 거란 기대가 있었어요. 특히 지금처럼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밖에 나가기 어려운게 현실이지만 뉴질랜드에선 집에서도 자연을 만끽할 수 있으니 잘 선택했단 생각이 더욱 드는 요즘이네요.
곧 휴가철인데 해마다 이맘 때면 한국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꽤 많잖아요. 사실상 현재로선 거의 무산된 분들이 많긴 하지만요. 어떠세요. 은혜 씨도 한국에 가실 계획이 있으셨나요?
저희도 지난 4월에 한국행 계획이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자동취소 되고 말았어요. 저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더욱 기대가 컸을텐데... 아빠와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뿐이죠.
여행길이 막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더욱 그리운 요즘이겠네요.
올해 1월에 가족 모두 남섬여행을 다녀왔어요. 아이들이 아빠와 만난 건 그때가 마지막이었어요. 요즘은 화상통화와 메신저로 매일 소통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어요. 아이들이 석달마다 오는 아빠의 택배선물을 가장 좋아하는데 만나기 쉽지 않으니 그리운 마음을 선물 보따리(?)로 대신하고 있어요.
지난 락다운 때 유학맘으로서 느끼는 고립감이나 외로움 같은 건 없었는지.
외로움은 늘 현재 진행형인 듯합니다. 하필 그때 큰 아이가 넷볼 경기 중 손가락이 부러져서 병원에 다니며 치료받고 재활하느라 너무 힘이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락다운을 이겨내는 나름의 방법이 있었다면?
락다운은 유학맘인 제게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론 아이들과 깊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사춘기인 큰 아이와 어쩔 수 없이 대화도 했고, 그림을 좋아하는 둘째 아이와 물감놀이도 해보았습니다. 우리 셋이 똘똘 뭉쳐 힘내자 라는 생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격려도 했고 주변의 이웃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코로나 19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요?
아이들은 코로나로 인해 보지 못하는 아빠와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 빨리 코로나가 사라져서 여행도 가고 얼굴보며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이들은 코로나로 인해 만남이 소중하고 간절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코로나 19 상황이 더욱 장기화된다면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지요.
참, 고민스러운 질문입니다. 아직은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마스크 없이 다닐 수 있는 뉴질랜드 땅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하지만 일년이 다 되도록 볼 수 없는 한국 식구들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아립니다. 특히 병환 중에 있는 친정 아버지가 많이 그립고 보고 싶네요. 아직은 뚜렷한 장기적 계획이 있진 않지만 하루하루 삶에 감사하며 아이들과 힘내 보려 합니다.
글 박성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