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 문화예술인 서예의 가치를 높이고 다문화 사회발전에 기여
묵향이 선사하는 서정미를 느낄 수 있는 제19회 계묘년 설맞이 서예전시회가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1일까지 마이랑기 아트센트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연향회(硯鄕會, 회장 박성규)가 주최한 서예전시회에서는 연향회 회원 중 22명의 서예작품 57점이 전시되었고, 더불어 문인화와 사군자, 전각, 서각, 액자그림 등 73점의 소장품들과 외부 초청작품 3점을 포함해 총 76점의 작품들이 출품되었다.
전시된 작품들은 한글과 한자, 그리고 사군자와 문인화, 전각류 등으로 구성되었다. 한자 작품은 47점, 한글이 10점으로 한자가 주종을 이뤘는데, 한자는 전서(5점), 예서(7점), 해서(6점), 행사(16점)이었고 초서작품은 없었다. 한글작품은 궁체(1점), 흘림(3점), 판본체 및 기타(6점) 등이 전시되었다.
주요 작품들의 형태별로는 주종인 족자와 함께 현관/액자와 두루마리가 눈에 띄었고, 서각 등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작품들이 출품되면서 기존보다 다양한 작품의 형태를 보였다. 또한 각종 붓과 벼루 이외 전각 도구와 지난 10년간 전시회 도록과 방명록도 함께 전시되면서 세월의 무게를 실감케 했다.
수년간 코비드 영향으로 단체활동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연향회 회원들은 지속적인 참여를 하며 서예활동을 이어갔다. 회원들은 실력을 쌓기 위해 다각도로 시도해보며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갔고, 이번 전시회를 통해 보다 향상된 변화의 결과물을 쏟아냈다.
그중 한 예로 화선지에 변화를 시도한 것인데, 흰색바탕이 아닌 색지에 글자를 쓰거나 부채꼴 모양 등 변화를 주어 기존의 전통형식에 과감한 변화를 가미해 관람의 재미를 한층 높인 것이다.
특히 출품된 개인소장품 중 유승재 고문의 소장품은 희귀한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19세기 조선 말기와 개화시대의 서예가들과 화가들, 정치가들의 작품들이 대거 소개되었다. 고균 김옥균과 일당 이완용의 한시도 소개되었고, 조선시대에 그려진 ‘평생도(平生圖)’는 민화적인 특징 즉, 화려한 채색이 돋보이는 반면 노치 허련의 ‘묵죽도(墨竹圖)’는 소박하고 묵직한 묵화 작품으로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심전 안중식과 일중 김충현 선생의 현판작품도 고전적인 멋이 돋보이는 작품이였다.
최근 유례없던 홍수사태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회를 찾았다. 예년에 비해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었고, 회원들의 실력과 더불어 관람객들의 수준도 높아지면서 기대감에 맞는 전시회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또 가족들과 방문한 어린 자녀들에게는 서예 체험과 신년 휘호를 증정하면서 만족도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연향회 유승재 고문은 “작품 준비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회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서예에 대한 꾸준한 연마와 교류가 회원들의 품성과 역량의 함양은 물론 뉴질랜드에 품위있는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더불어 유 고문은 “글씨는 인품을 나타낸다고 하는데, 연향회의 활동이 교민 청소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라며, 이런 전시회에 보다 많은 젊은 교민들이 방문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향회 박성규 회장은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감동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회를 마련하고 있다. 서예를 하는 교민들이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전시회를 통해 점차 발전해가는 한국문화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연향회의 활동을 관심있게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벼루의 고향이란 뜻을 지닌 연향회는 2006년 10월 한우리교회 문화센터 서예교실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연향회는 붓에 먹빛을 담아 종이에 표현하는 예술인 서예를 하는 모임으로 한국전통의 문화와 예술인 서예를 익히고 나눔으로써 자신의 품격을 높이고 서예의 가치를 향상시켜 다문화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모토로 활동하고 있다.
제1대 유승재 회장(2006~2020) 역임, 현재는 제2대 박성규 회장(2020~현재)이 단체를 이끌고 있으며,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한우리 문화센터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2006년 처음으로 서예전시회를 개최한 연향회는 매해 설 즈음 전시회를 통해 회원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2009년에는 뉴질랜드 중국서법가협회와 Northart에서 세번째 서예전시회를 공동개최한 바 있다. 이듬 해에도 한중 서예 교류전시회를 열었고, 2010년에는 중국서법가협회 전시회에 연향회 회원들의 작품을 출품하며 한중 문화교류 활동을 이어갔다.
2006년 이래 매년 열리고 있는 연향회의 서예전시회는 올해에 이어 내년 2월에도 스무번째 전시회로 교민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글 박성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