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만난 사람-Health NZ 임헌국 대표

시사인터뷰


 

성탄절에 만난 사람-Health NZ 임헌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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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설날 경로잔치 같은 봉사 활동 펴…“기업의 사회적 책임 다하고 싶어”

 

 또 한 해가 지나간다. 성탄과 연말연시, 누구는 기뻐 웃고 또 누구는 슬퍼 운다. 피할 수 없는 한 해 끝 풍경이다. 그러나 내 한 몸, 내 한 시간 조금만 뒤돌아보면 누군가의 천사가 될 수 있다. 교민 업체에서 그 ‘누군가의 천사’로 한 해를 보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헬스 NZ’ 임헌국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 주>

 “제가 어르신을 살갑게 모시지 못했습니다. 말씀도 잘 들어주고 그래야 하는데 천성이 그러지 못해 늘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경로잔치를 기회로 어르신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또 더 잘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면서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쪽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어르신들이 제 이민 삶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누군가의 천사가 되어 주세요.’(Becomes Someone’s Angel)
 오클랜드 시내 큰 건물 벽에 붙어 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 선교단체가 내건 공익광고였다. ‘천사’(angel)라는 단어가 유독 돋보였다. 순간 올 한 해 ‘내가 누구의 천사였던 적이 있었나’하는 생각을 했다. 나름대로 남에게 폐 안 끼치고 열심히 산다고 애는 썼지만, ‘누군가의 천사’가 되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 부끄러웠다.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에 ‘빛’이 나

 같은 날 오후, 나는 교민 업체가 많이 몰려 있는 오클랜드 글렌필드에서 건강식품을 만들어 파는 ‘헬스 NZ’ 임헌국 대표를 만났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천사가 떠올랐다. 날개를 달고 있지는 않았지만,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에 ‘빛’이 났다.
 “한 시간밖에 못 잤습니다. 직원들이 정말 보고 싶었고, 할 일에 들떠 그랬습니다.”
 임 대표는 그날 아침 두 달 출장을 끝내고 막 돌아왔다고 했다. 그런데도 피곤한 기색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진짜 천사는 아니겠지만, 천사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잠을 자지 않고도 ‘윤’이 나는구나, 생각했다.
 어쩌면 한 사람에 대해 ‘천사’라는 표현을 쓰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지나친 아부이거나, 단면만 보고 확정해 얘기한다는 오해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그 단어를 굳이 고집하는 이유는 사무실 벽에 가득한 ‘천사의 날갯짓’을 보았기 때문이다. 존 키 총리와 나란히 자세를 취한 사진에서부터, 수많은 단체에서 받은 상장과 상패를 보며 ‘보여주기 식’ 선행이 아니라는 확신이 섰다.

2007년 설립, “번 돈 일정 부분 사회 환원” 다짐
 헬스 NZ은 2007년에 세워진 건강식품 전문점이다. 이제 햇수로 고작 여덟 해 밖에 안 됐다. 한때 빛나는 별 같았던 다른 건강식품 업체에 견주면 역사가 얇고 짧다. 하지만 뉴질랜드 한인사회에서 그 존재 가치는 어느 업체보다 높고 깊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있어서이다. 다시 말해 번 돈의 일정 부분을 사회로 돌려준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씀드려 건강식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큰 힘이 되어 주었던 백영호 사장과 함께 석 달 동안 합숙훈련을 하면서 하나하나 배워 나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건은 어떻게 만들고, 번 돈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임 대표는 무엇보다 이 일은 신성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널리 사람의 건강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흔한 말로 ‘약장수’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뉴질랜드 공무원 청렴도가 늘 세계 일이 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적어도 먹는 것 가지고는 장난을 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역시 건강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교민은 물론 모든 분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 마음가짐을 인정해 주신 많은 분의 후원 덕분에 우리 회사가 클 수 있었습니다.”
 헬스 NZ 하면 떠오르는 것 가운데 하나가 ‘설날 작은 경로잔치’이다. 해마다 1, 2월이 되면 교민 신문에 큼지막한 광고가 실린다. 바로 타카푸나 그래머 스쿨에서 열리는 경로잔치이다. 2011년에 시작, 내년이면 여섯 번째 잔치가 열린다.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포함해 교민 어르신 몇백 명이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놀이마당을 펼친다. 처음에는 다른 업체에 도움을 받아 일을 꾸렸지만, 지금은 지난 2013년 세워진 하이웰 채리터블 파운데이션(Hi Well Charitable Foundation)에서 모두 맡아 진행하고 있다.
 “제가 어르신을 살갑게 모시지 못했습니다. 말씀도 잘 들어주고 그래야 하는데 천성이 그러지 못해 늘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경로잔치를 기회로 어르신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또 더 잘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면서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쪽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어르신들이 제 이민 삶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장학금 지급, 교민 콘서트 지원 등 다양한 활동 펴

 임 대표가 주축이 된 하이웰 채리터블 파운데이션에서는 여러 모양으로 한인 사회 나아가 뉴질랜드 사회에 힘이 되어 주고 있다. 해마다 갖는 경로잔치를 비롯해 한인 학생과 키위 학생에게 장학금 지급, 배드민턴 협회 같은 교민 사회활동 단체 지원, 교민 콘서트 협찬 등의 일을 펼쳐 나가고 있다. 뉴질랜드가 낳은 세계가 알아주는 골퍼, 리디아 고의 탄생에 한몫을 한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헬스 NZ은 오클랜드 직영점 여섯 곳을 포함해 전국에 여덟 곳이 있다. 직원만 해도 70명이 넘는 중소기업이다. 200개에 이르는 제품을 개발, 한국과 세계 곳곳에 팔고 있다. 이제 건강식품 하면 헬스 NZ을 생각할 만큼 뉴질랜드에서 대표 건강식품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꼭 돈만 많이 버는 기업으로 남고 싶지 않습니다. 벌어들인 돈으로 사회를 더 낫게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그동안 도와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인터뷰가 한 시간을 넘었다. 그는 내게 양해를 구했다.
 “곧 지점장 회의가 있습니다. 제 얘기는 좀 줄여 주시고, 직원들 얘기를 많이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 회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얼마 안 있어 한 사람 두 사람 회의실로 들어왔다. 창고같이 생긴 좁은 공간에서 오랜만에 만난 대표와 본사 직원 그리고 지점장들은 웃음꽃을 피웠다. 널리 사람의 건강을 이롭게 할 숱한 아이디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사무실을 나왔다. 임 대표가 생각하는 성탄과 연말연시 그리고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천사의 날갯짓이 궁금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내 등 뒤에서 울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 천사가 되어주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사람 사는 세상의 온도를 2도쯤 높여줄 수 있는 그런.
글_프리랜서 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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