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사회, 다음 세대를 잇는다20 Aimhigh 박상욱 부원장

시사인터뷰


 

한인 사회, 다음 세대를 잇는다20 Aimhigh 박상욱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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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지 Year 11때 인생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중국 유학 뒤 강사 겸 상담사로 일해…한국 유학생 진로 찾기에 도움 줘

 


공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공부’라는 단어의 뜻이다. 이 단어를 10대와 20대에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는다. 학창 시절 ‘배우고 익힌 것’을 가지고 평생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인이 운영하는 보습학원이 많다. 그 가운데 90% 이상은 칼리지 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한다. 그 시기가 공부의 흡인력이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다. 3년(Year 11~13, 한국의 고등학생 해당)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학생의 일생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담하고 가르치고…최근 부원장 맡아

금요일 오후, 오클랜드 노스쇼어(North Shore)에 있는 보습학원을 찾았다. 크리스마스를 열흘 앞둔 날이었다. 양쪽 벽에는 학원을 거쳐 간 선배들의 흔적이 포스터로 남겨져 있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합격…. 한국 대학 입학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에임하이(Aimhigh) 학원, 박상욱 부원장을 만났다.

내가 도착한지 10분이 지났는데도 그는 나올 줄을 몰랐다. 상담실로 보이는 유리창 너머 공간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몸짓을 했다. 누군가와 상담을 하는 것 같았다.

박상욱, 올해 스물아홉인 그는 ‘부원장’이라는 직함을 지니고 있다. 학원을 찾는 학부모와 학생들 상담을 주로 맡아 한다. 영어(토플 등) 강의도 상욱의 일이다. 상담하고 가르치고, 나이 서른도 채 안 된 젊은이가 감당하기에는 조금 벅찰 수도 있다. 그런데 그는 이 일이 ‘제일 보람이 있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고 했다.

상욱은 1997년 2월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온 개구쟁이 학생이었다. 타카푸나초등학교(Takapuna Primary School) Year 6에 들어갔다. 생일(3월)이 빨라 남들보다 한 학년 앞선 과정을 공부했다. 시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영어가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Year 6때 저희 반의 셋 중 하나가 한국 학생이었습니다. 모두 아홉 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연히 영어가 늘 수 없었습니다. 그다음 해 인터(Intermediate)에 들어가서도 비슷했습니다. 그때 분명히 알았습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요.”

 
중국(북경)으로 유학…사설 교육기관에서 일해

칼리지에 들어가면서 뉴질랜드 공부 환경에 서서히 적응해 나갔다. 하지만 공부는 ‘여전히’ 재미가 없었다. 그의 말을 빌려 말하면 썩 훌륭한 학생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가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놓지 않은 삶의 동아줄 같은 게 있었다. 바로 ‘중국어’였다. 한국에서 시작한 중국어를 뉴질랜드 와서도 계속해 공부했다. 그게 인연이 되어 칼리지를 마치고 중국(북경) 유학길에 올랐다.

“오클랜드에 있는 중국문화원의 원장 선생님 도움으로 갔습니다. 대외경제무역대학이라는 곳입니다. 6개월 어학연수, 또 6개월 예과 과정을 거쳐 본과에 들어갔습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여러 사설 교육기관에서 강사로, 코디네이터로 일했습니다. 그때 경험이 제가 오클랜드로 돌아와서도 학원 일을 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된 것입니다.”

상욱은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동안 학원 관련 일을 했다. 유치원 꼬마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든 학생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 2013년 초, 그는 가족을 만나러 들어왔다가 뜻하지 않은 사정으로 오클랜드에 눌러앉게 됐다.

“중국에 있는 에이전트(대리인)의 사무 착오로 제 워크 비자가 취소됐습니다. 오랫동안 보습학원을 운영하셨던 아버지 도움으로 에임하이 학원에 취직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강사로, 조금 지나서는 강사 겸 상담사로, 그리고 최근에는 부원장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제 적성과 딱 맞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욱은 칼리지 때부터 학원 풍경에 익숙한 삶을 살았다. 아버지가 보습학원을 운영한 덕이었다. 교재 복사 같은 잔심부름을 하며 학원이 무엇인지 배워나갔다. 아니, 공부는 열심히 안 했어도 학원이 그냥 좋았다. 상욱의 ‘놀이터’였기 때문이었다.
 

학교 수업 ‘대부분만 알아들으면’ 문제 있어 

어떤 학생들이 학원에 다녀야 할까?

“학교 수업을 ‘다 알아들으면’ 학원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반면에 ‘대부분을 알아듣는다’면 필요합니다. NCEA를 기준으로 할 때, ‘Achievement’와 ‘Not Achieved’ 그 경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생과 부모님들이 진지하게 고민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NCEA제도는 ‘Not Achieved’, ‘Achievement’, ‘Merit’, ‘Excellence’ 등 네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상욱은 뉴질랜드 교육부가 새로 마련한 NCEA(National Certificate of Educational Achievement) 첫 세대다. 2002년 도입된 이 제도의 맹점 가운데 하나는 난이도가 갑자기 오른다는 점이다.

“많은 학생이 레벨 1(Level 1, Year 11)이 너무 쉽다는 이유로 공부에 등한시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레벨 2(Year 12)는 급격히 어려워집니다. 그러면서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되고, 대학 입시를 코앞에 둔 레벨 3(Year 3) 때는 포기하게 됩니다. 레벨 1때부터 공부의 틀을 잡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것이 자기 자식의 실력과 적성이다.

“학교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들어 보실 것을 권합니다. 학부모보다 그 분들이 더 정확히 자녀들의 실력과 적성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저만 해도 칼리지 때 ‘카운슬러’에 재능이 있다고 했는데, 그동안 본의 아니게 무시하고 살다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제 길이 좀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먼저 겪은 선배로서, 후배들과 학부모님들에게 자주 드리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상욱이 내게 알려준 알짜(?) 정보 하나를 소개한다. NCEA를 공부하고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는 유심히 읽어두면 좋다.

뉴질랜드 교육부가 운영하는 NCEA 웹사이트(www.nzqa.govt.nz/ncea)에 들어가면 NCEA와 관련, 여러 정보가 나온다. 거기서 자녀의 NSN(National Student Number)입력하면 학생이 본 시험 결과를 알 수 있다. 그다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달렸다. 나는 그저 참고하라고 알려 줄 뿐이다.

 

해외고 전형 통해 학생들 한국 대학 보내

에임하이 학원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한국 대학 진학을 위해 찾는 학생이 많다는 점이다. 그쪽 분야에서는 가장 명망이 높은 학원이다. 교민 자녀도 더러 있지만 유학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외고등학교 전형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3년을 해외에서 공부하면 대학에 응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습니다. 뉴질랜드에서 대학 가는 거에 비해 두 배, 세 배는 공부해야 합니다. 한 주에 50시간이 넘게 공부를 시킵니다. 저와 학원을 믿고 열심히 따라와 주는 학생들이 고맙습니다.”

학원 강사이자 카운슬러인 상욱, 그는 이 말을 할 때 조금은 미안한 표정과 또 조금은 벅찬 보람을 살며시 보여줬다. 아직은 젊은 교육자지만, ‘청출어람’을 기대하는 그의 교육 자세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 왔다.

“어떤 학생이 공부를 잘할까요?”

여기서 공부는 영어(한국으로 치면 국어)를 뜻한다.

“책 많이 읽는 학생이 공부를 잘합니다. 사고의 폭이 넓다는 뜻이니까요. 토플 읽기(Reading, 독해)의 경우,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글의 의도(intention)와 연관된 문제입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답을 하려면 풍부한 지식이 필요한데, 평소 많은 책을 읽어두면 큰 도움이 됩니다.”

상욱이 후배들에게 주는 도움말.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빨리 찾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적당한 때는 바로 칼리지 시절입니다. 적어도 Year 11때는 그것을 파악해, 그에 맞게 과목을 정해 공부를 하고 앞날을 설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먼저 겪은 선배로서, 수많은 학생을 상담하는 전문가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에임하이 부원장 박상욱.

그는 한 시간 반이 다 되는 내 인터뷰, 아니 상담을 진지하게 해 주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는 아이들 공부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된 나는 조금 아쉬웠다. 일찍 좀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한인 사회 1.5세로서 뉴질랜드 중등학교 과정을 다 마쳤다. 그 역시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후배들에게 정성을 다해 알려주고 있다. 

‘작은 목소리, 큰 울림.’

그게 내가 박상욱한테서 느낀 총평이다. 앞으로도 한인 학생들의 사설 교육을 책임질 그를 통해 수많은 인재가 나올 것을 믿는다. 그 인재들이 훗날 더 멋진 한인 사회를 일구어 나갈 것이다.

 

글_프리랜서 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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