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사회, 다음 세대를 잇는다(28) OPSM(Remuera 점) 이상호 검안사

시사인터뷰


 

한인 사회, 다음 세대를 잇는다(28) OPSM(Remuera 점) 이상호 검안사

 

 

검안사는 눈 건강 지킴이안구건조증 전문가로 자리 잡겠다


정밀 검사 뒤 뇌암 사실 알게 된 60대 키위 손님 특별히 기억 나


 

 뉴질랜드에 사는 한인들이 겪는 마음고생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 가운데서도 애매하게불편한 게 더러 있다. 하기는 해야 하는 데 조금은 급하지 않은, 그래서 한국에 갈 때까지 기다렸다 해결하는 것들이다.

 나는 그걸 치아 치료와 안경 바꾸기라고 생각한다. 뉴질랜드의 치료비와 안경값이 한국에 견줘 상대적으로 비싸다. 나는 불행히도 두 가지 문제를 다 안고 있는데, 형편상 몇 해째 기회만 보고 있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아직은 참을 수 있어 그렇다. 설령 참다가 어찌될 지라도…, 하는 기개로 말이다.


뉴질랜드에 검안사 400명 활동

 오클랜드 리뮤에라(Remuera)에 있는 OPSM에서 일하는 이상호 검안사를 만났다. 영어로는 Optometrist. 한국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다. 살면서 별로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뉴질랜드에는 약 400명의 검안사가 있다. 어림잡아 인구 1만 명에 한 명꼴이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직업이다. 눈에 문제가 있으면 안과의사를 찾고, 안경을 바꾸고 싶으면 안경원에 가면 된다.

 검안사 이상호가 들려준 얘기를 풀어본다.

 상호는 2001년 부모와 함께 오클랜드로 이민을 왔다. 웨스트 하버(West Harbour)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오레와(Orewa)로 이사를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3년째 오레와에 살고 있다. 걸프 하버(Gulf Harbour)에 있는 웬트워스 칼리지(Wentworth College)를 거쳐, 사립 명문 학교 시니어 칼리지(Senior College)를 마쳤다.

 상호는 2009년 오클랜드대학 바이오 메디컬(Bio Medical)과에 입학했다. 그다음 해 검안학과에 적을 두었다.

 “솔직히 말씀드려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점수가 부족해 제2지망인 검안학과에 들어갔어요. 그때는 아쉬웠지만 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또 직장에서 일하면서 제 일에 긍지를 갖게 되었어요. 제 선택에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상호는 4년 동안 학업에 열중했다. 검안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공부를 그렇게 오래 해야 하냐는 의문이 들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검안사는 눈 주치의로 보면 돼

 상호의 답.

 “검안사는 시력을 잰 뒤 안경만 맞춰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데 사실 공부할 게 많아요. 녹내장, 백내장과 같은 눈 질환과 관련해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어야 해요. 안과 전문의사에게 소견서도 보내야 하고요. 저희끼리는 눈 주치의라고 하죠.”

 하긴 안경 하나 골라주는 데 5(바이오 메디 1년 포함)을 공부해야 한다면 그것은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만으로 스물일곱 된 청년 검안사, 이상호는 자기 직업에 자긍심이 강했다. 힘들게 공부했으니 인정을 해달라는 뜻이기도 했다.

 “검안학과 3, 4학년은 주로 실습 위주로 수업이 이루어져요. 그때 많은 환자를 보았어요. 학교 안에 진료소(clinic)가 있거든요. 교수님들의 감독 아래 학생들이 환자들의 눈 건강을 점검하는 일이었어요. 이론으로만 배우던 것을 실제로 해보니까 너무 신비했어요. 최첨단 기계를 통해 눈 안에 있는 핏줄도 확인했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마치 상호는 대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한국말을 편하게 쓰는 그는 자분자분 얘기를 이어 나갔다. 전문 용어만 뺀다면 어떤 한국 사람과 얘기해도 실생활에서 쉽게 소통할 수 있는 한국말을 구사했다.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된 다음 세대(1.5) 젊은이로서는 대단한 자산이다.


석사 논문 주제는 안구건조증 관련

 “대학 졸업 뒤 남섬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에서 첫 직장을 잡았어요. 그곳에서 2년을 일했어요. 종종 한국 손님들이 찾아왔어요. 제가 가진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그들을 도와줄 수 있어 큰 보람을 느꼈어요. 사회 초년병인 제게 소중한 시간이었지요.”

 지난해 상호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공부를 더 했다. 오클랜드대학 검안학과 석사 과정(Master). 주제는 안구건조증 관련이었다.

 “원인이 눈물이 없어서 그렇다, 눈물이 증발해서 그렇다는 말이 많아요. 안구건조증은 꼭 그래서만 생기는 게 아니에요. 에어컨 바람, 스트레스, 생리 증후군 등 여러 요인이 있어요. 1년 동안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안구건조증만 연구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상호 본인은 계면쩍어 직접 말하지 못했지만, 그는 안구건조증 전문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리뮤에라 점에 온 이유가 그걸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현재 해밀턴(Hamilton)에 안구건조증 전문 클리닉이 있다. 클리닉은 조만간 오클랜드 북쪽에 있는 실버데일(Silverdale)과 오클랜드 시내, 그리고 리뮤에라에 문을 열 예정이다. 리뮤에라 담당 안구건조증 전문 검안사가 상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 지역 주민은 물론 한인 사회도 든든한 안구건조증 전문가를 한 명 확보한 셈이 된다.

 검안사로 일하면서 상호가 맛본 환희는 어떤 게 있을까?

 “운전면허증 발급에 필요해 눈 검사를 한 손님이 있었어요. 예순 정도 되신 키위 여자분이었어요. 삼십 분 넘게 이런저런 검사를 하는 중에 이상한 점이 발견됐어요.곧바로 안과 의사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그 손님이 뇌암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그때 검안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눈 건강 검사 2년에 한 번 해야

 시력 검사, 아니 정확히 말해 눈 건강 검사.

 상호는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나이 50이 넘으신 분들은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 검사는 안경을 맞출 때만 하는 게 아니에요. 가정의(GP)를 찾듯이 눈도 정기적으로 점검해 주는 게 필요해요. 예방 차원에서도 해야 하고요. 검안사는 각종 기계를 통해 정밀 검사를 할 수 있어요. 꼭 시력 문제가 아닌, 눈과 관련된 전반적인 검사를 받으셔야만 훗날 겪을 수 있는 질병을 막을 수 있어요.”

 OPSM은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눈 검사를 하는 곳이자 안경 판매 전문점이다. 오클랜드에만 해도 수십 개의 지점이 있고, 호주와 영국 등 전 세계에 펼쳐져 있다. 서던 크로스(Southern Cross)보험 회사의 고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나이 든 분들의 시력을 일정 부분 책임지고 있다.

 6년 동안 눈 관련 공부를 해 왔고 현장 근무 경험도 있는 상호가 눈 건강과 관련해 독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도움말은 무엇일까?

 “많이 알려진 얘기이긴 한데요. 책을 너무 가까이 봐서는 안 돼요. 컴퓨터도 마찬가지고요. 확실히 눈이 나빠지거든요. 공부하거나 일하다가 중간중간 밖으로 나가 여유를 좀 가지시라고 부탁드리고 싶어요. 하늘의 구름과 땅의 잔디를 느껴 보세요. 자연은 눈 건강 지킴이의 훌륭한 역할을 해주니까요.”

 오래전 한국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뉴질랜드와 한국의 초등학교 한 반의 전체 사진을 두 장으로 올렸다. 뉴질랜드 초등학생의 안경 착용률은 20%, 한국은 70% 정도. 이유는 자연 덕과 공부(컴퓨터) 탓이었다. 자연을 더 자주 대하고 살면 시력이 좋다는 걸 증명해 주고 있었다.


다초점 안경, 검안사 도움 꼭 받아야

 다시 상호의 도움말.

 “저도 뉴질랜드 안경값이 비싸다는 것을 인정해요. 검안사에게 시력 검사지만 받아 한국에다 안경을 부탁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요. 그런데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어요. 눈이 몹시 나쁘거나 다초점 안경을 맞추시려는 분은 꼭 검안사의 도움을 받았으면 해요.”

 상호가 말한 이유는 이렇다.

 시력이 나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정밀 검사를 통해 그걸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녹내장, 백내장, 그 밖에 눈과 관련한 질환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초점 안경의 경우, 다른 안경보다 예민해 정확한 시력 검사가 필요하다. 대충 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보는 수가 많다. 값은 더 비싸지만 뉴질랜드에서 하는 게 여러모로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 사람처럼 행동하라’(When in Rome, do as Romans do.)는 말이 있다. 그 나라 상황에 맞게 살라는 뜻일 게다. 그런데 그게 생각만큼 쉽게 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애매하게지켜온 고집이 있어서 그렇다. ‘굳이 눈 검사까지…’ 이것도 하나일 게다. 왜 키위들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눈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는지 다시 한번 살펴볼 이유가 있다. 눈 건강은 한 번 잃으면 쉽게 회복될 수 없다. 어쩌면 그게 답일 게다.


여섯 살 때 안경 써 고충 잘 알아

 검안사, 이상호.

 그는 여섯 살 꼬마 때부터 안경을 썼다. 안경 쓰는 사람의 불편과 시력이 나쁜 사람의 어려움을 잘 안다. 게다가 눈 분야 전문가라 눈 관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검안사라는 자신의 직업이 지역 주민은 물론 한인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한지도 모른다.

 흔히들 눈은 마음의 창’(The Window of the Soul)이라고 말한다. 그 창이 평생 밝을 수 있다면, 우리 마음도 늘 밝아지지 않을까.

_프리랜서 박성기 


문의: 520 3155(Sang Lee)

주소: 395 Remuera Rd., Remuera, Auck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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