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은 없다’ 백재영 군

시사인터뷰


 

‘불가능은 없다’ 백재영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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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putees & Disability Golf Championship 최연소 우승


  

선천적 장 폐색을 가지고 태어난 백재영 군은 출생 3일 만에 개복수술을 한 아픈 아이였다. 다섯 살이 되어도 엄마라는 말 밖에 하지 못해 찾은 소아정신과에선 자폐 스펙트럼이란 진단을 내렸다. 진단 후 언어치료를 시작으로 여러 치료를 하던 어느 날 만화를 좋아하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골프채널만 집중해 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골프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를 보곤 막연히 운동치료의 개념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백재영 군의 부모는 이 아이가 장차 골프선수가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Q. 백재영 군(Jayden Baek, 16 Lynfield College)은 지난 10월 제15 Amputees & Disability Golf Championship 최연소 출전, 유일한 지적장애인으로 대회에 참가하며 최저 타수를 기록하며 우승을 이뤄냈다. 그동안 이 대회를 어떻게 준비해왔는지.

A. 꾸준히 개인레슨을 받고 Special Olympics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주니어 대회, 성인 대회 등 여러 대회에 참가해왔다. 수없이 컷 탈락을 하고 때로는 대회 중간에 포기도 했지만 Special Olympics Team과의 연습을 지켜보던 담당자의 눈에 띄어 2020 2월에 열린 101 NZ OPEN All Abilities Golf Tournament에 참가 초대를 받았다. 이번 NZ OPEN에서는 처음으로 각국에서 모인 장애인 선수 중 예선대회를 거쳐 6명에게 Final Round 참가기회를 주었는데, 재영이의 경우 공동 6등이었으나 Count Back 규정(마지막 홀의 성적우수자가 승자가 되는 방식)에 의해 아쉽게 본선 진출이 무산되었다. 그러나 최연소 참가자로서 뉴질랜드 대표선수인 Guy Harrison과 호주의 대표선수인 Cameron Pollard(Victoria open 우승자) 선수를 꺾는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었고, 올해 10월에 열린 제15 Amputees & Disability 대회에서 최연소, 최저 타수, 유일한 지적 장애인으로 우승하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Q. 백재영 군이 처음 골프채를 잡은 건 언제인지.

A. 재영이가 7살 때 우연히 미국을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서 현지 프로에게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골프를 시작한 재영이는 심하게 배탈이 나서 구토를 하면서도 레인지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릴 정도로 빠르게 골프에 빠져들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놀랍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그 때까지는 치료 정도의 개념으로 생각했고 아이가 골프선수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Q. 뉴질랜드로 오게 된 계기가?
A. 한국에서 골프를 가르치려 해봤지만 아이가 너무 어리고 코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어린이 골프교실을 알게 되어 일주일에 두 세번 취미로 골프를 계속하다가 2016년 프로님이 뉴질랜드로 이주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함께 뉴질랜드 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중학교 입학과 사춘기를 앞두고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던 시기였고, 한국에서의 심한 경쟁과 아이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나 뉴질랜드의 자연환경과 좋은 교육시스템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었다.

 

Q. 2019 Auckland Develop Team에 발탁된 배경은?

A. 뉴질랜드 정착 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며 US Kids 대회를 시작으로 주니어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Auckland Develop Team에서 연락이 왔다. Auckland Team은 쉽게 말하면 시 대표팀인데, 지역에 따라 각 8명의 주니어 대표선수를 선발한 뒤 골프 핸디캡 별로 최상위권 선수부터 중간 그룹까지 각각 성적은 물론 재능을 보이는 선수들을 뽑아 훈련시스템을 갖추고 각 지역 팀들과 시합을 한다. 국가대표로 가는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재영이는 운이 좋았는지 다른 성적이 좋은 아이들을 제치고 발탁이 되었는데 아마도 아이가 가진 자폐 성향을 잘 극복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지 않았나 생각된다.

 

Q. 같은 해 Special Olympics Team에 합류하게 된 과정은?

A. 오클랜드팀으로 활동하던 중 팀 CEO Special Olympics Coaching Programme에 추천해주었다. 아무래도 아이의 자폐성향을 알고 Special Olympics 쪽이 더 잘 맞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뉴질랜드 Special Olympics Team은 종목별로 매월 1회 무료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코칭의 의미도 있지만 부모들과 함께 모여 정보도 교환하며 좋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Q. 일반 대회와 장애인 대회를 동시에 참가하고 있는 유일한 선수라고 들었는데, 백재영 군과 비슷한 조건을 지닌 선수들이 일반 대회와 장애인 대회를 동시에 참가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A. 골프의 경우 다른 스포츠들에 비하여 자연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고 긴 시간 동안 진행이 되기때문에 18홀이 진행되는 4시간가량 3명의 파트너들과 완벽한 소통과 배려를 요구하는 사회성은 물론 강한 체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스포츠다. 늘 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안정을 느끼는 자폐성향을 가진 아이들의 경우, 계속되는 새로운 상황들에 당황하여 진행을 하는 것이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재영이는 선천적으로 적록색약과 약시를 가지고 있어 초록색 잔디와 빨간색 깃발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 뉴질랜드 일반 대회의 경우 장애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없으나 또한 어떠한 특혜도 없이 일반인과 동등한 조건으로 참가해야 한다. 특히 주니어 대회의 경우 캐디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 스스로 판단해야 하므로 장애를 가진 아이가 일반대회를 참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재영이의 경우 반복된 훈련과 경험, 그리고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가능해진 경우다.

 

Q. 현재 앞두고 있는 대회와 앞으로의 계획

A. 최근에는 일반대회 Auckland Provincial Championship Special Olympics Ribbon Day에 참가를 하였고, 규모가 큰 대회로는 12월 중순에 Ngaruawahia에서 열리는 NZ Age Group Championship 참가를 앞두고 있다. 2021 12월에 Waikato 지역에서 4년마다 개최되는 NZ Special Olympics에 참가해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외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들과 Club Junior Pennants로서 클럽 간 대항전에도 참가할 예정이며, 코로나로 인한 국경 폐쇄가 풀리면 호주 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Q. 백재영 군이 앞으로 어떤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는지.
A. 재영이는 앞으로 World Special Olympic NZ 국가대표로 참가하고, 일반 부문에서는 NZ PGA 선수로 꿈을 꾸고 있다. 단순히 좋은 성적을 내는 프로선수가 아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같은 아픔을 가진 다른 아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선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아이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과 눈물과 노력이 필요했다. 불편해하는 시선들 속에서 움츠리지 않고 세상 밖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오기까지 많은 용기도 필요했다. 지금도 아이가 대회를 나갈 때면 혹시 파트너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러나 늘 아이와 제 옆에 포기하지 않는 열정으로 이끌어 주시는 정준상 코치님과 늘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는 좋은 분들이 함께 계셔서 비록 이 길이 힘들지라도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 볼 생각이다. 우리 재영이가 비슷한 아픔을 가진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저의 경험들이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글 박성인

사진 백재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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