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재외동포문학상 우수상 김지영

시사인터뷰


 

[시사인터뷰] 재외동포문학상 우수상 김지영

일요시사 0 585

시신을 닦으며 시부문 우수상 수상

 


지난 해 4월 재외동포재단 주최, 외교부 후원으로 제23회 재외동포문학상이 개최됐다. 거주국 내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로 5~7년 이상 장기체류한 재외동포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외동포문학상은 성인 부문(, 단편소설, 체험수기)과 청소년 부문, 입양동포 부문으로 나눠 공모하고, 37편의 수상작을 선정해 각각 대상, 우수상, 가작, 특별상 등을 시상했다. 전세계 총 54개국 653명의 재외동포가 작품을 응모했고, 러시아, 중국, 호주, 인도 등 20개국에서 수상자가 선정됐다.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가작을 추가 선정할 정도로 여러 나라에서 우수한 작품이 대거 응모되며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단 후문이다. 그 가운데 영광스럽게도 이곳 뉴질랜드에서 시신을 닦으며란 제목의 시를 응모한 김지영 씨가 영예의 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지영 씨는 평소 글쓰기를 좋아할 뿐 글과 관련된 어떤 직업도 경력도 없었다. 지난 20년간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며 환자를 돌보던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로 근무하며 보고 느낀 경험을 시에 녹여내며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줄 수 있었던 점이 우수상 수상에 가장 큰 가점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볼 뿐이다.

재외동포문학상은 재외동포들의 한글 문학창작활동을 장려하고 재외동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재외동포재단에서 지난 1999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 수상 소감 한마디.

운이 좋아서 당선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영광스럽고 기쁘지만 한편으론 마음과 어깨가 무겁습니다.

 

- 재외동포문학상에 응모하게 된 계기는.

2020년 말에 간호사로 퇴직 후 우연히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 공모전이 있는지 검색해 보게 되었고, 때마침 재외동포문학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응모하였습니다.

 

- 우수상 수상작인 시신을 닦으며의 작품 해설 부탁합니다. (*기사 하단에서 시신을 닦으며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시론을 공부한 적 없어서 건방지게 들릴까 염려되지만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어떤 시를 즐기며 애정을 갖게 되는 일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것과 흡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노래를 좋아하게 되면 그 노래에 자신만의 특별한 감정을 담거나 심리를 투사하게 되는데, 이런 현상과 작곡/작사가들이 자신의 노래에 담으려 했던 본래의 의도와의 사이에 딱히 합리적인 접점이 없다 해도 노래를 즐기는 데엔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저의 졸시를 스스로 해설하는 일은 마치 사족과도 같으며, 시를 읽는 독자 분들의 고유한 상상력에 울타리를 치고 한계를 짓는 격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 속의 화자가 그려내는 이미지나 스토리를 독자가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이하고 곱씹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 시 감상법이나 시대적 배경을 알고 또 작가의 해설이 딸려 있어 좋은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것을 몰라도 시를 감상할 수 있어야 마땅하겠지요.

 

- 지난 20년간 미들모어, 노스쇼어 병원 등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로 재직하셨는데요. 그동안 근무하신 경험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합니다.  

인간의생로병사중에서로병사를 가까이서, 그리고 오래 부대끼면서 그 숲과 나무 하나 하나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직업에 따르는 특수한 경험들이 저의 생각에 깊이와 무게를 조금이나마 더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평소에도 글을 자주 쓰는 편이었는지요.

2000년대 중반부터 습작을 시작한 걸로 기억하는데요, 요즘 들어 글을자주쓴다고 하기엔 어렵지만 가끔 신변잡기나 일기 비슷한 에세이를 쓰기도 합니다.

 

- ‘글을 쓴다는 행위가 김지영 님에게는 어떤 의미인지요.

글을 쓰는 일은 저에게 생존의 다른 이름과도 같은데요, 저의 이번 수상소감 속 문장으로 답변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 그럼에도 시를 쓰는 일은 내게, 어쩌면 귀소본능처럼, 오롯이 모국어로만 구할 수 있는 나의 의미를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얼마 남지 않은 아날로그적 낭만을 지키는 길이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 수많은 종류의 글 중에 시를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마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생각이나 정서의 흐름, 그리고 삶의 다양한 이미지를 나의 고유한 은유와 운율로 압축하고 또 함축할 수 있다는 데에 시의 크나큰 매력을 느낍니다.

 

- 앞으로도 글쓰는 일을 지속하시겠죠?. 또 다른 문학상에 도전할 계획도 있는지요.

좋아서 하는 일이니 계속 할 것입니다. 마감기한 없이 그저 제가 쓰고 싶을 때 언제든 편하게 쓰고 싶어요. 문학상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어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좋은 시상이 떠오르며 그때 도전해 볼 수도 있겠지요.  

 

 

글 박성인 기자

사진 김지영 제공

 



<시신을 닦으며>

 

마지막 숨 푸스스 사위고 두어 시간

못다 한 말이랴 닫히지 않는 턱에

흰 수건 둘둘 말아 고이어 놓고

불 빠진 방구들처럼 식어가는

한 여인의 전생을 닦는다

종이 한 장 두께 눈꺼풀이

세상의 문 완고히 닫아버리네

옹이 박힌 손 고랑배미 주름

금가락지에 겨우 남은 한 생의 흔적

풀씨 같은 목숨 품었던 둥그런 배가

첫 눈 맞은 무덤처럼 소복하다

유품이 되어버린 비누를 묻혀

저승길 떠날 다리 애틋이 쓸어 드리나니

헛헛한 세상 뿌리내렸던 어진 나무여

 

며칠 자란 수염 꺼끌한 얼굴 부비며

여인의 아들이 작별을 고하건만

혼불마저 떠난 산중의 어둠인양

아무도 비치지 않는 사자(死者)의 눈동자

생멸(生滅)의 첫발 디뎌 무엇을 보았을까

굽어진 팔 다리가

그물에 잡힌 새우 같다

이승으로 이어진 탯줄을 끊듯 나는

흰 천을 그니의 머리로 끌어 올렸다

죽음과 나 사이

이 얄팍한 경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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