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아가들에게 따뜻함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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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터뷰] “아가들에게 따뜻함을 나눠주세요”

일요시사 0 635

리틀모어 자원봉사자 이하원 


 

 

흔하디 흔한 아기 옷 한 벌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이 있다. 믿기지 않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에 뉴질랜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2013년 설립된 자선단체 리틀모어(Littlemore)의 설립자 Laura Howard는 첫 아이 출산 당시 오클랜드 병원의 미드와이프에게서 들은 말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수많은 신생아들이 아기 옷이 없어서 병원에서 제공한 가운 하나만 입고 퇴원한다는 것이다. 당시 Howard는 그 말이 오랫동안 가슴 깊이 남아 갖고 있던 아기 옷을 모두 병원에 기부했고, 그것이 리틀모어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기자가 리틀모어의 자원봉사자 이하원 씨를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지난 연말,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훈훈한 이야기를 다루면 좋을까 기삿거리를 찾던 내게 리틀모어라는 단체가 눈에 들어왔고, 그곳에서 8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하원 씨의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녀는 이하원 씨 이야기로 교민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한마디에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리틀모어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된 계기가.  

예전부터 자원봉사를 하려는 마음이 있었어요. 세 살 터울인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첫째 아들이 다니던 데이케어에서 우연히 아기용품을 도네이션 받는다는 내용의 리틀모어 전단지를 보게 됐어요. 세상에 모든 엄마들이 출산을 앞두고 아기용품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을 텐데, 여건이 안되는 엄마들은 아기 옷 한 벌 없이 출산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어요. 둘째가 돌이 지날 무렵 조금씩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리틀모어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어요.

 

자원봉사는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하는지.

현재는 한달에 한번씩 토요일마다 Grey Lynn에 있는 리틀모어 본사에서 자원봉사를 합니다. 리틀모어 자원봉사자들이 대부분 on site에서 만나지만 집에서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봉사를 할 때마다 어떤 마음이 드는지 궁금합니다.

자원봉사 업무로 아기용품을 정리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가요. 가끔씩 두 아이들도 데려가서 같이 하는데 기부의 가치를 알려주고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됩니다. 갈 때마다 취미생활을 즐기러 가는 기분도 들어요. 제 생활에 의미도 느껴지고요. 무엇보다 산모와 아기들이 생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늘 보람을 느낍니다.

 

리틀모어와 같은 단체와 자원봉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 뉴질랜드에는 Below Poverty Line(지원이 필요한 빈곤층)에 사는 아이들이 250,000명도 넘습니다.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추운 집에서 신발도 없이 계절에 맞는 옷도 없이 생활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이나 치과에 가는 것이 힘들고 심지어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리틀모어에 기부되는 모든 아기용품들 하나하나가 힘들게 지내는 가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아기 침대나 베시넷은 안전한 수면환경을 만들고 책과 장난감은 유아교육에 도움이 됩니다.

 

 


주로 어떤 물품들을 도네이션 할 수 있는지요.

신생아 옷(사이즈 00000)부터 돌 무렵 아기 옷(사이즈 1)과 책, 장난감, 기저귀, 카시트, 베시넷, 아기침대, 하이체어, 바운서, 유모차 등 다양한 아기용품들을 도네이션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모를 위한 용품도 받고 있는데요. 샴푸나 바디워시, 산모패드, 칫솔과 치약 등 어려운 환경에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그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하고 홀로 출산하는 산모들도 있기에 스킨케어나 네일 폴리쉬, 향수와 같은 선물세트도 도네이션을 받고 있습니다. 또 프리스쿨 아이들이 쓸 수 있는 크레용과 장난감, 책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물건들은 엄마들이 아기를 돌보는 동안 좀 더 큰 자녀들이 사용하는데 필요한 물건들입니다.

 

봉사를 하면서 가장 마음 아팠던 기억이 있다면.

저를 비롯해 주변 친구들을 보면 출산을 축하하는 선물을 많이 받았는데요, 아이들의 빠른 성장으로 한두 번 쓰고 못쓰는 물건들이 너무 많아요. 실제로 도네이션 받은 아기용품들을 정리해보면 태그조차 떼지 않은 새 옷들도 자주 보게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것도 준비할 수 없는 형편에 가운 하나 입고 퇴원하는 신생아들이 많다는 한마디가 제게 가장 안타깝게 기억으로 남은 일입니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에 음식이나 옷, 가구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 갖추지 못한 채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기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이런 점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우리는 빈곤에 대해서 생각할 때 개인이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옷 한 벌, 장난감 하나 또는 산모를 위한 물건 등을 기부하는 것만으로도 어떤 아기에게는 따뜻한 밤을 지낼 수 있는 옷이 되고, 또 어떤 산모에게는 귀중한 선물이 되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도네이션하는 방법과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경우 지원방법을 알려주세요.

자원봉사는 리틀모어 웹사이트(https://littlemore.co.nz/volunteer/)에서, 도네이션은 Storage King Grey Lynn (Central Auckland) 지역과 Wairau Valley (North Shore) 지역에서 받고 있습니다.

 

교민사회에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리틀모어가 한인 커뮤니티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서 한국분들 도네이션이 거의 없어요. 이번 기회에 교민사회에 알려져서 많은 교민 분들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

 

 

글 프리랜서 박성인 기자

사진 리틀모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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