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삼표 ‘묘한 인연’ 스토리
재벌만 골라골라…대단한 두 집안
구자명 회장 장녀-정도원 회장 장남 결혼
현대가 가운데 두고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재벌가간 혼사가 또 성사됐다. LS 구씨일가와 삼표 정씨일가가 사돈을 맺는다. 돈 많은 집안끼리 결혼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으지만, 사실 로열패밀리간 ‘그들만의 웨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두 집안만 봐도 그렇다. 여러모로 화제를 뿌리고 있는 LS-삼표가의 ‘묘한 인연’을 담아봤다.
재벌가간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 있다. 이른바 ‘비즈니스 패밀리’ 현상이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그중엔 그저 사세 확장을 위해 자녀들을 커플로 엮어준 ‘정략결혼’도 적지 않다.
사실상 ‘겹사돈’
최근 한 결혼이 화제다. 재벌가간 혼사인 탓이다. 두 일가 모두 국내에서 알아주는 기업가 집안으로, 부부의 연을 맺는 신랑 신부도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로열패밀리다.
주인공은 LS 구씨일가와 삼표 정씨일가다.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과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사돈을 맺는 것.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의 장녀 윤희씨와 정 회장의 장남 대현씨는 4월12일 서울 모처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올해 34세인 대현씨는 2005년 과장으로 삼표에 입사해 지난해 상무(경영지원본부장)로 승진했다. 29세인 윤희씨는 LS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대현씨는 윤희씨의 오빠인 구본혁 LS 사업전략부장과 친구 사이로, 두 사람은 어린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LS와 삼표 측은 “양가가 친지나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사들에게만 연락해 그룹이나 회사에서도 자녀의 결혼 사실을 거의 몰랐다”며 “결혼식도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해 조용하게 혼례를 치를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LS니꼬동제련은 LS그룹 계열사다. 전선과 전기기계, 제련, 에너지 사업 등을 영위하는 LS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약 24조원 규모로 재계순위 17위(공기업 제외)다. 2009년 회장직에 오른 구자명 회장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3남이다.
삼표그룹은 레미콘, 골재 등 건설 기초자재 관련 기업군으로 연매출은 1조5000억원 규모다. 1999년부터 경영을 맡고 있는 정도원 회장은 고 정인욱 창업주의 차남이다.
이번 결혼은 재벌가간 혼사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두 집안은 이미 인연이 있다. 한 다리 건너 사돈지간이다. 현대가를 통해서다. 양가는 모두 현대가와 사돈을 맺고 있다. LS-삼표 일가가 이번 결혼으로 사실상 ‘겹사돈’이 됐다.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한 LS그룹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등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들이 경영하고 있다. 현재 이들의 2세들이 주축이다.
가업을 잇는 아들들은 대개 평범한 집안의 딸들을 맞았다. 반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딸들은 대부분 재벌가로 시집갔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혼맥은 현대차그룹과의 인연이다.
꼬이고 꼬인 족보
구태회 명예회장의 차남 구자엽 LS산전 회장은 장녀 은희씨를 현대가에 시집보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4남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 일선(BNG스틸 사장)씨가 사위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던 일선씨와 같은 대학 불문학을 전공하던 은희씨는 유학생활 중 자연스럽게 만나 교제하다 1996년 방학 중 귀국해 결혼했다.
삼표그룹도 재계의 내로라하는 재벌가와 혼맥으로 얽혀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도 끼어있다. 정도원 회장의 장녀 지선씨는 1995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결혼했다.
정도원 회장은 정몽구 회장과 경복고 선후배로 그전부터 친분이 두터운 관계다. 정 부회장과 지선씨의 사촌오빠 대우씨(정문원 전 강원산업 회장 차남)가 휘문고 동창이라 의선-지선 커플도 어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중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삼표가는 현대차그룹과 혼맥 뿐 아니라 사업적인 인연도 있다. 정도원 회장의 형 정문원 전 회장이 경영하던 강원산업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2000년 사돈기업인 현대차그룹 계열사 인천제철(현 현대제철)에 인수됐다.
결국 이번에 윤희씨와 결혼하는 대현씨는 정 부회장의 손아래 처남이 된다. 윤희씨의 사촌언니인 은희씨의 남편 일선씨는 정 부회장의 사촌동생이다. LS-삼표가가 현대가를 가운데 두고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셈이다. 이쯤 되면 세 집안의 족보를 따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