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판 커진 솔로대첩 설왕설래
대국민 짝짓기 프로젝트…음흉한 늑대와 꽃뱀 득실?
[일요시사=사회팀] "이번 크리스마스만큼은 이대로 솔로로 보낼 순 없다." 전국의 솔로들이 짝과 함께 행복한 크리스마스의 꿈을 품을 수 있게 됐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이브날 마음에 맞는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솔로대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참가 의사를 밝힌 사람만 3만5000명에 달한다. 몇몇 기업들도 나서고 있고 연예인들의 참가신청도 줄을 잇고 있다. 그야말로 용광로와 같은 뜨거운 호응이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달랐다. 판이 커질 대로 커진 만큼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행사를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12월24일, 크리스마스이브 날 열릴 예정인 '솔로대첩' 열풍이 뜨겁다. 이번 이벤트에 전국 13개 지역서 3만5000여 명을 넘어서는 솔로들이 참가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난달 3일 대학생 유모(25)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에 "솔로 형, 누나 동생분들, 크리스마스 때 대규모 미팅 한번 할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삽시간 만에 조회수 100만여 건을 넘었다.
일이 점점 커지네
이후 벤처사업가 장찬욱(29)씨가 "제대로 한번 기획해보자"고 화답해 오면서 전국적으로 열리는 대형 이벤트가 됐다. 크리스마스이브를 홀로 보낼 수많은 솔로들이 크리스마스 전날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 된 것이다.
솔로대첩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서울의 경우 남성은 하얀색 계통, 여성은 붉은색 계통의 의상을 입고 24일 오후3시 서울 여의도공원에 성별로 집결한 뒤, 신호가 떨어지면 상대성별 쪽으로 뛰어가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하면 손을 잡고 카페나 식당 등으로 이동하면 된다. 이렇게 짝을 찾는 데 성공해 인증사진을 유씨 페이스북에 올리면 '승리'하는 것.
참가 신청자가 폭증하면서 주최 쪽은 영등포경찰서에 당일 행사 통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서울 여의도뿐만 아니라 부산,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등 대도시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같은 날 솔로대첩을 벌인다는 글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속속 올라왔다. 지금까지 솔로대첩 참가 의사를 밝힌 네티즌만 3만5000명을 넘어섰다.
미혼남녀들에게 솔로대첩 참여를 권장하는 기업들도 등장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소셜데이팅 기업 '이음'은 이날 모든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제공해 솔로대첩에 참석토록 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K2 코리아'도 사내 미혼남녀들에게 유급휴가는 물론 행사에 입고 갈 수 있는 다운재킷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연인으로 발전하면 데이트비용 10만원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연예인들의 참가 신청도 줄을 잇고 있다. 개그맨 유민상은 솔로대첩 MC를 자처하고 나섰고 가수 길미, 장희영은 무료 공연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또 레이싱 모델 이예빈, 개그맨 박휘순도 사랑을 찾기 위해 솔로대첩에 참가하겠다는 인증샷을 남겼다.
이처럼 솔로대첩 행사의 판이 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를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 됐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각종 커뮤니티와 기사댓글을 살펴보니 대부분 누리꾼들은 기대보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이디 솔로***는 "진정 연인을 원하는 건가? 손을 먼저 잡은 사람이 임자라면 선착순 세일이라도 되는 건가. 세일 품목은 항상 싸구려라는 것을 명심하라. 세상에는 착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솔로대첩에 참가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사람으로부터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이다"라며 강하게 우려했다.
24일 이벤트에 전국서 3만5천명 참가 신청
성추행 등 각종 범죄 우려…경찰 바짝 긴장
아이디 wjdw***는 "참가여부는 자유지만 웬만하면 가지 않는 게 좋겠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많은 인파가 몰리면 무슨 일이 생기지 않겠느냐. 하루에 올라오는 범죄 기사만 봐도 저런 곳에 가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짓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이디 sexy***는 "단순히 생각하면 참 좋은 이벤트로 보인다. 하지만 연인을 만들려는 남자의 수보다 즐길 목적으로 나오는 짐승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진짜 좋은 사람은 지인소개로 만나야지 인터넷을 통해 만나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아이디 dmsa***는 "이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마음먹은 여성분들이 있다면 정말 각오 단단히 해야 한다. 성비는 7:3 이상으로 맞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남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여자에게 달려 들 것이다. 혼란을 틈타 여성들은 성추행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인신매매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당하고 나서 후회해봐야 늦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라고 경고했다.
아이디 kshc***는 "판이 커졌으니 외형상으로는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짝을 찾으러 나오는 사람들이 어찌되든 상관없이 이벤트 성공을 위해 투입되는 연예인이나 모델들만 주목받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아이디 jupi***는 "이번 기회에 잠자리 한번 가져보려는 늑대들과 호구를 낚아보려는 꽃뱀들만 득실거릴 것이다. 더불어 소매치기, 성추행, 시비와 폭행 등 각종 범죄가 일어날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다. 그 속에 협찬 기업들, 쇼핑몰, 연예인 지망생들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론몰이 하는 그런 진흙탕이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아이디 mcgy***은 "처음 기획은 순수했을지언정 수많은 홍보성 기사와 마케팅이 판을 치는 쓰레기장이 될 것이 뻔하다. 서울시는 이 행사에 세금을 쓰지 말고 꼭 솔로대첩을 주최한 사람과 판을 키운 사람에게 청소비용과 경찰 동원비용을 청구하라"라고 주장했다. <?XML:NAMESPACE PREFIX = O />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
반면 아이디 티타노***는 "난 서른 먹은 총각이다. 이번 이벤트 큰 기대 중이다.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데 용기내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정말 인연을 만난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이디 seri***도 "꼭 이성을 만날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 많은 사람이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모여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일은 정말 신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페이스북 해당 이벤트 게시글에 장모씨는 "새빨간색 후드 달린 케이프 입고 갈 것이다. 스물 한 살의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낼 수는 없다. 올해 대학 입학과 함께 첫 서울 상경한 대구 여자 서울에서의 첫 크리스마스를 꼭 남자와 함께 보내리. 칼을 갈면서 솔로대첩에 참가하리라"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