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스캔들'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의 두 얼굴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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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스캔들'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의 두 얼굴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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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클라라

'연예계 큰손' 알고 보니 400억 체납자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주 각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두 명의 인물이 오르내렸다. 한 명은 유명 연예인 '클라라'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었다. 세간의 관심이 둘 사이에 오간 '카톡'에 쏠렸던 사이 <일요시사>는 무기중개상이자 고액체납자인 이 회장의 숨겨진 이면을 추적했다.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은 고액체납자다. 2010년 1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모두 9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징수할 지방세는 13억4700만원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04년부터 종합소득세 등 9건의 국세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거둬갈 세금은 164억600만원이다.

고액체납자
413억 체납

이 회장이 설립한 무기중개업체 역시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일광공영이란 방위사업체는 2010년 1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16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세할 체납액은 21억4600만원이다. 일광공영은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체납법인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2003년부터 법인세 등 31건의 세금을 체납 중이다. 확인된 체납액은 213억9300만원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걷지 못한 세수는 413억여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 회장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당당하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복지사업을 홍보하는가 하면 영화제 시상자로 나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이 회장이 '올 2~3월 사이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했다"며 "'소송이 진행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최근 이 회장은 연예인 이성민(예명 클라라)씨와의 계약 갈등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른바 '문자 논란'을 바라보는 여론의 움직임은 대체로 이씨의 처신을 문제 삼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 오간 문자에서 의문스러운 점을 발견했다. 언론을 통해 홍보된 이 회장의 이미지와 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이 회장의 모습은 차이가 있었다.

서울시 13억 국세청 164억 등 413억 밀려
술·골프 즐겨…장남은 해외부동산 매입

이 회장은 2012년 7월3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술, 담배, 노름, 골프를 안 한 유일한 무기상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개된 문자를 보면 유독 "와인을 마셨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지난 20일 이씨는 소속사를 통해 "(이 회장이) 새벽 12시가 넘은 시간에 5분마다 술을 마시면서 '신선하고 설레였다' '와인 마시다보니 너 생각이 나서 그런다' 등의 카톡(문자)을 보냈다"고 알렸다. 문자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한 셈이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이 회장과 관련한 믿을 만한 첩보를 접했다. 이 회장이 경기도 곤지암에 있는 한 골프장 회원권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다. 시세에 따라 다르지만 수도권 골프장 회원권은 최소 3000만원에서 10억원 사이에 거래된다. 평균 거래가는 1억원 수준이다. 이 회장은 2014년 6월14일 이씨와 나눈 문자에서도 "난 골프하고 있어요"라고 적었다.

술과 골프
그리고 영화제

이 회장은 체납자 신분이면서도 해외를 오가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같은 해 8월14일 보낸 문자를 보면 "해외 출장 중인데"라고 쓰여 있다. 이 회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 무기거래를 위해 미국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종명씨(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우리 당국에 신고 없이 미국에 고가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종명씨는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외국환거래법 주요위반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종명씨에겐 거래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원로배우 신영균씨(대종상영화제 명예이사장)의 자녀도 종명씨와 함께 외국환거래법 위반 명단에 있었다는 것이다. 신씨는 지난 2013년 이 회장에게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직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대종상영화제를 3년간 운영하는 대가로 영화제 주최자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이하 연합회)에 1억여원을 지원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문제는 당시 이 회장이 개인예금과 증권 등을 모두 압류당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연합회 전직 관계자는 "대종상 조직위(이 회장) 쪽에 묻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 간부 출신인 이 회장은 1985년 무기중개업체인 일광공영을 창업했다. 일광공영은 심해잠수장비, 수송기시뮬레이터 등 일반 군수물자와 최첨단 방위장비를 수입해 우리 군에 공급했다. 자본금 3억원 규모의 이 회사는 2000년대 초반까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광공영은 지난해 8월 (주)아이지지와이코퍼레이션(이하 일광공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09년 59억2400만원, 2010년 19억3400만원, 2011년 27억1200만원, 2012년 9억4400만원이었던 매출은 2013년과 2014년 단 한 푼도 발생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이 회장은 일광공영 대표직을 종명씨에게 넘겼다. 회사 등록 주소지는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18길 23'에서 서울 성북구 돈암동 힐스테이트로 바뀌었다. 앞선 주소지는 일광그룹의 사옥이 있는 곳이며, 돈암동 힐스테이트는 이 회장의 주거지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아직까지 방위사업에 관여하고 있는데 지난 5월께 만났다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업계 관계자로 추측되고 있다.


 



▲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

이 회장은 지난 2010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회장은 러시아 군수업체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면서 로비스트 윤재중씨와 공모해 거액의 중개수수료를 챙겼다.

본지가 입수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불곰사업' 과정에서 커미션 명목으로 챙긴 2300만달러(한화 약 260억원) 가운데 상당액을 미국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를 경유해 돈암동교회(현 본교회) 및 알 수 없는 곳에 숨겼다. 이 회장이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무기는 휴대용 대전차유도미사일(METIS-M), 공기부양정(MURENA) 등 확인된 것만 3억1000만달러(한화 약 3400억원)에 이르렀다.

무기로 번 돈
교회에 퍼부어

그런데 이 회장은 자신의 몫으로 돌아온 795만달러를 회사가 아닌 돈암동교회 계좌로 송금했다. 2005년 12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분할 입금했다. 이 시기는 돈암동교회가 주소지를 이전해 본교회를 신축(지하 3층·지상 5층)하던 때와 일치한다. 대지면적 3135.70㎡, 연면적 9784.31㎡ 규모의 대형예배당 공사는 2007년 무렵 완공됐다. 본교회 내부에 설치된 기념조형물을 보면 '교회건축을 위해 헌신해주신 분들' 명단 맨 꼭대기에 '이규태·유순남(이 회장의 처)'의 이름이 적혀있다.

이 회장은 1993~2007년까지 개인 명의로 본교회에 117억9500만원가량을 기부했다. 하지만 본교회는 이 회장에게 다시 111억5800만원가량을 변제했다. 교회가 사실상 이 회장의 사금고 역할을 한 셈이다. 기자는 당시 거래에 쓰였던 계좌들을 확인했지만 계좌번호 오류(UKFM2058·UKFM0414)로 현재는 거래가 중단돼 있었다.

본교회와 도보로 2분 거리(180m)에 있는 일광그룹 사옥 및 부지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회장은 2009년 3월 땅을 담보로 본교회로부터 18억원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회장은 일광그룹 부지 및 서울 성북구 삼선동3가 9번지 땅을 공동담보로 3억7800만∼19억5000만원의 은행권 대출을 수차례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은 해당 부동산에 대해 2005∼2012년까지 네 차례 압류 조치했다.

등기부등본상 일광그룹은 오너리스크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광그룹은 건재했다. 유명 가수와 배우가 대거 포함된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는 연예계에서 남다른 입지를 굳혔다. CJ E&M과는 서울 압구정에 공동투자 합작법인 '폴라리스 엠넷'을 설립했다. 지난 19일 일광그룹 사옥을 찾았을 때 주차장에는 대형승합차가 즐비했다. 해당 차량들은 압류대상이 아니었다.

대법원은 2012년 이 회장이 일광공영의 회사자금 45억원을 개인용도로 횡령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법인자금은 이 회장 일가의 채무를 해결하는데 사용됐다. 일광공영을 뿌리로 둔 일광그룹은 각 계열사간 소유자산의 경계가 희미하다. 이 회장 소유로 알려진 땅(서울 성북구 성북동 330-225)은 부인 유순남씨가 사들인 땅이었으며, 계열사 일광학원이 24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기도 했다.


 



▲ 언론을 통해 공개된 클라라와 이규태 회장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지난해 2월 서울시교육청은 일광학원과 소속 학교인 W유치원, W초등학교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초등학교 1·2학년 및 유치원 교육과정(누리과정) 영어교육 부당 실시 ▲자연학습장 이용을 빙자한 임차료 부당 지급 ▲법인회계 차입금을 학교회계에서 부당 상환 ▲학교회계 부당집행 등을 확인했고, 관련자 3명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불곰사업'서 챙긴 커미션 교회에 기부
일광학원 이용해 수억원 자금조달 적발

일광학원은 유씨가 남편인 이 회장으로부터 이사장직을 넘겨받은 학교법인이다. 학교법인은 사실상 개인재산이지만 명목상 공공재산으로 보고 과세하지 않는다. 이 같은 법망을 이용한 일부 고액체납자들은 학교법인을 세워 재산을 편법으로 지켜왔다.

일광학원 감사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이들은 일광그룹 직원 4명을 학교 회계직원인 것처럼 꾸며 4명에 대한 급여 2억3700만원 등 3억9000여만원을 몰아줬다. 또 교육목적으로 사용돼야 할 W초등학교 수업료 9억7000여만원을 빼돌려 다른 시설·설비에 투자했다. 2013년 기준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료는 1400만원에 육박했다.

뿐만 아니라 일광학원은 원어민 숙소 명목으로 빌린 사무실 임차료를 종명씨 개인계좌로 5억원 가까이 입금했고, ㄱ교회 목사에게 매달 300만원씩 강의료(월 1회)를 지급했다. 초등교육 과정에서 특정 종교교육은 금지돼있다.

앞서 이 회장 일가는 법인자금을 이용해 최고급 외제차를 구입하고, 아파트 인테리어에 썼다는 구설에 휩싸였다. 자연학습장 보증금 및 임차료를 명목으로 3억4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법인을 사기업처럼 운영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온갖 탈법에도
대통령 표창까지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노인복지 증진을 통해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표창을 수여했다. 일광복지재단의 이사장인 이 회장은 성북구 일대에 5개의 노인복지센터와 1개의 어린이집을 소유하고 있다. 현행법상 해당 부동산과 운영자금은 징세 대상이 아니다.

성공한 복지 사업가이자 연예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이 회장은 이화여대 겸임교수 타이틀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거액의 세금을 내지 않고 합법과 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 넘나들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이스라엘 무인청찰기 도입과 관련해 일진하이테크가 사업자 선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편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일진하이테크는 이 회장의 차남인 이종찬씨가 대표로 있는 무기중개업체다. 종찬씨는 일광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로 알려진 (주)솔브레인의 대표도 겸하고 있다. 일진하이테크는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원사로 등록돼있다.

일광그룹 측은 이 회장의 체납문제와 관련해 "과다 계상된 부분을 소송 중이며 소송이 끝나야만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무기거래는 기밀이 많아 일일이 밝힐 수 없다. 알아서 쓰시라. 책임은 기자가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 회장이 드나든다는 본교회 내 사무실을 찾았다. 김모씨가 대표로 있는 (주)바른기획이었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 확인한 결과 (주)바른기획은 광고대행 업무를 하는 회사였고 최근 실적이 전무했다. 유일한 계약은 2000만원을 주고 일광그룹과 맺었다.

교회 내부에 민간업체가 수익형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의 소지가 다분하다. 심지어 바른기획은 내선도 갖추지 않은 채 사실상의 비밀조직처럼 관리되고 있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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