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 ‘박근혜표 공천학살’ 시나리오
▲ 씁쓸한 표정의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내 살을 내어주고 너희 뼈를 취하리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 18대 총선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는 사태가 벌여졌다. 친박계는 ‘공천학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에 실시된 19대 총선에선 반대로 친이계가 배제됐다. ‘보복공천’이었다. 2016년에 치러질 20대 총선을 눈앞에 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냈다.
2016년에 있을 20대 총선에선 과연 친박-비박 중 어느 계파가 더 많은 수의 공천권을 차지할 것인가. 이미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두 계파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극적인 화해는 요원해 보인다. 결국 한정된 수의 공천권을 향한 ‘치킨게임’이 곧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 정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대 총선
치킨게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결정적으로 비박계에겐 공천학살의 안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함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에겐 ‘선거개입’으로 해석될 여지를 줬다.
“(친박인사들이) 공천권을 휘두르고 싶어 하지만 나는 계속 오픈프라이머리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28일 유 당시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친박계 이면에는 공천권 확보를 위한 속내가 숨겨져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지난 1일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박 대통령의 칼날은 결국 김 대표를 향해 있다”고 하는 분석이 나와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최소한 전보다 훨씬 껄끄러운 동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지난 8일 비공개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에 있어서 ‘표’냐 아니면 또 다른 방법이냐를 두고 논란은 있었지만 결국 사퇴로 결론지어졌다.
▲ 박근혜 대통령
대부분의 정가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들려오는 얘기를 종합해봤을 때 이번 사태가 1막이라면 2, 3막이 곧 펼쳐질 것이란 주장이다. 2막을 친박계의 주요 당직 점령으로, 3막을 오픈프라이머리 거부로 예상해본다면 종국에는 ‘공천학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가능하다. 이는 비박계가 현 상황에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와 맞아떨어진다.
차기 원내대표
합의추대 결정
지난 9일 차기 원내대표 선출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주재됐다. 긴급 구성된 당 원내대표경선관리위원회에서 수장을 맡은 서상기 위원장은 위원회 구성 당일 첫 회의를 열고 오는 14일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방식에 대해서는 당이 양분될 수 있는 표 대결보다 ‘합의추대’ 방식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합의추대방식을 두고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친박계로 구성된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차기 원내대표를 합의추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서 위원장은 지난 9일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분명한 것은 합의추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김 대표는 합의추대방식에 대해 “(방식은) 의원총회에서 합의를 봐야 한다”며 “최고위원들의 의견만 있을 따름이지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출방식을 두고 다시 한 번 친박-비박 간 의견대립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08년 친박·2012년 친이…2016년은?
유승민 사퇴하자 차기 후보 하마평 줄줄
오는 14일로 예정된 합의추대에 거론되는 인물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전 정책위의장이다. 표심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수도권에서 내리 4선을 지낸 경력이 있어 원내대표직을 수행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박계지만 계파색이 강하지 않아 친박계 내부에서는 유승민을 도려낸 자리를 봉합하기에 최적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지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정책통으로 통하는 원 의장은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가 국무총리로 내정된 지난 1월,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유승민·이주영 후보로부터 동시에 정책위의장을 맡아달라는 러브콜을 받았을 정도로 정책과제를 통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경선 초반만 해도 당선이 유력했던 이주영 당시 후보를 제치고 유승민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도 ‘원유철’ 때문이라는 게 새누리당 내부 관계자들의 정설이다.
만약 원 의장이 원내대표 자리에 오르면 당내 노른자와 같은 당3역(원내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 중 두 자리를 거친 인물이 되는 만큼 원 의장 개인 입장에서도 정치적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유철·황진하
인선 가속화
현재 정가에서는 친박계가 원내대표는 중도성향을 추대하는 대신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은 확실한 친박계를 앉히려고 물밑작업에 들어갔다는 주장이 많다. 사무총장직에 황진하 의원이 내정된 것도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다. 황 의원은 2007년부터 친박진영에서 활동해 온 대표적 친박계 중진 의원이다. 위와 같은 인선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정가관계자는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의 전략”이라고 총평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따라서 주요 당직 인선에 있어서 비박계는 친박계가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낼 것이라 보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사무총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는 어느 계파 사람이 앉느냐에 따라 공천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계, 원내대표 주고 사무총장 잡는다
비박계, 버티기모드 해답은 ‘국민경선제’
새누리당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 인선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총선모드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때 다시 한 번 친박-비박 간의 충돌이 예상되는 지점이 바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다. 이미 서청원 최고위원을 위시로 한 친박계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두고 누차 반대의사를 보여왔다. 반면 김 대표 중심의 비박계에서는 ‘당내 민주주의 도입’을 내세워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김 대표 측은 7·14 전당대회 당시 핵심공약사항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관철시킨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 계파 간 정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당직 인선
공천권 싸움
정가에서는 김무성·유승민으로 이어지는 소위 K·Y라인을 두고 순망치한의 관계라 정의한 바 있다. 즉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것인데 다르게 해석하면 한쪽이 사라지면 한쪽이 무너지기 십상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정가에서는 최근 김 대표와 관련해 출처불명의 소문이 떠돌고 있어 관심이 간다. 소문인 즉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8월 당 복귀에 맞춰 당대표가 교체될 것이란 얘기다. 비박계는 소문의 진원지를 친박계라 보고 있다. 만약 친박계가 김 대표까지 몰아내는데 성공한다면 정치권에서 ‘비박’이란 용어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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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당·청 갈등 심화
최근 새누리당과 청와대 사이가 심상치 않다. 비박과 청와대와의 갈등을 넘어 이제 친박과 청와대 간 갈등이 불붙는 분위기다. 친박계는 최근 청와대 참모진이 일을 키우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대통령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는 참모는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친박계 재선 의원은 “예전부터 들려왔던 ‘인의 장막’ 문제가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수도권 친박 의원은 “청와대 참모진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박-청와대 갈등에 이어 친박-청와대 갈등까지
이러한 친박-청와대 간의 갈등이 점화된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이 원인이라고 꼬집는다. 친박계도 놀랄 만큼 정제가 안 된 발언이 나왔을 정도로 참모진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최근 정치권은 보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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