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서해대교 괴담, 왜?
‘불안 불안’ 굿이라도 해야 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인 서해대교가 얼마전 일어난 화재사건으로 화두에 올랐다. 교량 건설 때부터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던 서해대교는 안갯속 추돌사고로 대형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잦은 사고와 의혹들. 세간에서는 서해대교 괴담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일 서해대교 주탑 상층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 불로 주탑 바로 옆 케이블이 끊어졌고 현장 통제에 나선 이병곤 포승안전센터장이 지상 30m 높이에서 떨어진 케이블에 맞아 순직하는 사건이 있었다.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22대와 인력 40명을 동원해 화제 발생 3시간.30분 만인 이날 오후 9시43분께 불길을 잡았다.
불길 잡았지만…
불길은 잡았지만 지난 9일까지 계속된 전면 통제로 2차 피해가 속출했다. 행담도 근처에 있는 대형 아웃렛 매장에는 하루 1만명이 넘게 찾아오던 손님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음식점도 마찬가지. 주말을 위해 준비해 놓은 600인분가량의 음식재료들은 쓰레기통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늘어난 운행시간에 버스 기사들도 고충을 토로했고, 화물 운송 기사들도 힘겹긴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고로 서해대교의 안전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서해대교는 서해안고속도로 구간 가운데 충남 당진시와 경기도 평택시를 잇는 다리로 지난 1993년 착공돼 2000년 완공될때까지 크고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1996년에는 시공 중이던 기초철근이 넘어지며 작업 인부 10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1999년에는 작업 발판이 붕괴돼 인부 4명이 50m 아래로 떨어져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개통 이후 지난 2006년에는 짙은 안개가 끼면서 29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숨진 인원은 12명, 5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피해액도 40억원이 훌쩍 넘었다. 안개가 사고의 원인이었지만 운전자들의 과속과 갓길 주행이 피해를 더 키웠다.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의 관리소홀 문제도 제기됐다. 교각 대신 케이블이 그 육중한 다리 무게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고처럼 케이블이 하나라도 끊어지면 다리 전체의 안전을 장담할 수가 없게 된다.
이번에는 낙뢰 때문 이었다 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동안 케이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서해대교 사장 구간 케이블은 아주 고강도의 장력을 받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제일 외측 케이블의 장력이 600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케이블이 끊어지면 다리 전체의 균형이 깨지고 심할 경우 끊어진 케이블과 이어진 부위에서 중앙 도로를 거쳐 반대편 주탑 너머까지 연속적으로 변형이 일어나는 것이다.
케이블이라고 하는 것은 상부구조를 들고 있는 주요 구조다. 끊어지게 되면 힘의 균형이 달라지므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을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케이블 내부의 손상 여부를 미리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교량에 사용되는 케이블은 ‘강선’을 7개씩 묶어 한 번 피복으로 감싸고 이 같은 소형 케이블들을 다시 두꺼운 외장재로 덮기 때문에 한 번 설치하면 그 내부를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선진국에선 음파를 이용해 케이블 부식 정도를 확인하는 ‘비파괴 공법’이 활용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법령엔 케이블 내부에 대한 안전점검 의무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속되는 사고 ‘도대체 언제까지’
2차 피해 속출…지역상인들 울상
교각 안전 역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더욱이 서해대교 하단 일부 구간을 공공성이 없는 일반 개인사업자들이 ‘임대’를 받아 사용하면서 교각 부실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 서해대교 화재 현장을 찾은 박인용 국민안전처장관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지역주민들은 한국도로공사가 서해대교 하단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교각’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지적했다.
지역주민들은 “서해대교 상단이 케이블 화재로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시점이지만, 서해대교 하단 역시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또 다른 사고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서해대교 하단 곳곳에 중량감 있는 컨테이너 박스들이 쌓여 있어 자칫 교각 쪽으로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서해대교 하단 일부 구간은 석재를 수입하는 물류업체가 임대해 사용하면서 교각 주변에 대형 컨테이너 박스를 겹겹이 쌓아 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말썽을 빚고 있는 중이다. 특히 교각 주변으로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 둔 것도 문제지만,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교각 주변에서 60톤에 달하는 중장비 차량이 석재를 적재한 컨테이너 박스를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안전사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어 보인다.
평택항물류창고연합회 한 관계자는 “비포장이 되어 있는 교각 주변에서 60톤에 달하는 중장비가 약 30톤에 이르는 컨테이너 박스를 옮기는 작업을 하다 보면 ‘진동’은 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뿐만 아니라 비포장이 되어 있다 보니 ‘지반 침하’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서해대교 교각 주변에서 100톤 가까운 중장비와 컨테이너 박스가 이동하거나, 쌓이면서 ‘진동’과 ‘지반 침하’가 상습적으로 발생할 경우 ‘교각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서해대교 상단의 안전점검도 중요하지만, 하단의 안전점검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평택시 포승읍 지역주민들은 “서해대교 상단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하단 역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무분별한 교량 하단 부지의 임대가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어, 언제 어느 순간에 교각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불씨로 작용할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우려를 자아냈다.
과연 안전한가?
국민안전처는 지난 8일 전국의 교량 100곳을 선정해 교량 정기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안전점검실태를 실시한다고 밝혔으나 교량 하단의 무분별한 임대로 인한 교각 안전 문제도 함께 살펴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잊혀질만 하면 일어나는 서해대교 관련 사고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서해대교 괴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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