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숨은 주역 '보좌관-비서관' 물갈이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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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숨은 주역 '보좌관-비서관' 물갈이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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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4년 임기 동안 '생존율 50%'

[일요시사=정치팀] 국회의 '물갈이'가 올들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4·11 총선 당시가 첫 번째 물갈이 시즌이었다. 낙마한 의원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짐을 꾸렸다. 그 자리는 새로운 사람들이 채웠다. 국정감사가 끝난 지금. 국회 의원회관에 새로운 인물이 보인다. 또다시 누군가가 '내쫓긴' 것이다. 하지만 내쫓긴 자리를 꿰찬 사람의 수명도 그리 길지 않다. 길어야 2개월 남짓. 대선이 끝난 내년 1월에 대대적인 세 번째 물갈이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대부분은 행사장 인사, 축사, TV 토론회, 인터뷰, 국정감사 질의서, 대정부 질의서, 정책 관련자료 등 이 모든 것이 국회의원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보좌진의 손에서 완성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주말과 휴일 그리고 명절까지 고스란히 반납해야 한다. 이렇듯 국회의원의 참모들은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언제 내쫓길지 모르는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공채 뒤집는 '파워인사'

국회의원은 보통 7명의 식구와 나랏일을 함께 한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인, 5급 비서관 2인, 6·7·9급 비서 각 1인과 4년을 보낸다. 또한 필요에 따라 2인의 인턴을 추가로 채용할 수 있다.

국회의원의 '참모'로 불리는 이들은 내부적으로 임무를 분담한다. 보좌진은 주로 수석(총괄)보좌관, 정책보좌관으로 나뉜다. 그 아래 공보비서관, 정책비서관, 정무비서관 등이 있다. 비서는 주로 일정, 회계, 총무 등 의원실 살림을 맡는다. 지역일과 홍보를 담당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국가공무원법'상 별정직공무원으로 분류된다. 불안한 신분과 비교적 높은 호봉을 제외하면 일반 공무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일반 공무원의 보수는 경력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1호봉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국회 별정직공무원은 경력과 무관하게 정해진 호봉의 보수를 받는다. 이들의 보수가 높은 것은 직업의 불안정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문가는 설명한다.

A의원실 B보좌관은 국회 별정직공무원이 일반공무원에 비해 높은 보수를 받는 것에 대해 "사실상 8년치 임금이 4년 동안 지급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 임기 4년이 끝나면 다음 선거에서 당선돼야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데 그게 쉽지 않다. 게다가 반 이상의 사람들이 4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거나 쫓겨난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마음이 맞아 시작하더라도 조금이라도 관계가 어긋나거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국회의원이 가차 없이 손을 놓는다는 것이다. 다른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C비서관은 "속된 말로 '팽'당하는 것"이라며 매우 흔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그는 "상임위원회가 2년마다 바뀌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단 1년이라도 계약기간이 있으면 좋겠다"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러한 국회 물갈이는 올해 4·11 총선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올해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새로 단 사람은 약 50명. 이들의 참모진만 모두 350명이다.

A보좌관은 "이들 중 200명은 국회의원 친인척이다. 나머지 150명은 공채로 입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 별정직공무원의 임명권이 오직 국회의원에게 맡겨져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자신과 함께 일할 참모진을 채용하기 전에 자질을 심사하고 오랫동안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과정이 없으니 내키지 않으면 쉽게 자르고 들어온 사람도 쉽게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식구의 국회 입성과 동시에 350명의 사람이 짐을 꾸렸다. 물론 이들 중에는 다른 의원실로 이동한 사람도 있다. 정보력과 인맥을 갖춘 이들이 그들이다. 하지만 총선 고비를 넘긴 이들도 국정감사를 피할 수는 없었다. 5개월 만에 다시 심판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끝나면 '모셔오고, 내쫓고'
권력-입김 따라 귀환하는 경우 있어

국감에서는 국정 전반에 걸친 평가가 이루어지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루어진다. 이러한 평가는 보좌진의 능력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이러한 평가와 능력에 '한 치의 오차'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좌진이 산하단체의 조사를 잘못했거나 사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문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료를 들고 간 국회의원은 국감장에서 망신을 피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국회의원의 '보복인사'가 한 차례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 다른 D보좌관은 "이럴 때를 노리고 국회에 인사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17대 국회에서 보좌관이나 비서관을 지냈던 사람이다. 운이 좋은 경우 자리 하나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중한 업무와 불안한 신분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는 보좌관에게는 그만한 영광도 따른다.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되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 할 것이다.

또는 청와대에 입성하거나 각 부처 장관의 정책보좌관이 되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매우 조심스러운 이야기라며 "경력을 인정받아 자신이 담당하던 기관의 기관장이나 감사, 이사로 가는 경우도 매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고 말했다.

'보신주의'를 배경으로 한 수명 연장을 가장 큰 목표로 여기는 보좌관도 있다. 별정직공무원 생활 20년을 채워 공무원연금을 받을 심산으로 '조용하고 안전하게' 보좌관 생활을 하는 이들이다.

E보좌관은 "이들은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이들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 한다. 법안마련에도 소극적이고 국회의원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고 비판했다.

이 중에는 사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맥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속내다. 일례로 의정보고서 발간과 같은 사업이 그것이다. 국회의원이 발행하는 의정보고서는 단가가 약 300~400만원에 이른다. 이것은 약 1500만원 안팎으로 거래된다. 한 달에 열 건의 의정보고서만 발행해도 1억원의 돈을 벌어들이게 되는 셈이다.

여론조사 사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회의원들은 기존업체나 자신의 지역구 업체 또는 더 싼 곳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산하단체로 가거나 다른 직렬에서 공무원을 한다. 또는 학업을 계속하거나 낙향을 한다. 여의도 낭인이 돼 선거철마다 국회에 등장하는 사람도 있다. 

계약기간 없어 불안

국감에 의한 물갈이가 한 차례 끝나면 다시 대선이다. 대선 후 한 달이 지나면 보좌관 중 20~30명이 청와대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대선을 거치며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수많은 참모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자리를 내 줄 것이다. 그 빈자리는 국회의원의 자의로, 국회의원 지인의 입김으로, 혹은 공식적인 채용공고를 통해 채워질 것이다.

F보좌관은 "국회에 입성하면 눈이 한없이 높아진다. 매일 보고 통화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다. 자기가 국회의원인 줄 안다. 그렇게 붕 뜨다 쫓겨나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좌진 스스로 겸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참모들의 '불안정성'도 반드시 개선돼야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무작정 보좌관이 되려고 하기 전에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지 숙고하고 자신에 대한 검증을 스스로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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