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는 '외국계 은행 고배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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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지는 '외국계 은행 고배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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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인다고 줄인 게 "눈 가리고 아웅"

[일요시사=경제1팀] 외국계 은행들의 고배당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국의 고배당 자제 권고에도 여전히 '배당잔치'는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씨티은행과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예금이자는 내리고 대출이자를 높여 낸 수익에 현금서비스 고금리 적용으로 번 돈을 고스란히 외국인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약 1000억원의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 13일 SC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10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배당금 지급일은 3월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당초 SC은행은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중간배당 1000억원 외에 추가로 2000억원을 더 배당할 계획이었으나 금융당국의 제동에 애초 계획했던 배당금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실적 떨어졌는데

하지만 SC은행의 지난해 중간배당을 포함할 경우 2012년 결산 총 배당금은 총 2000억원대에 이른다. 절반을 축소했다고는 하지만 2011년 배당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배당 적정 비율로 30%를 권고하고 있다. SC은행이 배당하기로 한 2000억원은 지난해 순이익 4300억원의 46%에 이른다.

SC은행은 지난 2005년 SC그룹에 인수된 후 2009년부터 고배당을 실시해왔다. 2009년 2500억원 이후 2010년 3월 2500억원, 9월 1000억원 등 2010년 한해에만 3500억원의 배당을 지급했고 2011년 3월, 9월 각각 100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금은 현금으로 영국 SC그룹에 지급됐다.

SC은행이 당초 계획한 배당금액보다 절반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총금액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SC은행은 고배당을 유지하면서 당국의 고배당 자제 권고를 따랐다는 명분까지 얻은 셈이다. SC은행은 지난해 9월에도 2000억원의 중간배당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당국의 제동으로 1000억원 축소한 바 있다.

높은 배당과는 반대로 SC은행의 실적은 그리 좋지 않다. SC은행의 지난해 상반기 전체 순이익은 1254억원, 전년 동기보다 49.7% 줄었다. 전체 영업이익도 54% 가까이 줄었고 지난해 2분기에는 174억원의 당기순손실까지 기록했다.

SC은행과 함께 고배당 논란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시티은행도 2011년 배당액 1300여억원에 비해 500억원 줄어든 800여억원을 지난해 말 중간배당했다. 이번에는 2011년 수준을 맞추기 위해 500억 미만의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씨티은행도 고배당 자제에 나선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씨티은행의 순이익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20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2011년 순이익 4600여원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에 씨티은행이 약 500억의 배당을 실시하면 순이익은 줄었는데 배당액 규모는 유지한 게 된다. 

이들 외국계 은행이 실적이 좋지 않음에도 고배당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금융당국과 여론은 외국계 은행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등 금융기관으로서 공적역할을 소외한 채 대출이자를 높이는 등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SC은행 배당금 축소했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공적역할 소홀, 돈 벌이에만 급급 "규제 필요하다"

최근 시티은행은 대출 계약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관을 적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또 금융상품 판매나 대출과정에서 신용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SC은행도 동일한 사안이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씨티은행과 SC은행은 중소기업에 한도대출을 해주면서 한도 내 미사용 분에 대해 은행이 통보만 하면 일방적으로 한도를 줄일 수 있도록 한 약관을 적용해왔다. 은행이 갑자기 대출한도를 축소하면 자금을 운용해온 기업들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은행권 공동표준약관에서는 은행이 일방적으로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것을 불공정 조항으로 보고 금지하고 있으며 국내은행들은 이 약관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과 SC은행은 경기가 나빠지거나 리스크를 줄여야 할 경우 대출한도를 축소해 주로 힘없는 중소기업들을 괴롭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두 은행이 '기관경고' 수준의 징계를 받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관경고는 신규사업진출 제한, 자회사 설립 인가 신청 제한 등 불이익이 매우 커 은행으로서는 치명타에 가까운 징계다.

고졸 채용에도 인색했다. 국민, 기업, 농협, 신한, 우리, 외환, 하나, SC, 씨티은행 등 9개 시중은행의 지난해 전체 고졸 채용자수는 831명으로 2011년(670명)보다 161명 늘었다. 이중 하나은행을 제외한 국내은행들은 고졸 채용을 늘였지만 외국계 은행들은 고졸 채용을 줄이거나 미미한 증가 수준을 보였다.

먼저 씨티은행은 고졸 신규채용율이 2011년에 비해 200%나 증가했다. 203% 증가한 농협을 제외하면 최고수준이다. 농협은 2011년 33명, 2012년 100명을 채용했다. 씨티은행은 2011년 1명에서 2012년 3명으로 늘렸다. 증가율에 비해 초라한 인원이다.

SC은행은 오히려 신규 채용을 줄였다. 2011년 94명의 고졸 신입사원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이보다 28명 줄어든 66명을 채용했다.

올 초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6개 은행의 공동 서민대출상품 '새희망홀씨'의 지난해 대출 실적에서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와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저소득자 비중이 가장 낮은 은행으로 SC은행(55.7%)과 씨티은행(56.1%)이 꼽히기도 했다.

중소기업·서민 외면

이와 관련 한 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은 주주가 외국인이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쉽지 않다"며 "외국은 우리나라 정서와는 다르게 일정 수익을 내면 고배당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이 수익 악화 보전을 위해 고객 서비스를 줄이고 대출금리를 높이는 등 공적역할을 무시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면서 "일정부문 외국계은행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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