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실장 '자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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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양약품 실장 '자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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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유서 vs 공금횡령 각서

[일요시사=경제1팀] 제약회사 직원이 자살했다. 유가족은 회사가 숨진 직원에게 리베이트를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양측 주장이 너무나도 다르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검찰·공정위·국세청 등이 나서 제약업계 리베이트 관행에 대해 철퇴를 가해 온 가운데 일양약품에서도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 중앙지검에 꾸려진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을 통해 수사가 진행 중인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양약품에 적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고흥 서울중앙지검 형사 2부장)은 지난 8일 "일양약품이 의원 및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혹이 있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고발… 진실은?

수사반에 따르면 일양약품 기획실장이던 고모씨가 리베이트와 관련 극심한 압박으로 인해 목숨을 끊었고, 이에 유족 측이 회사를 상대로 지난달 고발했다.

고씨는 지난 1월12일 오전 춘천 남산면 백양리역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클릭 차량 안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틀 전 고씨는 경찰에 가출신고가 된 상태였다.

유족 측은 숨진 직원의 유품에서 나온 쪽지의 내용을 근거로 "회사 측이 2010∼2011년 고씨를 통해 거래처인 전국 병원 및 약국에 현금 지급 등으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또한 "고씨가 로비 업무를 하던 중에 4억원 정도의 사고가 발생했고, 회사 측으로부터 변제 압박을 받다가 심리적 고통을 못 이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측이 증거로 제시한 쪽지에는 영업부에서 거래처 의사들에게 제공한 축의금 및 협찬과 관련된 리스트가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되지 않았다.

기획실장 자살 이유 두고 유족·사측 공방 

검찰은 특별사법권이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조사한 뒤 사건을 송치하면 조사내용 등을 검토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양약품은 "유족들이 주장하는 바는 전혀 사실무근이다"며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일양약품 관계자에 따르면 자살한 고씨는 사내 복지기금 등 7억8000만원의 공금을 횡령했다. 이 관계자는 "고씨가 지난해 11월부터 출근도 안하고 연락도 두절됐다"며 "12월 말 어렵게 연락이 닿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고씨가 회사에서 공금을 횡령했다는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일양약품이 <일요시사>에 보내온 고씨가 자필로 작성한 확인서(2012년 12월28일 작성)를 보면 고씨는 1993년도 일양약품에 입사해 경영기획팀에 근무하면서 사내복지기금 및 관계사 일양바이오팜을 관리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고씨는 일양양품 사내복지기금을 관리하면서 개인적으로 4억3000만원을 유용했고 일양바이오팜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업무를 하면서 추가로 3억5000만원을 유용한 것을 자인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여기에 해당 금액에 대해서는 전액 변제할 것을 확인하며 거짓이 없음을 인정하는 내용이 추가로 작성되어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고씨는 오랜 기간 동안 아내와 별거를 해왔고 몇 개월 전 결국 이혼까지 한 상태였으며 도박과 사채 빚에 시달려왔다. 고씨는 평상시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고 얼마 전 심장수술까지 한 상태에서, 사채로 인한 도피 생활이 장기간 계속 되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으로 인한 자괴감과 더불어 꼭 복용해야 할 약조차 제때 복용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유 "로비업무 압박"
사 "도박빚 때문"

고씨의 실종사건을 조사하던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고씨는 강원랜드의 VIP고객이었으며 한 달에 15일 이상 드나들만큼 도박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회사는 고씨에게 가능한 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고씨와 헤어졌다"며 "며칠 뒤 전해진 비보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일양약품은 고씨의 입사 시 신원보증을 근거로 유족 소유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이에 반발한 일부 유족이 일양약품을 있지도 않은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는 게 일양약품의 입장이다.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이 관계자는 "유족 측이 증거 자료로 제출한 쪽지는 리베이트 미집행 내역이다"며  "고씨의 자살이 리베이트와 연관됐다면 결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고지하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실제로 일양약품은 지난 1월 고씨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총무실장 명의로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을 공개했다. 장문의 이메일에는 최근 아내와 이혼을 한 고씨가 도박에 빠져 불법 대부업자들로부터 초고금리의 사채를 끌어 쓰는 과정에서 회사에 금전적 불미스런 일을 발생케 했고 자살까지 해 안타깝다는 내용이 담겼다.

누가 거짓말?

그러면서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사채를 쓰고 있는 직원이 있다면 용기 있게 사법기관에 도움을 청하라는 당부와 함께 유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일양약품은 그동안 리베이트와 관련해 한번도 수사를 받거나 내사를 받은 사실이 없을 만큼 투명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며 정부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일양약품 측의 입장이 상이한 만큼 검찰의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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