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회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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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우의 시사펀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회고하며

일요시사 0 1591 0 0

이인규 전 대검중수부장이 지난달 25일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중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듯 헌소리를 하고 나섰다.

이 보도를 접하자 순간적으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존재가 떠올랐다. 혹여 김 전 실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인규를 통해 박근혜정권에 마지막 선물을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아울러 이를 위해 오비이락이란 사자성어가 생겨난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역시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전 실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잠적 중이었고, 폭로 이틀 뒤인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장인 이병기를 김기춘 후임으로 비서실장에 내정했고, 동 폭로로 인해 노무현정권과 이명박정권이 동시에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그런데 의혹에 대한 진실 여부는 차치하고 참으로 허망한 부분이 있다. 이인규의 우려대로 국정원이 의도적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상처를 입혔고 그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기에 이르렀다는 어리석은 시각에 대해서다.

하여 이제 노 전 대통령이 타계하신지 5년이 지난 만큼, 왜 노 전 대통령이 극단의 선택을 했는지, 아니 그러지 않을 수 없었는지에 대해 순전히 필자의 정치판 경험에 소설가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해보도록 하겠다.

이명박정권이 들어서자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이 급속하게 생성되고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잃어버린 10년은 김대중정권과 노무현정권을 의미했고 이 이야기는 이명박정권을 향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으라는, 즉 지난 정권을 단죄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섰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우리가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이명박정권의 목표가 노 전 대통령이었겠느냐의 부분이다. 백 번을 양보해 생각해보아도 필자의 생각은 절대로 아니다.

주로 역사소설을 집필하고 또 우리 현대 정치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살필 때, 건방지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노 전 대통령은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다소 흠결이 있었지만 인간적 측면에서는 높게 평가한다.

가족과 주변의 부정과 부패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은 그 부분에 절대로 연루되지 않을 사람이라 철저하게 믿고 있다. 실제로 개인 노무현에게는 부정과 부패에 대한 어떠한 흠결도 나타나지 않았었다.

결국 이명박정권의 최종 목표는 당연히 김대중정권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위치한 노무현정권을 거치지 않고는 김대중정권을 향해 비수를 날릴 수는 없었다. 그런 연유로 이명박정권은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얼토당토 않는 사유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당연히 이명박정권의 의도를 알아챘고,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노 전 대통령은 그야말로 고뇌의 찬 선택을 하게 된다. 즉 자신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모두를 살리고자 했고 결국 그의 자살로 ‘잃어버린 10년’은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나의 추리가 그저 헛 상상일 수도 있다. 허나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 부패와 연루되어 자살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도 어불성설이다. 왜냐, 그렇다면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이 나라 모든 전직 대통령이 자살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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