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욕먹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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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욕먹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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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보다 못한 국가정보기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가정보원이 테러 대상으로 지목된 한국인의 신상을 공개했다. 사안이 테러 위협을 다루고 있다는 면에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질타가 이어졌다. 심지어 당사자는 국정원의 발표 직후 언론사의 취재 전화를 받기 전까지 자신의 신원이 노출되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가중됐다. 테러 위협을 경고하면서 오히려 테러 대상자를 국민과 언론에 상세하게 알려준 국정원.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지난 20일, IS가 국내 미국 공군 시설과 우리 국민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한 것과 관련해 이달 말 군·경 합동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경이 합동으로 테러를 예방할 수 있는 모든 대비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주소에 이름까지…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은 “북한이 마치 IS처럼 위장해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테러 위협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합동으로 국민의 테러 공포와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정원은 또 IS가 김모씨의 신원을 해킹해 공개한 배경과 관련, 해킹 능력을 과시하고 경각심과 공포심을 심어주려고 실명을 적시한 것으로 분석했다. 여야 의원들은 국정원의 발표 과정에서 김씨의 신원이 알려진 것을 두고 국정원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국정원은 지난 19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인 ISIL(IS)의 비밀 지령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IS의 지목대상자 김모씨가 속한 복지단체 사이트가 해킹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은 발표와 함께 김모씨의 이름은 물론 이메일, 옛집 주소까지 공개했다.

김씨가 테러 대상으로 지목된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는 없고 김씨가 평소 영어를 번역한 글을 (인터넷에) 많이 올리다 보니 대상이 된 듯하다”고 추측했다. IS가 테러 대상으로 지목한 복지단체 직원 여성 김모씨는 현재 한 사단법인에서 일하고 있으며 소규모 출판사 대표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는 국정원의 발표가 있은 후 언론사의 취재 전화를 받기 전까지 자신의 신원이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상을 공개하기 전 김씨에 대해 국정원과 경찰이 신변을 미리 확보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차원의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사실에 비난이 빗발쳤다.

IS 테러 경고 과정서 일반인 신상 노출
상황 모르던 경찰 당사자 테러문의 받아

김씨는 “(IS에게) 연락받은 적 없다”라고 했고, 김씨 가족 역시 “얘는 아직 그런 것을 전달받은 것은 없는 것 같다”라고 답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김씨의 어머니는 “국정원과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우리 딸이 테러 위협을 받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저녁 늦게 경찰이 딸의 집을 찾아와 ‘신변 보호 조치를 위해 찾아왔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라고 어이없어했다.


 


이처럼 신변보호 없는 신상 공개, 국정원과 경찰의 손발 맞지 않는 대처에 네티즌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IS는 지난해 9월 한국을 ‘십자군 동맹국·악마의 연합국’ 등으로 지칭하며 테러 대상으로 지목했다. IS는 또한 올해 초 해킹을 통해 입수한 우리 국민 20명의 명단이 포함된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IS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를 시작으로 유럽·미주뿐 아니라 아시아로 테러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위장 난민·자생적 동조세력에 의한 테러를 유도함으로써 위협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국정원은 “정부는 테러방지법 시행으로 신설된 총리실 산하 대테러센터를 중심으로 범정부적 테러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국제 테러단체의 동향을 예의 주시해 테러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IS가 이처럼 무작위로 전 세계 일반인들의 신상을 해킹해 테러 대상자로 지목하는 행위를 수세에 몰려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한국 등 전 세계 서방국가의 IS 동조 세력들에게 정보수집 능력을 과시하고 테러를 독려하기 위한 일종의 선전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비난의 화살

그런데도 국정원은 IS가 공격하겠다고 내놓은 명단에 사람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까지 더해 공개함으로써 IS의 테러행위에 일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정원은 “김씨의 신변보호를 위해 경찰에 이틀 전 통보했고, 구체적 신상을 공개한 것은 발표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라고 해명했지만, 비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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