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서방파' 행동대장 탈주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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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서방파' 행동대장 탈주 시나리오

일요시사 0 1152 0 0

검찰 농락한 '김태촌 오른팔' 어디에?

[일요시사=사회1팀]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김태촌 오른팔'로 불리던 '범서방파'행동대장이 형집행정지 도중 사라져 행방이 묘연하다. 벌써 보름째다. 검거를 자신했던 검찰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홀연히 사라진 그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이모(58)씨가 사라진 것은 지난달 22일. 폭력조직 '범서방파'행동대장이었던 이씨는 수술을 받기 위해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입원 중 돌연 자취를 감췄다.

그가 지냈던 곳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병원.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어깨가 아프다는 이유로 지난 2월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치료를 받던 이씨는 지난달 "다른 어깨에도 통증이 느껴진다"며 형집행정지를 연장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고, 검찰은 이달까지 기간을 연장해줬다.

뒤에 누구 있나

이게 화근이 됐다. 지난달 5일 수술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던 이씨는 22일 잠적했다. 이씨가 먼저 도망쳤고, 이후 측근이 병원에 들러 짐을 빼갔다. 검찰은 수술 직후 이씨가 병원을 들락날락한다는 첩보를 입수,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추적해 이상 행동을 포착했다. 곧바로 형집행정지를 취소하고 병원에 이씨를 데리러 갔지만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검찰은 이씨의 행방을 좇고 있다. 처음 이씨의 탈옥 사실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검찰은 검거를 자신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검거반이 이씨의 소재를 파악하고 위치를 추적 중"이라며 "이미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곧 검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언장담했던 검찰의 검거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벌써 보름째다. 홀연히 사라진 이씨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검찰 안팎에선 이씨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자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여러 의혹과 관측이 나돌고 있는 것.

형집행정지 받고 입원치료 중 도주
'행방 묘연' 추적 피해 보름째 잠수

먼저 '해외출국설'이 제기된다. 이씨가 사라진 22일은 검찰이 확인한 날짜다. 그전에 도망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씨가 본격적인 추적 직전 해외로 출국했다는 시나리오가 그래서 나온다.

이씨는 충분히 그럴만한 거물급 조폭이다.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의 오른팔로 활동했던 그는 1986년 인천 뉴송도호텔에서 호텔 나이트클럽 사장 황모씨를 흉기로 난자한 사건의 주범인 것으로 알려졌다.

돈도 꽤 있다. 이씨는 2003년 강남의 호텔을 인수한 뒤 실질적 사장 노릇을 해왔다. 이씨는 호텔을 담보로 은행에서 200억원을 빌려 일부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번에 복역한 것도 호텔을 운영하면서 투자금 명목으로 9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다.

같은 맥락에서 '밀항설'도 배제할 수 없다. 수배 이후 배나 비행기로 몰래 외국으로 도망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밀항은 조폭들이 법망을 피해 달아나는 대표적인 수법. 일본이나 중국, 홍콩,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죄지은 조폭들의 '단골'밀항지로 꼽힌다.

2008년 중국으로 밀항한 '희대의 사기꾼'조희팔이 그 사례다. 수사망을 유유히 빠져나간 기업인들도 한둘이 아니다. 만약 밀항했다면 그의 도피행각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조폭은 "이씨가 해외조직과도 친분이 있어 해외로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밀항설, 살해설, 성형설…'추측 난무

해외출국설과 밀항설의 연장선상에서 '비호은둔설'도 힘을 받고 있다. 누구의 도움 없이 도피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다. 이씨는 사업을 한 '큰손'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거물급 인사와도 친분을 자랑했다는 후문이다.

잠적이 길어지면서 '신변이상설'까지 부상하고 있다. 검찰이 잡을 수 없는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바로 특정 세력에 의한 '납치감금설'과 '살해설'이다. 나아가 검찰 추적은 물론 특정 세력의 압박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자살설'까지 대두한 상황이다.

'안잡냐 못잡냐'는 논란 속에 일각에선 '성형설'이 나돈다. 촘촘한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은 외모를 바꿨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영화 같지만 범죄자들이 추적망을 피하기 위해 성형수술로 얼굴이나 체형을 바꾸는 일은 비일비재할 정도다.

"해외 나갔을 것"

실제 2008년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달아난 해남 '십계파'두목 박모씨는 쌍꺼풀 수술과 보톡스 시술 등으로 얼굴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고 4년간 도피하다 지난해 말 체포된 바 있다. 외국에선 범죄자 성형은 흔한 일. 성전환까지 한다.

검찰은 각종 설을 일축했다.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누가 잠적하면 이런저런 소문이 나돌기 마련"이라며 "그런데 모두 억측일 뿐이다. 이씨는 국내에서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 전국을 샅샅이 뒤지고 있으니 반드시 꼬리가 잡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민우 기자<pm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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