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밥그릇에 내몰린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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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원님들 밥그릇에 내몰린 어린이들

일요시사 0 1167 0 0

3일, 국내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영유아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결국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 지도부가 처리키로 합의했던 이 개정안은 지난 1월,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이슈화되자 곧바로 정치권에서 관련 개정안을 발의해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장에는 재적 295명의 의원들 중 127명(구속중인 새누리당 송광호·조현룡 제외)이나 빠진 171명만 참석해 찬반 투표에 표를 던졌다.

결과는 찬성 83석, 반대 42석, 기권 46석으로 재석 과반(86석)에 3표 모자라 결국 부결처리됐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에서 27명, 새정치민주연합 55명, 정의당에서 5명이 각각 반대표를 행사했다.

정가는 물론, 학부모, 시민단체들도 '당연히' 가결을 예상했던 터라 부결에 대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특히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는 학부모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분노와 반발이 거세다.

수도권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자기들은 CCTV까지 다 달려있는 국회어린이집으로 애들 보내면서 자녀들이 학대를 당할 일이 있겠느냐. 국민 세금으로 호화찬란한 국회어린이집이나 만들면서 일반 시민들 어린이집은 못 달게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 개정안은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영상은 최소 60일 이상 저장토록 하되, 다만 학부모 전체가 동의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CCTV를 설치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저장된 영상은 자신의 아이가 학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는 학부모를 비롯해 수사기관과 지도·감독에 나선 공공기관으로 한정했다.

만약 CCTV를 당초 취지와 다른 목적으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향하도록 조작할 경우,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강화했다.

개정안 발의 당시엔 금방이라도 통과시킬 것 같았던 정치권이 왜 갑자기 등을 돌렸을까?

답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있다. 실제로 내년 총선을 의식한 의원들이 '표 관리'를 위해 CCTV 설치 의무화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수도권 의원의 "지역에서 어린이집 원장들의 입김이 상당히 세다. 내년 총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은 '밥그릇 지키기'의 일환으로밖에 설명될 수 없다.

실제로 이날 표결에 나섰던 136명의 지역구 의원들 중 절반가량인 67명이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졌다.

'정치는 곧 민생'이다. 민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민생을 더욱 돌봐야 결국 민심을 얻는다. 당장 코앞에 놓인 빵만 먹겠다며 반대나 기권표를 던진 지역구 의원들은 이 점에 대해 다시한번 심각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민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민심에 역행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자연스레 그들을 택하기 마련이다. 당장의 내년 총선을 의식해 대의를 생각하지 못하고 소의만 쫒다가는 미역국을 들이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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