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고 레고’에 울고 웃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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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분석> ‘닌자고 레고’에 울고 웃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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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린이 장난감 대세는 완구…시리즈 품귀현상, 온라인서 웃돈 거래

[일요시사=경제1팀] ‘뽀통령’이라 불리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뽀로로의 시대는 갔다. 가요계의 인기 아이돌 순위가 매주 바뀌 듯 아이들 세계의 아이돌도 꾸준히 교체된다. 한때 뽀로로에 웃고 울었던 아이들은 이제는 레고사의 ‘닌자고 시리즈’에 홀딱 빠졌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제품을 구하기조차 어려운 탓에 부모들은 발을 동동 굴고 있다.

빨강, 파랑, 초록 레고 닌자들이 악의 제왕을 통쾌하게 물리친다. 애니메이션계 대스타 인 ‘뽀로로’와 ‘파워레인저’를 누르고 아이들의 대세로 자리 잡은 만화영화 ‘닌자고’다. 폭발적인 인기를 반영하듯 닌자 시리즈 완구는 일찌감치 품절 상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둔 부모 사이에 ‘없어서 못 사는’ 장난감으로 꼽힌다. 가격이 비싼 데다 그나마 제품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닌자고를 사줄 수 있는 지’가 부모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없어서 못 산다

‘닌자고’는 지난해부터 대형마트 완구업계의 매출을 이끌고 있다. 한 온라인 종합 쇼핑몰에서도 7만개가 팔리며 주요 생필품들과 함께 히트상품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2011년 말 첫 방송 시작부터 큰 인기를 끌어 닌자고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품귀현상이 일고 있다”이라며 “대형마트에서 닌자고를 구매하려면 아침부터 줄을 서야 겨우 구할 수 있고, 사재기 방지로 한 사람 당 하나 씩 밖에 구매를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행사로 6만 여개를 준비했는데 순식간에 동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닌자고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온라인에선 웃돈까지 붙어 팔리고 있다. 중고제품 매매 카페인 중고나라에선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인 ‘에픽 드래곤’이 대형마트(12만9900원)보다 3∼4만원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오픈마켓에선 해당 제품이 50%가량 비싼 19만∼22만 원에 팔린다.

한 판매자는 “아시다시피 인기가 많아 진열대에 놓기가 무섭게 사라지는 제품”이라며 “비싸면 20만원까지 받는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주부 김모(38)씨는 “닌자고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고, 판매처에 따라 가격의 폭이 너무 크다”며 “16만원 정도 하는 대형 인터넷 쇼핑몰은 매진이고, 오픈마켓에서는 사재기를 해서 물건을 푸는지 20만원을 훌쩍 넘긴다”고 한탄했다.

이어 김씨는 “결국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비싼 가격에 사줬다. 아이들 장난감 하나에 몇 십만 원이나 주고 구매한 것은 처음인데, 문제는 닌자고가 시리즈로 있어서 하나만 사줄 수 없다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다른 닌자고를 사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들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라고 덧붙였다.

완구 시리즈 품귀현상…온라인서 웃돈 거래
‘꿩 대신 닭’문방구 부실 중국산 짝퉁 판매

닌자고의 열풍은 케이블 TV에서 레고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고 있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레고코리아 관계자는 “장난감을 출시하고 곧바로 만화영화를 방영한 점이 인기를 증폭시킨 요인”이라며 “아이들이 등장인물 캐릭터를 모아 역할 놀이를 할 수 있는 데다 캐릭터가 많아 수집하고 싶어 하는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활개를 치는 것은 중국산 짝퉁 제품이다. 서울과 경기 지역 초등학교 앞 문방구와 동대문 문구거리, 고속도로 기념품 판매점 등에서 짝퉁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나마 짝퉁 제품도 너무 잘 팔려서 종류를 다 찾기가 힘들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역시 싼 게 비지떡.

짝퉁 제품 구매자는 “학교 앞 문구점에서는 다양한 닌자 시리즈가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아이가 너무 갖고 싶어 하기에 한 번 사줬다”면서 “그러나 구매한 닌자 중 하나는 팔과 목이 안 껴지고, 머리가 고정되는 등 완전 불량품 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짝퉁 구매자도 “짝퉁 닌자를 구매해 조립 후 세우니 다 부서지고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며 “또 어떤 블럭은 굉장히 뻑뻑한데 어떤 블럭은 너무 헐렁해서 조립하기도 굉장히 힘들었다. 싸구려 형광염료를 쓰는지 장난감의 색이 손에 그대로 묻어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이들에게 짝퉁을 사줬다가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주부 박모(40)씨는 “구하기가 힘들어 급한 마음에 짝퉁 닌자고를 사줬는데, 아이가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다가 ‘짝퉁’이라며 무시를 당하고 왔다”며 “알고 보니 피규어 색과 프린팅도 달라 아이들은 한 눈에 알아볼 정도고 정품은 위에 NINJAGO(닌자고)라고 적혀 있는 반면, 가짜는NINJA(닌자)라고 쓰여 있더라. 아이가 집에 와서 울고불고 하는데 정말 난감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씨는 “부담이 됐지만 그렇다고 주변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는데 내 자식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 없어 어렵게 구해 정품을 사줄 수 밖에 었었다”며 “가계비를 초과했어도 그나마 구할 수 있어 위안을 삼았다”고 덧붙였다. 웬만한 어른 선물보다 더 비싼 장난감이지만 부모입장에서 아이들의 요구를 선뜻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허리 휘는 엄마 아빠

이 같은 부모의 마음을 간파해 온라인에서는 프리미엄 가격이 붙고, 문구점 등은 인체에 해로운 짝퉁상품까지 진열해 놓으며 부모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계속되는 불황 속 부모들의 지갑은 가볍기만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지갑은 털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키즈산업 현주소
돈 되는 ‘어린이 마케팅’

최근 소비의 주체는 ‘어른’이 아니라 ‘아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불황 속에서도 무엇이라도 사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 즉 아이들을 움직여야 대박이 난다는 소리다. 이에 키즈산업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키즈산업’이라고 하면 완구, 의류 정도였지만 요즘에는 그것을 넘어 치과, 한의원, 펀드, 카페, 극장 모두 키즈가 붙어있다. 그래야 돈이 된다는 것.
키즈산업은 업계에서 불황을 타파할 수 있는 타개책으로 떠오르며 최근 5년간 매년 20%씩 성장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키즈산업은 3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보통 0∼14세 영유아부터 초등학교까지를 키즈산업이라고 보는데 아이들이 먹는 식료품에서부터 생활용품까지 다양하다. 모 백화점에서는 워낙 열풍이 불다 보니 아이들 전용 키즈관이 생겼는가 하면, 수입 이유식 전용관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든 산업에 ‘키즈’만 붙어도 불황이 없다는 공식마저 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젊은 엄마들은 고학력에다가 자기도 자아실현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지만 내 아이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내 자아실현을 아이에게 얹는다”며 “자녀도 한 두명에 불과하므로 몰아주기가 되는 것이다. 키즈산업은 그런 부모의 심리를 바탕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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