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권위’ 기업 총수들 비화대통령보다 더 털털한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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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지금>‘탈권위’ 기업 총수들 비화대통령보다 더 털털한 회장님

일요시사 0 824 0 0
▲(사진 왼쪽부터)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현대가는 소탈한 가풍으로 유명하다. 현대의 창립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이어져 온 집안 분위기이도 하다. 정 명예회장은 30년 동안 구두 3켤레로 생활했다는 일화는 재계에선 이미 유명한 일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탈권위’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식판을 직접 들고 배식을 받는 사진은 불합리한 권위를 벗어던진 ‘유연한 권력’의 상징처럼 회자된다. 재계도 탈권위 바람이 덩달아 불면서 소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총수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요시사>서 이들을 조명했다.
 


소탈이 가풍 수평적 문화

정 명예회장은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칭하며 권위를 내려놓고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의 차남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의 소박함을 물려받았다. 

현장을 시찰할 때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허름한 차림에 크게 닳은 구두를 신고 현장을 확인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소탈 행보는 정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권위를 내려놓고 현장으로 파고드는 모습에서 정 명예회장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정 부회장이 최소한의 인원만 대동하고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소통하는 모습은 자주 목격된다. 

정 부회장의 모습은 재계서도 정평이 나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변호사가 ‘소탈하고 겸손한 경영자’라고 호평한 것은 괜한 말이 아니다. 

그는 로열패밀리 3세에게 있을 법한 ‘허세’가 없다. 그는 김치찌개를 좋아하고 소주와 막걸리 등의 술을 즐겨 마신다. 체력관리를 위해 골프장을 즐겨 찾는 정 부회장은 수행비서 없이 운동에 몰입하기도 한다.

소박한 음식을 즐기고
허례허식은 생략하고

정몽구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역시 탈권위를 외치는 로열패밀리로 구분된다. 그는 지난해 사내제도를 유연하게 바꾸는 시도를 했다. 점심시간 제도를 폐지하고 복장을 자율화한 것이다. 

권위주의 의식이 남아있는 사내문화에선 쉽게 결행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기존의 권위적인 문화를 타파하고 효율을 중시하는 사내문화의 정착을 위한 시도라는 해석이 잇따랐다. 반응도 괜찮았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소통하며 유연한 사내문화 정착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도 평소 ‘무허세 경영’으로 유명하다. 그는 해외출장을 다녀올 때 의전이나 허례허식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국외 출장 배웅을 위해 공항에 나갔던 한 직원에게 ‘일 안 하고 뭐하러 여기까지 나왔느냐’고 야단친 일화는 그룹 내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세아그룹도 탈권위적인 회사로 평가된다. 철강회사서 느껴지는 딱딱한 기업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가다. 그 배경에는 총수 일가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총수 일가의 3무 경영은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3무 경영은 의전과 격식, 수행이 없는 경영을 의미한다. 세아그룹 3세 경영인인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에 대한 평가도 이같은 영향을 받아 우호적이다. 

겸손함과 듬직함을 두루 갖췄다는 것이 중론. 그들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겸손한 자세에 대해 꾸준히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두 전무는 서울 합정동에 있는 세아타워 인근 식당서 직원들과 같이 식사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소탈서 나오는 
원할한 소통

이주성 전무는 재벌가 후계자로서는 드물게 연애결혼을 했다. 이 전무는 시카고대 유학 시절 만난 초등학교 동창 민규선씨와 결혼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역시 소탈한 행보로 유명한 기업 총수다. 자수성가형 총수로서 자연스레 몸에 밴 정서이기도 한다. 임직원들과의 격의 없이 대화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때론 시장서 임직원들과 권위를 내려놓고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한다. 

공장 시찰 때 부회장만 대동하고 현장에 등장하는 일도 있다. 해외 출장 때는 비서없이 혼자서 업무를 수행한 일화는 꽤 알려져 있다. 재계에선 그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무형 기업가라고 평가한다.
 

최고 기업 두산가에도 소탈한 행보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로열패밀리가 있다. 두산가 3세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4세인 박정원 두산 회장이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가의 탈권위주의 노선을 걷는 인사로 유명하다.

“야근, 상명하복 등 낡은 경영 문화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과 사회적 지위를 좀먹는 고질적 병폐다. 기업 구성원들이 좀 더 생산적으로 일하고, 국민들도 기업에 대한 시선을 바꿔갈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업무방식과 구태문화를 바꿔나가겠다.”

지난해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서 박 회장이 한 말이다. 말뿐이 아니다. 그는 깜짝 만남을 통해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기도 하고, 치맥(치킨+맥주)을 먹으며 야구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생활을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동대문 두산타워의 인근 식당서 편하게 식사할 때가 많은 박 회장이 깜빡하고 지갑을 놓고 와 외상했다는 일화가 그의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매년 대학서 열리는 기업설명회와 해외서 개최되는 신입사원 채용설명회에도 참석한다. 박태준 전 총리의 빈소에 수행원 없이 홀로 조문을 가 기자들도 못 알아보는 경우도 있었다. 오너일가로서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모두가 공감하는 일상
다함께 어울리는 취미

지난해 말 두산그룹의 총수가 된 박정원 회장 역시 탈권위적 행보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묵한 스타일로 알려져 있지만 운동을 좋아한다. 특히 야구광으로 전해진다. 그는 고려대학교 재학시절 야구동아리서 2루수를 맡았다. 

현재는 프로야구 시즌 중에 꾸준히 야구장을 방문해 경기 관람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권위주의적 행보는 기업을 이끄는 총수에게 기본적인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승계작업이 한창인 예비 총수들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몸을 낮춰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는 추세다.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임상민 전무 역시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격의없이 직원들과 소통하고 구내식당서 식사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임 전무 자매는 회식 자리도 꾸준히 참가해 직원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있다.

K뷰티를 이끌고 있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도 탈권위를 지향하는 리더다. 서 회장은 조용한 경영을 추구하지만 모든 회사 구성원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손수 직원들에게 차를 타서 내주기도 한다. 말단 직원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자세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형성하는데 기반이 됐다. 

덕분에 아모레퍼시픽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기반으로 K뷰티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도 최근 소탈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권위보다 소통에 방점을 찍고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직원들과 번개 저녁식사를 즐기며, 일찍 출근한 직원과의 티타임을 갖는다. 추운 겨울에는 목도리를 선물하는 등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덕분에 동국제강은 업황 불황에도 준수한 실적을 기록하며 견실한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격의 없이 대화
문자 주고 받아

한국타이어의 3세 경영인인 조현식·조현범 사장은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직원들과 소통을 중시한다. 조 사장 형제가 직원들과 소통하는 매개는 운동이다.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족구, 축구 등을 즐긴다. 직원들과 함께 팀을 이뤄 협동심을 키우고 이따금 가벼운 내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여느 2세 경영인 같지 않게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스스로 운전해 취임식에 나타난 일화는 유명하다. 해외 출장에 수행비서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일도 잦다. 그는 소탈한 리더십을 갖춘 경영인으로 재계에 소문이 나있다.
 

김영진 한독 회장도 소탈한 경영인으로 평가된다. 직원들과 어울려 편하게 술자리를 갖는다. 점심때는 구내식당을 찾아 직접 식판을 들고 배식을 받아 점심을 해결할 때도 있다. 전직원과 간담회도 진행했고, 직원들과 트레킹을 즐기기도 한다.

김치찌개에 소주
치맥에 야구관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젊은 경영인답게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은 SNS를 활용해 임직원들뿐 아니라 고객과의 소통도 시도한다. 직원들과는 직접 소통을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기도 한다. 직원들도 정 부회장의 탈권위적 행동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하남 개장 이후 현장을 도는 일이 많은데 정 부회장을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내방객들도 있다. 권위적인 경영인에게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최근 전기자동차를 구입했다.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차량 구입에 대한 배경이다. 젊었을 때는 오토바이를 통해 유럽일주를 했다.

한진그룹의 3세 경영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젊은 경영인답게 격식에 얽매이기보단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현장 직원들과의 번개 미팅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때로는 직원들과 식사를 하기도 하는데 잔치국수, 칼국수, 만두 등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직장인들은 최근 조성되고 있는 수평적 사내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평적 사내문화 정착의 보편적인 제도인 수평적 호칭제도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표하고 있는 것.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3월 직장인 915명을 대상으로 수평적 ‘호칭제도’에 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77.3%의 직장인들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지하철 타고 약속 장소로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기업에는 수평적인 사내 문화 바람이 불고 있다”며 “권위를 내려놓고 소통하려는 경영인들이 많아지면서 수평적 사내 문화가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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