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조차 상실한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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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우의 시사펀치> 개념조차 상실한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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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우 소설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정당 당직자(현 새누리당) 생활을 접고 소설가로 변신하면서 느낀 일이 있다. 작고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인간이었다고. 그 전까지 그는 나에게 타도해야 할 대상에 불과했다. 이를 자각하고 한동안 치를 떨었었다. 그분도 엄연히 한 여자의 지아비요 자식들의 자상한 아버지인데 내게 둘러쳐져 있었던 틀 안에서 내 멋대로 재단하고 있었다니. 

그 일을 계기로 사고의 자유를 얻고자 노력했다. 아니, 그러기 위해 소설가로 변신한 만큼 열린 사고로 매사에 임하기 시작했다. 나는 보수와 진보에 대해 사전적 의미를 떠나 ‘닫힌 마음’과 ‘열린 마음’으로 재단한다. 보수가 닫혀 있는 반면, 진보는 열린 마음을 견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현실에 대비시켜보자. 보수로 지칭되는 새누리당의 일부를 살피면 닫힌 마음이라는 등식이 거의 맞아떨어진다.

문제는 진보진영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이 열린 마음으로 무장하고 있을까. 절대로 아니다. 입으로만 진보를 외쳐대고 있지 실상은 닫힌 마음, 즉 편협으로 무장돼 있다. 아니 한편으로 살피면 오히려 보수진영보다 더 닫혀있다. 그 실례를 들어보자. 양 진영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5·16에 대한 평가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는 거침없이 쿠데타로 받아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5·16은 혁명도 또 쿠데타도 될 수 있다. 즉 판단 시점의 문제다. 지금의 시각으로 판단한다면 당연히 쿠데타다. 그러나 그 일이 발생했던 1961년 시점에서 판단하면 어떻게 될까.

그를 위해 동 사건의 최대 피해자일 수 있는 윤보선 대통령이 5·16 사흘 뒤인 5월19일 하야를 발표하면서 각 언론사에 전한 성명서를 살펴보자. ‘무사하게 이 나라 일을 군사 혁명위원회 사람들이 맡아보게 했으며 국민이 또한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안심하고 이 자리를 물러나겠다.’

다시 한 예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을 들어보자. ‘너무나 배가 고파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에 자원입대를 결심했다.’ 당시 선망의 대상이었던 대학생 그것도 등록금이 만만치 않았던 사립대생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언급의 진위 여부를 떠나 당시의 상황은 상위층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수의 국민은 인간으로 정립되지 않았던 상태였다.

그런 상황으로 살필 때 동 사건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지금의 시각으로 그저 쿠데타라고 외쳐대야 할까. 그러기에는 너무 어설프다. 프랑스의 유명한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흐는 ‘역사는 철저하게 당시 처한 환경에 입각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근에 불거진 북한에 대한 대처 문제다. 진보진영에서 보인 행태를 살피면 결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생각되지 않는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지나치게 편협된 시각으로 대처하고 있다. 북한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여러 말이 필요치 않다. 당연히 북한 주민들에게 시선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진보의 시선은 북한주민이 아닌 지배층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사회가 정상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진보가 바로 서서 힘을 발휘해야한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보수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하고 당연하게도 국민들에게 미래를,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는 식의 절망은 결코 진보가 취할 행동이 아니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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