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도둑개점’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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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도둑개점’ 꼼수

일요시사 0 891 0 0

‘한집 건너 한집’ 박터지는 쌍둥이매장

[일요시사=경제팀] 최근 거리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점포는 단연 프랜차이즈 매장이다. 프랜차이즈 천국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신규 점포가 늘어나면서 바로 코 앞에 똑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서는 경우도 발생한다. 무분별하게 가맹점 수가 늘어나면 본사의 수익은 늘어나지만 각 가맹점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 배명고 인근 반경 2㎞ 내에는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가맹점인 티스테이션(T-station)이 8곳이나 있다. 2006년 1월 송파점 오픈 이후 같은 해 10월 잠실점(송파점에서 1.9㎞), 2010년 백제고분로점(1.1㎞)·문정점(2㎞), 올해 5월 송파배명점(200m)·송파삼전점(500m) 등 7개의 매장이 연달아 개장했다. 그야말로 ‘한 집 건너 한 곳’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2분 거리에 2개

송파점 가맹점주 김모(55)씨는 “불과 6년도 안 돼 내가 운영하는 매장 주변에 6개 가맹점이 추가로 개장했다”며 “인근에 가맹점을 새로 낼 때는 기존 가맹점주의 동의가 필요한데도 한국타이어 측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또 “경쟁이 치열해져 매출이 35%가량 떨어졌는데도 부과된 할당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타이어 가격을 올리는 횡포까지 부리고 있다”며 “주변에 가맹점을 무분별하게 개장하고 과당 경쟁을 부추기니 판매가 부진한 곳은 알아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할인판매를 할 수밖에 없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결국 김씨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전국 시민사회단체 연합체인 경제민주화국민본부와 함께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타이어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가맹점이 늘어나면 한국타이어가 얻는 전체 매출은 늘어나지만 개별 가맹점은 영업 지역을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며 “타이어 판매 사업은 타이어 교체 시기가 잦지 않다는 점에서 사업장이 밀집될 경우 고객 확보를 위한 과도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또 “한국타이어가 티스테이션 가맹점에 판매 목표량을 부과하고 달성 비율에 따라 매장 공급 타이어 가격의 할인율을 달리해 가맹점을 착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전국 직영매장을 포함해 지난 2008년 223개, 2009년 247개, 2010년 310개로 확대했으며 현재 440여개의 티스테이션 매장을 운영 중이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8개 매장이 밀집한 서울 송파구 외에도 서초구, 양천구, 광주 북구, 대전 서구, 울산 남구 등에 6개 이상의 매장이 밀집해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2008년 223곳에서 올해 440곳으로 두 배 가까이 가맹점 수가 늘었다”고 지적하면서 “‘가맹사업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한 공간 내에서는 가맹점의 영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내 가맹점 8곳 개점…허리 휘는 티스테이션
“영업권 보장 하라” vs “법적으로 문제 없다”

한국타이어가 이렇게 무분별한 횡포를 부릴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관련 법에 현실적인 출점거리 제한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법적 제한이 없으니 눈 앞에 새 가맹점이 생겨도 제재하거나 대응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가맹점의 영업권을 무시한 무분별 출점은 까다로운 가맹점주를 길들이거나 보복 혹은 내쫓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실제 화장품 브랜드숍 ‘토니모리’ 여천점을 운영해오던 한 점주는 지난 6월부터 포인트카드 불법 등록을 문제로 본사와 갈등을 겪고 있던 중 지난 10월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같은 브랜드의 매장이 문을 열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점주는 “새로 생긴 매장에서 오픈 기념 30% 세일을 진행하는 등의 마케팅을 펴고 있어 우리 가게에는 물건을 사러 온 손님들보다 물건 환불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맹점 브랜드가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르자 소형 대리점들을 대형매장으로 바꾸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맹 본사의 횡포를 근절하려면 영업지역 보호조항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올해 제과제빵 500m, 치킨 800m, 피자 1500m 등 가맹점 간 거리 제한을 만들었고 조만간 커피전문점과 편의점도 추가할 계획”이라면서도 “다른 업종에 대한 모범거래기준 확산 계획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양한 업종에서 가맹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세부 업종별로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기준을 이른 시일 내에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대기업의 일방 통행식 결정으로 인한 가맹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거리 제한 규정을 타 업종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라며 “공정위는 중소 가맹점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를 철저히 조사해 본사만 배부르고 가맹점은 죽도록 경쟁해야 하는 구조는 개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주 길들이기?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사입을 둘러싼 분쟁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역시 기존 가맹점 인근에 새로운 가맹점 또는 직영점을 개설함에 따른 영업지역 침해 문제다.

한정된 상권에 가맹점들이 밀집하면 점포당 매출이 떨어지고 부실률도 급격히 높아지는 만큼 가맹사업 당사자 간에 각별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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