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본색 드러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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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본색 드러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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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 없다더니…망한 회사 물려준다

[일요시사=경제1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본색을 드러냈다. 기획부도 논란과 더불어 경영권에 집착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을 받더니, 두 아들들에게 계열사 지분을 야금야금 넘겨주며 후계구도를 위한 승계를 마무리 지었다. 그간 2세 대물림 경영을 부인해 온 것과 상반된 결과다. 윤 회장이 가면을 벗고 재벌 오너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웅진홀딩스가 그룹의 모태인 웅진씽크빅과 북센만 남기고 나머지 모든 계열사를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경영권을 유지하고 재기를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아들인 윤형덕, 윤새봄씨가 아버지 대신 사재를 출연하고 추후 웅진홀딩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가업을 이을 전망이다.

경영권 집착하더니…

지난 4일 웅진그룹과 채권단 쪽에 따르면 양쪽은 웅진홀딩스가 계열사 웅진씽크빅과 북센을 거느린 지주사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했다. 이 계획안 안에는 윤 회장의 사재출연을 전제로 한 웅진홀딩스 최대주주 재구성 계획도 담겼다.

윤 회장 측은 웅진케미칼, 웅진식품, 웅진폴리실리콘, 웅진에너지, 웅진패스원 등을 매각해 440억 가량을 확보하고, 웅진홀딩스 감자 후 줄어든 지분을 다시 최소 25% 가량 매입할 수 있게 채권단과 합의했다.

웅진홀딩스 회생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7대 1의 비율로 감자를 진행함에 따라 윤 회장의 웅진홀딩스 지분은 73.92%에서 1%대로 줄어들지만, 윤 회장이 출연할 사재 400여억원으로 웅진홀딩스 지분 25%와 웅진씽크빅 지분 3.5%를 매입할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은 웅진씽크빅과 북센 등 2개 계열사를 거느린 웅진홀딩스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합의안에서 주목할 점은 추후 권리를 갖는 이는 윤 회장의 두 아들이라는 점이다. 합의안에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재를 출연할 실질적인 주체는 윤 회장의 첫째 아들인 윤형덕 웅진그룹 경영기획실장과 둘째 아들 윤새봄 웅진케미칼 차장이다.

윤 회장은 현재 계열사 유가증권 대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았고, 서울 저축은행 부실로 현금 보유량은 거의 없다.

윤 회장은 지난 2010년 서울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계열사 지분 등을 담보로 내놓아 7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쏟았고, 그룹을 통해서도 17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자본잠식을 막지는 못했다.

두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웅진코웨이 지분 195만주를 추가 담보로 제공했다. 이후 웅진코웨이는 MBK에 매각되고, 아들들은 매각금 975억원 중 620억원을 아버지를 대신해 변제했다.

윤 회장은 아들들이 대출금을 갚아주자 지난달 21일 매각 제한이 풀린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 지분 각각 8.84%와 10.8%를 절반씩 나누어 아들들에게 양도했다. 사실상 시장가치가 있는 마지막 유가증권을 대물 변제한 셈이다.

‘사재출연’윤형덕·새봄 두 아들 실질적 주체
웅진홀딩스 유상증자 참여해 가업 이을 전망

업계에서는 이런 배경 아래 구조조정 이후 남게 될 웅진의 초기 가업은 자연스럽게 두 아들들이 물려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은 부실 금융사의 대주주로서 무한책임을 지고 있고, 이 때문에 앞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해 재기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해 마지막 자산을 물려준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며 “향후 두 아들들은 남는 현금을 추가지분을 확보하는데 쓰면서 웅진은 자연스럽게 2세 경영 체제로 전환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2세 승계 구도가 구체화되자, 윤 회장의 본색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평소 윤리 경영을 강조하며 친인척을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윤 회장의 진짜 속내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실제 윤 회장은 “(대기업 오너의) 2세라고 해서 무조건 (경영권을) 대물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들이라도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회사 경영을 맡기지 않겠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대외적으로 내보인 대물림 경영에 대한 부정적 입장 탓에, 윤 회장의 2세들은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계열사 지분을 거의 갖지 못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론 두 아들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수순을 밟고 있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장남인 윤 웅진그룹 경영기획실장은 지난 2008년 웅진코웨이 영업본부 대리로 입사, 이후 1년마다 승진을 했다.

2009년 신상품팀장(과장), 2010년 경영전략팀장(차장), 2011년 경영기획실장(부장) 등 알짜 부서를 옮겨 다니면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차남인 윤 웅진케미칼 차장도 지난 2009년 웅진씽크빅의 학습지 영업을 관리하는 교문 기획팀에 입사해 고속 승진했다. 2010년 전략기획팀을 거쳐 웅진케미칼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0년 말부터는 두 아들들의 계열사 지분도 서서히 늘어나 그룹내 영향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아들 대물림 위해?

업계 관계자는 “두 아들이 입사와 동시에 초고속 승진을 할 때부터 사실상 그룹 내부에서는 2세 경영을 위한 수순 밟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며 “윤 회장 스스로 투명 경영을 강조한 탓에 그간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웅진사태 이후 재기를 노리는 시점에서 진짜 본색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금 회장은?
욕심내다 ‘쪽박’

백과사전 외판원 출신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35살이던 1980년 3월 직원 7명과 자본금 7000만원으로 웅진씽크빅의 전신인 도서출판 헤임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그 후 1988년 웅진식품, 1989년 웅진코웨이 등 생활가전으로 사업 군을 확장하다 태양광 사업, 건설, 금융(서울저축은행 등)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다. 지난 2010년 웅진그룹의 매출은 5조2000억원, 재계 순위 32위(공기업 제외)의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1970년대 이후 창업한 국내 기업 중에서 30대 그룹으로 성장한 곳은 웅진이 유일했다.
그러나 무리한 M&A는 외환위기와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자금난 압박으로 이어져 웅진그룹은 출발 때와 같은 씽크빅 하나로 재기를 도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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