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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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우의 시사펀치>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일요시사 0 1093 0 0

황천우 소설가  |  cleanercw@naver.com

입으로만 국민을 외쳐대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먼저 조선 중기 석학 중 한 분인 율곡 이이가 자신의 전신(前身)이라고 주창했던, 조선 최고의 천재 매월당 김시습의 애민론(愛民論)이다.

『임금이 왕위에 올라 부리는 것은 민서(民庶, 백성)뿐이다. 민심이 돌아와 함께하면 만세토록 군주가 될 수 있으나, 민심이 떠나서 흩어지면 하루 저녁도 기다리지 못하고 필부(匹夫, 보잘 것 없는 사람)가 된다. 군주와 필부의 사이는 머리카락의 차이로 서로 격해 있을 뿐이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창름(倉廩, 곡식창고)과 부고(府庫, 재물창고)는 백성의 몸이요, 의상과 관(冠, 모자)과 신발은 백성의 가죽이요, 주식(酒食)과 음선(飮膳)은 백성의 기름이요, 궁실(宮室)과 거마(馬)는 백성의 힘이요, 공부(貢賦, 세금)와 기용(器用, 물건)은 백성의 피다. 백성이 10분의 1을 내서 위에다 바치는 이유는 원후(元后, 군주)로 하여금 그 총명을 써서 나라를 다스리게 하기 위함이다. 임금이 음식을 받게 되면 백성도 나와 같은 음식을 먹는가를 생각하고, 옷을 입게 되면 백성도 나와 같은 옷을 입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다음은 혁명을 꿈꾸었던,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교산 허균의 호민론(豪民論) 중 일부를 인용해본다.

『천하에 가히 두려워할만한 것이 있다면 오로지 백성이 있을 뿐이다. 백성을 두려워해야 함은 홍수나 화재 또는 호랑이나 표범 같은 맹수보다도 더한 것인데, 그런데도 윗자리에 앉은 것들은 백성을 업신여기고 길들여 가혹하게 부려먹으니 어찌하여 그러한가?

(중략) 고기를 팔고, 장사를 하는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취를 숨겨놓고 그 다른 마음을 뒤로 쌓아 하늘아래 후미진 곳에서 머물며 때가 무르익으면 그 뜻하는 바를 실현하려는 욕망을 품고 있는 자는 바로 호민(豪民)이다. 대저 이 호민이야 말로 크게 두려워해야 할 존재이다.』

조선조에서 방외인 혹은 이단아로 취급되었던 상기의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강원도 강릉과 깊은 연고를 맺고 있다. 김시습은 관향이 강릉이고 허균은 태어난 곳이 강릉의 외가였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소설가였다는 점이다. 김시습은 우리 역사 최초의 소설 <금오신화>를, 허균은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남겼다. 아울러 두 선인을 본받아 이 시대 힘없는, 정치판 출신 소설가인 나도 한마디 하고자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상위층 소수만 바라보지 말고, 또 입으로만 국민을 외쳐대지 말고 진정으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어 달라!’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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