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초등생 의문의 죽음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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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스토리> 강북 초등생 의문의 죽음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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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일요시사 DB>

12세 아이가 골목서 스스로 목숨을?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학생의 목에는 가느다란 인터넷 케이블선이, 발에는 낯선 신발이 신겨져 있었다. 경찰은 부검을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타살로 의심되는 단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뭔가 석연치 않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강북구 주택가 골목에서 초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7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6일 오전 8시20분께 서울 강북구 번동의 한 골목길에서 A(12)군이 인터넷 케이블선으로 목을 맨 채 숨져 있는 것을 A군의 아버지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5일 오후 보습학원을 나와 태권도학원으로 이동하는 사이에 소식이 끊겼다. A군의 가족들은 같은 날 오후 10시께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지만 A군을 찾지 못했다.

목에 케이블선

다음날 A군의 아버지가 직접 A군을 찾으러 나섰다 숨진 아들을 발견했다. A군이 발견된 장소는 두 학원 사이의 한 골목길로 학교에서 100m, 집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골목길 담벼락에는 A군의 자전거가 놓여 있었다. A군은 발견 당시 자신의 새 운동화가 아닌 인근 동네주민의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경찰은 동네주민이 신지 않는 운동화를 대문 위에 올려놓은 것을 A군이 신고 자신의 운동화는 벗어놓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이 또래보다 체격이 크기 때문에 학교 폭력에 시달리지 않았고, 누군가 고의적으로 목을 매게 하려면 최소한의 저항 흔적이 있어야 한다”며 “타살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없어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A군이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은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는 “부모를 졸라 1주일 전 새 농구화를 산 A군이 새 신발을 아낀 나머지 벗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군은 평소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평범한 학생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상담 내용도 없고 교우 문제도 원만했다.

A군의 자택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A군의 일기장에도 특별한 내용은 언급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사인을 밝히기 위해 CCTV 확보에 주력한 결과 전날 행적도 상당 부분 밝혀졌다. A군은 5일 오후 5시40분께 학원을 마친 후 근처 편의점에서 친구와 삼각김밥을 나눠 먹었다. 오후 6시께 자전거로 이동해 6시8분께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200m 떨어진 골목의 CCTV에 마지막으로 포착됐다. 

경찰은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와 수사 내용을 근거로 숨진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부검 결과 시신에서 타살을 의심할 만한 징후가 나오지 않았고, 주변 CCTV 영상 분석에서도 A군이 시신 발견 장소까지 혼자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과수의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번 사건을 자살로 결론짓고 종결할 계획이다. 경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A군이 사망하기 2시간 전쯤 음식을 먹은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지만 국과수는 사망 후에도 음식물 소화가 진행되고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변수가 많아 정확한 추정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주택가서 6학년 학생 숨진 채 발견
자살 결론…끊이지 않는 타살 의혹

지난 10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강북구 초등학생 사망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표 소장은 “현재 나온 증거 정황만으로 본다면 다른 추가 증거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 한 자살로 처리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우선 국과수 부검 결과에서는 전혀 타인의 힘이 작용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폭행 흔적, 본인의 저항 흔적이 전혀 없었다. 골목길 CCTV에도 어린이 혼자 걸어가는 모습만 촬영됐다”고 말했다. 표 소장은 강북구 초등학생 사망사건의 원인을 분석하며 사회적 아동학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표 소장은 “강한 충격이 아니더라도 작은 괴로움과 불만족, 작은 우울감 등이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표 소장은 “OECD국가 중에 우리 대한민국 아동들의 만족도, 행복도가 꼴지였다”면서 “학교 폭력, 인터넷 중독, 부모의 방임 그리고 사이버 폭력, 이런 부분들의 적어도 하나 이상이 아무래도 이 어린이를 괴롭히지 않았을까. 거기다가 관련된 조사에서, 12세 이상 아동 중에서 3.6%는 지난 1년간 심각하게 스스로 목숨 끊는 것을 생각해본 일이 있다. 그러면 강북구 어린이도 3.6% 중 한 명인데 다른 학생들은, 어린이들은 그런 생각을 했다가도 뭐 다른 요인들 때문에 그만 뒀겠지만, 이 어린이는 실제로 했다, 이렇게 볼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표 소장은 “결코 이 어린이의 주변에 계신 부모님이나 지인들이 죄책감,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며 “우리 사회가 잘못되어있다, 이건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고, 아동결핍지수는 가장 높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는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4007가구를 대상으로 ‘2013 한국 아동종합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아동 삶의 만족도는 전체아동의 경우 100점 만점에서 61.5점, OECD 비교기준으로 측정한 점수는 60.3점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였다. 학업 스트레스,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방임, 사이버 폭력 등이 삶의 만족도를 낮추는데 영향을 미쳤다.

아동결핍지수도 53.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아동결핍지수는 아동의 성장과정에서 주요하게 고려돼야 할 소유상태, 서비스 및 각종 기회 충족여부를 14항목으로 구분해 측정한 지표로 유니세프에서 개발했다.

발엔 낯선 신발

항목별로는 음악, 스포츠, 동아리 활동 등 정기적 취미활동을 하지 않는 아동이 52.8%로 결핍률이 가장 높았으며, 자전거 등 야외활동 미보유 26.1%, 생일잔치·가족행사 등 이벤트 불참 22.4%, 친구초대 기회 없음 21.1%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결핍률을 보였다. 소득별로는 빈곤가구 아동의 아동결핍지수가 85% 이상, 가구형태별로는 한부모 및 조손가구의 결핍지수가 75.9%로 높게 나타났다.

아동의 자살 행동에 대한 조사에서는 9∼17세 아동의 3.6%가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중 25.9%가 실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응답이 나오는 사회적 원인을 분석함과 동시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일에 1명’ 미성년자 자살 현황

최근 약 5년간 전국 16개 시도 초·중·고 학생 6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에 1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달 8일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0년∼2014년 9월) 전국 16개 시도 초·중·고 학생 자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파악됐다.

배 의원실에 따르면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가정문제(35%) ▲우울증(17%) ▲성적+진로(12%) ▲이성문제(6%) ▲원인불명(20%) 등의 순이었다. 일부 지역은 학교폭력, 교우관계문제, 질병, 충동·모방 자살자 등도 있었다. 목숨을 끊은 630명 가운데 고등학생이 409명(65%), 중학생이 204명(32%), 초등학생이 17명(3%)였다.

배 의원은 “3일에 1명 꼴로 학생들이 생명을 잃지만 학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며 “교육부는 일선 학교에서 생명존중·자살예방 교육 등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자살예방교육만 실시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평소 정신건강을 살피고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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