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회동 사전모임? 최경환-경제5단체장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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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골프회동 사전모임? 최경환-경제5단체장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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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골프회동을 갖기로 했다."

이는 지난 1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던 경제5단체장 회동 직후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의 브리핑 발언 중 일부다.

정 차관보는 한술 더떠서 "개별기업의 임금은 노사간의 협상을 통해 정하는 것이고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고도 말했다.

최근 거듭되는 '최경환호'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5단체장들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경제구조와 소득구조를 고려해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을 갖고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수용의사를 사실상 거부했다.

박 회장은 이어 "현실적으로 부작용을 없앨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오히려 정부를 압박했다.

그는 최 부총리가 네 차례에 걸쳐 임금인상을 요구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과정을 적정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에둘러 즉답을 피해갔다.

또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경상임금, 소득재분배 기능을 감안한 수준에서 결정되는 원칙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서로 이해하고 납득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최 부총리는 회동 서두에 경제5단체장들에게 "재계가 경제살리기에 적극 협력해 달라"라고 주문했지만 이에 대한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경제5단체장들의 이날 주요 발언은 다음과 같다.

"현재의 경기불황은 오랜 불황의 막바지 단계로 곧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경주체간의 팀플레이야말로 한국경제의 성공기별로 경제계에서도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

"올해도 국내외 경영환경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나 경제체질 개선과 규제개혁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제혁신 3개 년 계획에 대한 기대가 크다." (중기중앙회 박성택 회장)

이날 경제부총리-경제5단체장 회동에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이 참석했으며 재계에서는 박용만 회장 외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 박병원 경영자총협회장이 참석했다.

경제부총리와 국내 재계를 주름잡는 재계 단체장들이 모였으나 정작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기업의 임금을 정부에서 컨트롤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성인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 차관보의 이날 브리핑은 "인식을 같이 했다", "이해하고 납득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작금의 초등학교 학생들도 이런 식의 토론은 하지 않을 것이다.

부총리의 요구에 대해 경제5단체장들은 뾰족한 대안을 제시했다거나 수용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을 뿐만아니라, 오히려 '딴소리'만 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쯤되자 일각에서는 정 차관보의 "조만간 골프회동을 갖기로 했다"는 말을 빗대어 이번 회동이 '골프회동 사전모임'이 아니었느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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