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이 털린 새마을금고 도난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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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같이 털린 새마을금고 도난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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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털이범 잡고 보니…'보안담당' ADT캡스 직원

[일요시사=경제1팀] 하루 만에 새마을금고 지점 2곳이 털렸다. 이틀이 지나서야 직원들이 출근해 금고 안의 돈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용의자는 사건 발생 8일 만에 붙잡혔다. 용의자는 ADT캡스 직원. ADT캡스는 털린 새마을금고 2곳의 보안을 담당하는 보안업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새마을금고 털이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달 17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새마을금고 지점 2곳에서 현금 7700만원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 강모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강씨는 지난달 17일 오전 10시11분께 수유5지점에서 3900만원, 30분 후 700여m 거리에 있는 수유2지점에서 3800만원을 각각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사건이 알려진 때는 지난 19일 오전 경찰에 도난 사실이 접수되면서다. 사건이 발생한 17일이 은행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이라는 점은 감안하더라도 신고까지 이틀이나 걸린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은행 보안을 담당하는 경비업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 수유2지점과 5지점의 보안을 담당하는 경비업체는 ADT캡스. 그러나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출동한 ADT캡스 직원들은 금고가 털린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철수했다. 출입문이 멀쩡하고 겉보기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늑장대응 논란도 일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ADT캡스 측이 처음 이상 신호를 감지한 시각은 오전 9시40분 경. ADT캡스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20분께. 40여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출동한 것이다. 그 사이 범인은 5지점을 털고 2지점으로 이동한 뒤였다.

결국 19일 오전 은행 직원들이 출근해 금고를 확인한 뒤에서야 도난 사실 인지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17일 오전 10시11분께 5지점에서 3900만원이 도난당하고 나서 30여분 후 700m 떨어진 2지점에서도 3800만원이 털렸다고 전했다.



경찰은 모자와 우산을 쓴 남성 한 명이 5지점 금고 안에서 현금을 갖고 나가는 모습을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토대로 수사에 나섰다. 2지점에서는 CCTV를 확보하지 못했으나 경찰은 범행 수법 등을 볼 때 동일범으로 추정하고 범인 행적을 추적했다. 또한 경찰은 출입문이 파손되지 않은 등 범행 정황상 용의자가 새마을금고 내부 사항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것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새마을금고 직원의 결정적인 진술이 나왔다. CCTV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이 강모씨와 비슷하다는 것. 경찰은 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강씨의 행적을 수사, 지난달 25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강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ADT캡스의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맑은 날씨에도 얼굴을 가리기 위해 우산과 모자를 사용했으며 훔친 돈을 가방에 넣어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 넣어두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사전에 출입해 내부망 마비…금고 열쇠 복제
경보감지 40분만에 출동 '늑장대응' 논란도

또한 경비업체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자주 출입하던 새마을금고 해당 지점의 보안시스템과 금고 열쇠 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을 노려, 11일과 15일 2차례에 걸쳐 근무시간 신고 출동을 핑계로 출입, 보안시스템 감지 기능을 마비시키고 금고 열쇠를 복제해 범행에 사용했다. 수유5지점에서 돈을 훔친 뒤 수유2지점으로 이동할 때는 택시를 이용하고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 ADT캡스 측이 감지한 이상 신호는 강씨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출입문에 있는 감지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범행 이유로 "돈이 필요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평소 가까이서 현금을 보면서 범행 충동을 느꼈고 틈틈이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DT캡스의 늑장대응 논란을 두고 일각에서는 공범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강씨의 단독범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범행 경위 등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경찰은 해당 새마을금고 관계자 등을 불러 보안체계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새마을금고 털이범이 경비업체 직원임이 밝혀짐에 따라 ADT캡스의 배상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늑장 대응이나 사고 미인지 등 경비업체의 과실이 인정되면 고객 측에서 배상 등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면서 "설사 고객이 책임을 묻지 않더라도 업계 2위인 ADT캡스의 시장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새마을금고 지점의 보안·경비업체 선정은 지점 각각의 자유에 맡기고 있다"며 "책임 여부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마을금고 수유2지점과 5지점 관계자도 "현재 은행 업무는 파견된 직원들이 대체하고 있다"면서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고 본래의 직원들이 업무에 복귀한 뒤에야 구체적인 사항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관리 허술' 노려

사실 ADT캡스가 직원 문제로 홍역을 치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에는 ADT캡스 전 직원이 또 다른 경비업체 직원과 함께 현금수송차량에 실려 있던 현금 5억300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체포됐으며 2010년에는 ADT캡스 직원이 시중에 설치된 경쟁업체 에스원의 세콤 도난방지장치를 부수다 적발되기도 했다. 앞선 2009년에는 고객 업체에 출동한 ADT직원이 고객 노트북을 훔친 협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ADT캡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담당자가 외근 중이다" "회의 중이다" "메모를 남겨두면 연락을 주겠다" 등 연락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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