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다녀와서…" 아쉬운 '마이웨이 정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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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순방 다녀와서…" 아쉬운 '마이웨이 정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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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소용돌이 정국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는 '성완종 블랙홀' 문제에 대해 한 템포 쉬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16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긴급 단독회동을 갖고 불법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예정돼 있던 순방 출발시각까지 뒤로 늦추고, 이례적으로 배석자 없이 단독회동을 가진 점 등 현 정국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40분간 비공개로 열린 단독회동에서 "(현안들에 대해)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 발언이 김무성 대표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알려지자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반발 기류가 무척 강했다. 특히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너무 모르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여당인 새누리당으로서는 열흘 남짓 남은 4·29재보선에 발등이 떨어진 데다 이번 '성완종 사태'로 인해 정국의 주도권 또한 야당에 넘겨준 상태다. 속된 말로 '똥줄이 타는' 상황이다. 여권에서까지 '총리 사퇴설'이 거론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인데도 해외순방을 강행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박 대통령 특유의 '마이웨이 정치'의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월 콜롬비아 대통령으로부터 공식 초청 서한이 왔고 최근 실무진에서 박 대통령의 '방문 여부'를 타진해 왔다. 이 관계자는 "콜롬비아 국내 사정 때문에 16일 출국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콜롬비아 국내 사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18일까지 콜롬비아, 18~21일에는 페루, 21~23일엔 칠레, 23~25일에는 브라질을 방문하는 9박12일 일정이다.

문제는 해외순방 그 자체가 아니다. 순방으로 인해 얼마나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다. 사실 박 대통령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터질 때마다 해외순방길에 올랐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후 34일째인 5월19일, 첫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는 아랍에미리트행 비행기에 올랐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논란 때는 인도 및 스위스를,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던 시점에는 프랑스·영국 등 해외를 순방했다.

박 대통령이 수 차례의 해외순방을 다녀온 후, 그로 인한 직·간접적의 어떤 형태로든 간에 국익에 도움이 되었을까?

물론, 대통령의 해외순방이나 국빈 방문 등은 오로지 대통령 자신만의 고유 결정사항이다.

하지만, 국내의 민감한 정치·경제를 아우르는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순방 일정을 강행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또 집권 여당 대표와 단독회동에서 나온 결론이 고작 '특검도입이 진실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였다. 특별검사 체제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도움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만한 사실이다.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라면 최소한 특검 도입의 유무 정도는 이 자리에서 결정됐어야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시간끌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12일 동안의 장기 일정이라는 점, 워낙 심각한 사안임을 고려할 때 최소한의 결정조차 내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최근 박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새누리당 5선의 중진 이재오 의원의 "강 건너 불보듯 하고 있다"는 말을 접한 청와대 참모진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사뭇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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