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여대생 납치사건 '미스터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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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여대생 납치사건 '미스터리4'

일요시사 0 967 0 0

결정적인 순간에 비극적 최후

[일요시사=사회팀] 한 여대생이 납치당했다. 범인은 바로 남자친구의 친구. 그리고 범인 곁에는 한 낯선 남자가 있었다. 이들은 7시간에 걸쳐 여대생을 차량에 끌고 다녔다. 그리고 이틀 뒤 이 두 공범은 서로 다른 운명을 맞이했다. 이른바 '순천 여대생 납치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전남 순천 홍내동의 한 초등학교 앞. 렌터카를 타고 나타난 A(23)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B(23)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군대 간 네 남자친구가 휴가를 나왔으니 이벤트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B씨는 A씨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B씨는 A씨와 만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B씨는 모든 게 장난인 줄로 알았다.

이른바 '순천 여대생 납치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A씨와 범행을 공모한 C(23)씨를 검거한 후에도 여러 의문을 남겼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A씨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며 수사진을 혼란에 빠뜨렸다. 왜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것일까. 그리고 A씨는 왜 B씨를 범행 대상으로 선택했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아직 남은 미스터리를 짚어봤다.

[  미스터리1  ]
[그날 만남 왜?]

경찰 등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5일 밤 9시께 벌어졌다. A씨의 연락을 받고 나온 B씨는 손과 발이 끈에 묶인 채 강제로 승용차에 태워졌다. B씨는 이를 '남자친구를 위한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씨와 C씨는 B씨를 납치한 것이었다.

B씨는 A씨와 서로 안면이 있었다. A씨의 고교 동창생이 B씨의 남자친구였기 때문. B씨는 "장난 그만치고 풀어 달라"며 애원했지만 눈이 안대로 가려진 B씨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렇게 B씨는 차 안에서 7시간을 보냈다.

B씨가 풀려난 시각은 사건 다음 날인 6일 새벽 3시께다. B씨는 순천 연향동 한 공원을 지나던 길에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야한다"며 공중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잠그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B씨는 납치당한 상태에서 어떻게 휴대전화를 쓸 수 있었을까. 관계자에 따르면 범인들은 B씨와 함께 사는 룸메이트를 집밖으로 불러내기 위해 B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고 했다. 즉 B씨가 룸메이트를 불러내면 이들이 B씨의 원룸으로 가 돈을 훔친다는 계획이었다. 사건 공모 단계부터 이들이 노린 건 B씨의 집 안에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들은 B씨가 화장실을 갈 때 휴대전화를 빼앗지 않는 뼈아픈 실수를 범했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A씨가 납치 도중 변심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처음부터 B씨의 '돈'이 목적이었으므로 B씨 신변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자연스레 B씨에 대한 경계가 소홀해진 이유다.

[   미스터리2    ]
[2316만원 비밀은?]

B씨의 원룸에는 모두 2316만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모두 현금이었으며 금고에 보관되고 있었다. A씨는 B씨가 수중에 거액의 현금을 들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이 현금의 출처는 경찰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 피해자인 B씨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결과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여대생이 어떻게 저런 거액의 현금을 집에 보관할 수 있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B씨는 현재 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리고 A씨는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즉 B씨의 금고에서 돈만 빼내면 B씨가 쉽사리 이를 신고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던 것.

죽은 A씨 입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B씨를 협박해 현금만 빼내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A씨 등은 사건 당일 구례 인근의 한 펜션 지하에서 B씨를 협박했다. "돈만 내놓으면 무사히 풀어주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대화 과정에서 현금의 성격 등이 언급됐을 가능성이 높다.

용의자 자살로 수사 개운치 않은 뒷맛
'그녀를 누가…' 범행 주범 두고 혼선

[ 미스터리3  ]
[자살 이유는?]

공범 C씨는 B씨가 경찰 조사를 받던 시간인 새벽 3시 30분께부터 7시 사이 B씨의 원룸에 침입해 금고를 부수고 그 안의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 C씨는 거액의 현금을 들고 백화점으로 가 수백만원어치의 명품 지갑과 가방 등을 구입했다.

숨진 A씨는 유서에서 결백을 주장했다. 자신은 B씨를 납치했지만 돈은 훔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경찰 역시 절도는 C씨의 단독범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A씨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A씨는 B씨를 7시간여 동안 끌고 다니면서도 신체적 폭행을 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에는 돈까지 포기하며 공범 C씨와 선을 그었다. B씨를 납치했다는 사실에 부담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정확한 부검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건이 보도되고 있던 시점에 A씨는 압박감에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숨진 A씨가 B씨를 불러내는 역할을, 붙잡힌 C씨가 B씨를 납치하는 역할을 미리 공모했었다"고 밝혔다. 즉 원래 계획은 A씨가 정보를 주고, C씨는 실행을 하는 형태였던 셈. 하지만 C씨가 붙잡힌 뒤 B씨와 안면이 있는 A씨에게 모든 화살이 쏠리면서 A씨가 느끼는 심리적 무게가 컸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A씨가 자살까지 할 정도의 상태였는지는 의문. 전과 3범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한 소명의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A씨는 유서에서 B씨와 B씨의 남자친구를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미안함 또한 자살의 원인임을 암시했다.

[  미스터리4   ] 
[A씨 주범 맞나?]

경찰에 체포된 C씨는 숨진 A씨에게 대부분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범행 차량에 지갑을 빠뜨리는 등 꼼꼼하지 못한 성격의 C씨는 진술을 오락가락하는 등 지능범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A씨는 인터넷에 장기매매 글을 올려 공범을 모집했다. 그리고 C씨는 "신장을 내가 팔겠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전남 순천에서 사건 사흘 전인 2일에 만나 범행을 모의했다.

C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C씨를 범행에 끌어들인 건 A씨였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납치에 들어가자 흔들렸던 A씨와 달리 C씨는 적극적이었다. 현재 둘 사이 주고받았던 통화내용과 메시지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특히 범행 당일 누가 주도적으로 B씨를 협박했는지는 향후 수사에 따라 밝혀질 전망.

숨진 A씨는 "억울하다"며 C씨에게 절도의 책임을 넘겼고, C씨는 유일한 증인인 A씨가 숨지자 "자신이 주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다. A씨와 C씨의 잘못된 만남은 석연치 않은 미스터리만 남긴 채 비극으로 치달았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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