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 살인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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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팰리스 살인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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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부부의 비극 "예견됐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부유층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타워팰리스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붙잡힌 범인은 50대 여성 이모씨였다. 이씨는 자신의 남편 변모씨를 살해한 뒤 자수했다. 그런데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있었다. 이씨의 석연찮은 진술과 이들의 실제 혼인관계, 남편의 가정폭력까지 사건을 둘러싼 여러 궁금증이 증폭됐다. 밖에선 '성공한 부자'로 보였던 이들도 결국엔 '실패한 삶'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한 자택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타워팰리스에 살고 있는 50대 여성 이모(50)씨가 자신의 남편 변모(56)씨를 살해한 뒤 자수했다고 밝혔다.

의문의 죽음

주상복합아파트인 타워팰리스는 한때 부유층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집값이 떨어진 지금도 웬만한 아파트보다는 비싼 평당 매매가를 자랑한다. 주변 주민의 조망·일조권을 방해한 탓에 분양 때부터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지만 타워팰리스의 신화는 꺼지지 않았다. 타워팰리스의 성공은 2000년대 후반까지 초고층 아파트 붐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타워팰리스는 그곳 주민들이 재벌과 법조인 등 이른바 사회고위층이란 소문으로 유명했다. 항간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사는 집'이란 인식이 퍼졌다. 선거 때마다 타워팰리스 안에는 주민들을 위해 독립적인 투표소가 설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부접근이 차단된 현장을 조사하는 일은 국가기관 입장에서도 쉽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숨진 변씨는 최소 100억원대 재력가로 알려졌다. 변씨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모텔을 운영하며 수익을 올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 방송은 변씨가 탔던 차를 벤틀리라고 소개했다. 밖에서 보는 변씨는 수억원대 차를 타며, 강남에 빌딩도 있고, 타워팰리스에 사는 소위 '성공한 부자'였다.

그런데 변씨는 30년 가까이 한 이불을 덮었던 자신의 아내 이씨에게 살해당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호적상 남남이었다. 10년 전 변씨는 이씨와 이혼했다. 이후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서류상 이혼을 해야 했던 것일까.

경찰 브리핑에 따르면 이혼 사유는 경제적인 문제였다. 두 사람은 이씨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사실상 위장 이혼했다. 채무와 관련한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이씨가 타고 다닌 차는 벤츠였다고 전해진다. 두 사람 사이에는 미국으로 유학 간 아들이 1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세부 경위는 이렇다. 사건 당일(9일) 오전 9시40분께 한 여성이 112를 통해 침착한 목소리로 변씨의 사망사실을 신고했다. "남편이 같이 죽자며 수면제를 먹었고, 잠든 남편을 목 졸라 죽였다"는 신고였다. 신고한 여성은 이씨였다.



경찰은 타워팰리스로 출동해 이씨의 집 안에 숨져 있던 변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수면제를 먹고 잠든 변씨를 이씨가 베개로 얼굴을 눌러 질식사시킨 것으로 보고 이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자신을 수차례 폭행했고, 잠이 오지 않는다며 수면제를 복용했는데 베란다에서 갑자기 쓰러져 정신을 잃었고, (침대로 옮겨) 베개를 받쳐 주려다 그동안 당했던 가정폭력이 생각나 베개로 입을 막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씨의 추정 범행시각은 오전 7시50분, 이로부터 약 2시간 뒤 이씨는 자수를 결심했다.

강남 최고급 주상복합서 살인사건 발생
30년 가정폭력 원인?…위장이혼은 왜?

그런데 사건 브리핑과 관련해 몇 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다수 언론은 "변씨가 평소 잠을 잘 이루지 못해 술을 마신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고 했지만 실제로 수면제를 구입하고 복용해 온 사람은 부인 이씨였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한 언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중간 부검결과를 인용해 "변씨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사체의 손목에서 결박당한 흔적이 나왔고, 사건 현장에서 케이블타이가 나왔다"며 계획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관련 방송에 출연한 한 전직 경찰 관계자는 "압박흔이 없기 때문에 질식사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경찰에서 이씨는 "살해 직전 특별한 이유 없이 변씨로부터 복부를 발로 한 차례 걷어 차였다"고 진술했다. 또 "30년 넘게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했다. 경찰 역시 이씨의 살해동기를 오랫동안 지속된 가정폭력으로 보고 있다. 이씨가 비교적 덤덤한 목소리로 범행을 자백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이씨가 품었던 앙심이 상당했음을 암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가정폭력을 '4대악'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 후에도 가정폭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증가했다. 경찰청 통계자료를 보면 2013년 접수된 가정폭력 사건은 1만6700여건으로 전년(8700여건)에 비해 8000여건가량 증가했다.

지난 14일 경남에서는 아버지를 둔기로 폭행한 10대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열다섯살 A군은 지난 11일 오후 11시께 창원시 진해구 자신의 집에서 아버지 B씨의 이마를 둔기로 내리치고, 달아나는 아버지를 각목으로 수차례 때린 혐의로 체포됐다. B씨는 인근 파출소로 달려가 A군을 신고했다.

그런데 A군의 범행 동기가 타워팰리스 살인사건과 대비됐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시달린 어머니가 수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나도 아버지로부터 오랫동안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부자든 서민이든

이틀 사이 가정폭력에 노출된 한 아내는 돈 많은 남편을 살해했고, 한 아내는 자신이 먼저 목숨을 끊었다. '성공한 부자'이든 '가난한 서민'이든 가정폭력은 평범해 보이는 가정을 차례로 파괴했다.

이른바 '역삼 패밀리'로 불리며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폭행·갈취 등 범행을 저지른 중고교생 상당수는 타워팰리스 혹은 그와 비슷한 수준의 거주지에서 사는 부유층 자제였다. 영원히 실패는 모를 것만 같던 타워팰리스 주민도 강력범죄 앞에선 일반 서민과 다를 게 없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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