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 공화국’ 천태만상하다 하다 ‘개파라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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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 공화국’ 천태만상하다 하다 ‘개파라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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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기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씨의 반려견에 물린 한일관 대표가 사망에 하면서 ‘반려견 논쟁’이 불거졌다. 최씨의 가족이 평소 반려견인 프렌치불독 ‘벅시’와 외출할 때 목줄을 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누리꾼들의 분노는 더욱 치솟고 있다. 정부는 이 사건과 관련 ‘개파라치’ 제도 시행을 예고했다. 바야흐로 파파라치의 시대다.

 

 

 

파파라치는 미국 할리우드를 연상시킨다.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했다. 특종을 위해 연예인을 집요하게 쫓는 직업적 사진사인 파파라치는 사진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한국에도 연예인의 사생활을 쫓아 보도하는 연예매체가 있긴 하지만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그 수위가 낮은 편이다. 오히려 한국서 파파라치의 의미는 연예인을 쫓는 사진사보다 ‘포상금을 노린 전문 신고꾼’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가십? 돈!

 

특정 범법행위를 인지하고 증거를 채집해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제도가 늘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해당 범죄를 감시하고 신고해 포상금을 타낸다. 이들을 가리켜 ○파라치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특정 범법행위의 첫 번째 음절과 파파라치를 합쳐 만든다.

 

최근 한일관 대표가 개에 물려 사망한 사고로 반려견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론을 인지한 정부는 내년 3월부터 이른바 ‘개파라치’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를 공공장소에 데리고 나올 때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은 견주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3일 반려견 관리를 소홀히 한 견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반려견 안전 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엘리베이터 등 공공장소서 반려견에 목줄을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최대 50만원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는 1차 적발 시 5만원, 2차 7만원, 3차 10만원인데, 조정되면 1차 20만원, 2차 30만원, 3차 50만원으로 오른다.

 

목줄뿐 아니라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씌워야 하는 맹견의 범위도 확대된다. 또 반려견 안전 조치를 어기는 견주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반려견 등록 의무, 외출 시 인식표 부착, 목줄 등 안전조치 실시, 배설물 즉시 수거 규정 등을 위반하는 견주가 대상이다. 이른바 개파라치의 등장이다.

 

포상금 노린 파파라치 늘어

쓰레기 투기부터 선거까지

 

개파라치 제도는 시행도 전에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신고를 하려면 현장 적발 사진 등 증거 자료와 함께 견주의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을 파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또 사진 촬영 등의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견주와 신고자 간 말다툼이나 물리적 분쟁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미 프렌치불독 사건으로 몇몇 사람들이 반려견 혐오 정서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서 포상금 제도까지 시행되면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개파라치 이전에도 포상금을 노린 ○파라치는 사회 곳곳에 존재했다. 대표적인 게 식파라치. 음식(食)과 파파라치의 합성어인 식파라치는 이물질이 들어간 식품,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등을 찾아낸 후 이를 신고해 포상금을 타낸다.

 

악성 식파라치는 한때 유통업계가 들썩일 정도로 기승을 부렸다. 정부가 지난해 1월25일 공익신고자법을 개정, 과징금의 최대 20%를 주던 보상금을 내부 신고자에게만 지급하도록 하자 막판 포상금을 노린 식파라치의 신고가 급증하기도 했다.

 

선거철이 되면 선파라치(선거+파파라치)도 늘어난다. 표(票)파라치라고 하기도 한다. 포상금 최고액이 5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선거범죄신고 포상금 제도는 2004년 3월 선거법 개정으로 마련됐다. 처음에는 5000만원 범위 내에서 포상하도록 규정했지만 2006년 한도액이 최대 5억원으로 늘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지기 전 물품, 음식물 등을 제공받은 과태료 부과대상은 모두 520여명에 이르렀다. 이들을 신고해 선거범죄 포상금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13명으로 이들에게 지급된 포상금은 1억2000여만원에 달했다. 

 

선파라치들은 안경, 가방 등으로 위장한 몰래카메라를 들고 선거 당일까지 전국을 누빈다.

 

지난해 9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란파라치는 김영란법 시행 초 파파라치 양성학원에 전문반이 생길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지만 시행 1년 만에 시들해진 상태다.

 

그 이유로 꼽히는 건 신고 자체의 어려움이다. 특정 범법행위가 벌어지는 현장을 사진 촬영해 신고하면 되는 여타 파파라치와는 달리 란파라치의 경우 신고 대상자의 신원 파악과 혐의 입증을 위한 영수증 등의 ‘물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란파라치 학원만 배를 불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악성 신고로 주인 몸살 앓아

기술 가르치는 학원도 있어

 

반면 불법 신용카드 모집 방지를 위해 도입한 카파라치(카드+파파라치) 제도는 신고건수가 급증하는 등 활발한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접수된 카파라치 신고 건수는 127건으로, 지난해 1년 동안 신고건수인 190건의 67%에 이르렀다. 

 

2012년 말 카파라치 제도가 도입되면서 2013년 132건, 2014년 576건, 2015년 218건 등 연도별 편차는 있지만 매년 소비자가 신고하는 건수가 수백 건에 달했다.

 

지난 6월부터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주파라치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당초 신고한 용도와 다르게 토지를 이용하는 경우에 한해 운영하고 있던 신고포상금 제도를 부동산 거래 가격을 허위로 신고한 경우까지 확대 적용했다. 

 

다운계약 등 부동산 실거래가 위반 사실을 신고해 위반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경우 과태료 부과금의 20%가 포상금으로 지급된다. 한도는 1000만원이다.

 

이외에도 쓰레기 불법 투기행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쓰파라치’, 노래방 불법 영업을 고발하는 ‘노파라치’ 등이 있다.

 

2009년 7월 학원 불법행위 신고포상제가 시작되면서 ‘학파라치’도 생겼다. 학파라치는 한때 직업화됐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불법 업로드와 다운로드 등을 통해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을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덕파라치’ 등 다양한 종류의 파파라치가 나타나고 있다.

 

학원도 있어

 

다양한 분야에 포상금 제도가 생기면서 파파라치를 양성하는 학원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김영란법 시행 초기에는 ‘큰 장이 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원가가 북적였다. 최근 파파라치 학원이 몰래카메라 등 장비를 판매하는 데만 주력하면서 수강생들이 피해를 보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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