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대기업 위험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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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화> 전두환-대기업 위험한 인연

일요시사 0 1035 0 0

수상한 부동산 거래…모르고? 알면서?

[일요시사=경제1팀] 언론에 뜨기만 하면 이슈가 되는 전두환씨. 그 이름 석자에 좌불안석인 대기업이 있다. 대림산업, 아모레퍼시픽, 애경 등이다. 이들 기업은 본의든 아니든 직간접적으로 전씨 일가와 부동산 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사명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런 눈치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종로 자택 앞에선 1인 시위가 한창이다. 벌써 보름째다. A씨는 이 명예회장이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붉은색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엔 '전두환' 이름 석자와 전씨 일가의 비자금이 묻힌 것으로 지목된 '오산시 양산동'이란 글귀가 또렷하다. '전두환 비자금'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진 만큼 A씨의 시위도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 명예회장과 전씨는 어떤 관계일까. A씨는 무슨 이유로 이들을 거론하는 것일까.

이준용 명예회장 진땀

사연인즉 이렇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B씨가 오산시 양산동 일대 개발 사업에 자금난을 겪자 100억원대의 사업자금을 빌려줬다. 이후 A씨는 B씨가 돈을 갚지 않자 사업 부지에 가압류를 걸었다. 다급해진 B씨는 사업 진행을 이유로 A씨에게 가압류 해지를 요청했다. 돈을 모두 갚겠다는 약속도 빼놓지 않았다.

A씨는 결국 공증을 받고 가압류를 풀어줬다. 그래도 돈은 입금되지 않았다. 우연일까. 가압류 해지 다음날 부동산개발회사인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란 법인이 설립, 개발 사업을 넘겨받았다. 이 법인의 지분 19%(19만주)를 소유한 대림산업은 개발 시공도 맡고 있다. A씨가 이 명예회장 집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의 돈을 떼먹은 B씨와 대림산업이 공모했다는 게 A씨의 주장. 증거가 있다고 한다. B씨가 개발을 추진한 오산 부지의 일부는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가 소유했었다. B씨가 개발을 위해 매입했고, 현재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 사업지로 이전된 상태다.

전씨 추징금 환수에 나선 검찰은 '전씨네 곳간지기'로 지목된 이씨가 소유했던 오산 땅의 실소유주를 전씨 일가로 보고 집중적으로 털고 있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전씨 일가의 재산관리인 역할을 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씨는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 여러 번 수사선상에 올랐다.

직간접 전씨 일가 땅·아파트 매매 구설
추징금 논란에 자주 거론되자 좌불안석

이씨 소유의 오산 땅은 아직 남아있다. 지금도 7만여평에 달하는 부지를 아들과 공유하고 있는데, 대림산업이 진행하는 개발 사업지에 포함돼 있다. 검찰은 이 땅이 수상하다고 판단해 압류한 상태다.

대림산업 측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회사 관계자는 "오산 개발은 전씨 일가와 전혀 관계가 없다. 땅도 직접 거래한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같이 예민할 때 자꾸 사명이 거론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 명예회장을 물고 늘어지는 자택 시위도 고민이다. 1인 시위는 집시법 신고가 필요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속수무책인 상황. 자택 주변의 경호를 강화하는 게 유일한 대처다. 이 명예회장 일가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이미 A씨와의 충돌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사실 이 명예회장과 전씨는 잘 아는 사이다. 이 명예회장은 5공 때 수십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씨 측에 전달, 1988년 일해재단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바 있다. 당시 두 사람이 평소 말을 트고 지낼 정도로 친한 친구처럼 지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 명예회장은 1983∼1985년 일해재단 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오산 땅 때문에 곤욕스러운 것은 아모레퍼시픽도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씨의 땅을 샀다가 구설에 올랐다.

문제의 땅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에 있는 임야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일대 2필지(약 2만여평)를 2002년 이씨로부터 매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모회사 ㈜태평양이 사들였다가 2006년 회사가 분할되면서 아모레퍼시픽 소유로 명의가 이전됐다. 이 부지도 다시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로 넘어갔다.

대림산업·아모레퍼시픽
'오산' 비자금 세탁 연루?

아모레퍼시픽 측은 이씨 소유인 것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을 짓기 위해 양산동 땅을 매입했다. 이씨의 땅 2필지 외에도 모두 12만평을 사들였기 때문에 특정 인물과 연계된 것은 아니다"라며 "개발이 무산된 이후 모두 팔았다. 이젠 오산 땅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애경은 전씨 일가와의 아파트 거래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은 시아버지가 1984년부터 소유했던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64평)를 1992년 경매로 매입했다. 그리고 2년 뒤 전씨의 장남 재국씨에게 넘어갔고, 재국씨는 2003년 팔았다.

이 거래는 비자금 세탁 의혹을 받고 있다. 애경 일가와 재국씨가 친분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아파트 거래 당사자인 채 부사장의 남편 안용찬 애경 부회장과 재국씨는 각별한 사이다. 안 부회장은 이씨와 재국씨가 이끌고 있는 성강문화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특히 채 부사장의 오빠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은 재국씨와 40년지기 친구다. 재국씨가 연세대로 편입하기 전까지 성균관대 경영학과 동문이었다. 이후에도 모임 등을 통해 우정을 이어갔다. 추징금 논란이 일기 전까지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전씨가족과 친분

채 부회장과 재국씨는 모친 장 회장과 이순자씨(전두환 부인) 집안끼리 친한 사이여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양쪽 집을 오가며 친분을 쌓았다는 후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재국씨가 경영하는 시공사의 계열 서점인 '리브로'가 애경백화점에 입점하기도 했다.

애경 측은 "오너가 전씨 집안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지 몰라도 회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교롭게도 애경은 5공 비리에 휘말린 바 있다. 애경은 1985년 골프장 건설 인허가 대가로 전씨에게 15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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