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북한 보위부 동향 포착

한국뉴스


 

<단독> ‘수상한’ 북한 보위부 동향 포착

일요시사 0 841 0 0
▲ 북중 접경지대

남쪽 탈북자에 전화해 “날래 돈 보내라우!”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가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에게 전화해 금품을 갈취 중이라는 제보가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입북을 종용하거나 반북활동을 하지 말라는 등의 협박은 종종 있었으나 이번처럼 탈북자들에게 전화해 송금을 강요하는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인 일로 파악된다. 

북한에서의 급작스러운 전화는 지난 2월 초부터 시작됐다. 2월 중순인 현재까지 약 10여명의 탈북자가 공안당국에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개인 휴대전화로 중국에서 발신된 국제전화를 받고 각 400만∼1000만원가량의 돈을 송금할 것을 요구받았다.  

중국서 발신 확인
2월 초부터 시작

전화 받은 탈북자들은 모두 함경북도 출신들로 북한 거주 당시의 동네 주민, 지인 혹은 지역의 보위부 연계 첩자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신자들은 하나 같이 “돈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이 보위부에 구금될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 이에 이러한 공작의 주체가 누구인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전화를 받고도 가족의 안위 때문에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하는 탈북자들도 있을 것으로 추측돼 확인이 안 된 피해도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 사실을 <일요시사>에 처음 알린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회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탈북자들이 두려움을 호소해 오면서 최근 이러한 협박행위가 빈발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됐다.

김 회장은 “보위부의 돈벌이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보위부는 가만히 있어도 목돈을 벌수가 있다”며 “보위부에 잘못 걸리면 ‘남한연계’ 혐의로 정치범으로 몰려서 산간오지로 추방당할 수 있다. 보위부의 무서움을 잘 아는 탈북자사회에선 사채를 끌어와서라도 가족을 구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남한 거주 탈북자들에 금품 요구
가족 인질로 1000만원 송금 협박

김 회장에 의하면 그동안 보위부는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량이 많은 사람들이나 남한에서 성공한 탈북자에게 협박을 했는데 최근에 와선 조용히 생업에 종사하며 평범하게 지내는 탈북자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협박 중이라고 한다. 앞서 밝혔듯, 북한으로 돌아오라거나 반북 활동을 중지할 것을 주문하는 것도 아니며 오로지 ‘금품 갈취’가 목적이다.

탈북자 및 이산가족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현금이나 생필품을 보내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한국을 드나드는 다이궁(代工,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농산물과 면세품을 소규모로 밀거래하는 보따리상)에게 높은 수수료를 주고 북한의 가족에게 물건을 보낸다.

 


▲ 판문점 경비병들이 제식을 맞춰 이동하고 있다.

북한에선 구하기 어려운 희귀하고 질 좋은 물품부터 생필품, 옷가지 등 다양한 물건이 북한의 가족들에게 전달된다. 이때 보위부 측이 국경을 통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건들을 검사하다가 한국산 물건을 적발하면 반입자를 체포하고 수령자를 추적, 감금한다. 이후 보위부 측이 제3자를 내세워 남한의 탈북자에게 전화해 가족의 석방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는 수순이다.

이외에도 가족 중 ‘행방불명자’가 있는 가정이나 갑자기 돈 씀씀이가 커진 가정 등이 보위부의 상시적인 감시대상이 된다. 북한주민은 자신이 사는 시나 군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돼 있다. 거주구역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인민보안부(남한의 경찰에 해당하는 치안 및 감시조직)에서 발행하는 ‘여행증명서’와 ‘공민등록증’을 소지해야 한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로 대량 이탈자가 발생하면서 북한의 감시체제에 허점이 생겼다. 보위부에서는 지역마다 발생한 행방불명자들의 파악에 나섰으나 실제로 이들의 거소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보위부는 중국이나 동남아로 인력을 파견해 북한을 떠난 탈북자들이 남한에 입국했는지 여부를 상시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이에 우리 공안당국은 보위부가 남한에 정착·거주 중인 탈북자들의 대강의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거절 시 남한연계 혐의 정치범수용소행
보위부 사칭한 보이스피싱 가능성도

김 회장은 “다른 루트를 통해 북한의 가족들이 실제로 조사 중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잘못 대응하면 보위부에 미끼를 던지는 꼴이다. 북한에 남겨진 탈북민 가족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피해를 막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탈북자들은 주로 밤 시간대에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받고 있다. 발신지는 중국 국가번호인 ‘86’으로 시작하지만 실제론 함경북도로 추정되는 북한 내에서 ‘중국제 휴대전화’로 전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통신료도 국제전화로 분류돼, 분당 2000∼3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막강한 공안기관이자 행정부 권력기관인 보위부가 이러한 ‘무차별적 돈벌이’에 나선 이유가 뭘까.

북한인권제3의길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정대일 박사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면서도 “당 차원의 시책으로 송금하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보위부원 개인의 일탈로 보인다. 적발되면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박사는 “남겨진 가족들이 탈북을 무마하기 위해 알아서 상납하는 경우도 있다. 탈북민에게 송금 받은 외화를 가족뿐 아니라 보위부원, 인민반장이 골고루 나눠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위부를 사칭한 누군가의 범죄행위일수도 있다고 봤다. 정 박사는 “북한에서 보위부는 세력이 대단하다. 그런 모험을 안 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 인민반장 같은 주민 감시를 담당한 말단이 보위부를 팔아서 협박한 것일 수도 있다”고 봤다.  

전화 받은 수신자
모두 함북 출신들

현재 협박당하고 있는 탈북자 중 돈을 송금한 이는 아직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전화를 받고 가족이 고초를 당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면 별다른 대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김 회장은 “이것을 널리 알려야 하는데 정말 답답하다. 탈북자들이 두려움으로 움츠려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잘못하면 가족이 위험해질 수 있어서 혼자 속앓이 중이다. 호소할 곳이 마땅히 없다”며 “탈북민에게 널리 알리는 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