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박근혜 저격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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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박근혜 저격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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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영 전 보건복지부장관

한때 박의 남자들 ‘청와대 정조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5명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권력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인의 본능. 그러나 이들은 그것을 과감히 거부함으로써 안티히어로(anti-hero)의 길을 선택했다. <일요시사>는 이들의 최근 동향을 쫓아가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4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간 새로이 친박이라 선언한 사람, 소위 신박이 있었는가 하면, 곁을 박차고 홀로서기에 나선 사람도 있다(흔히 정치권에서는 탈박이라 한다). 그중 유독 주목받는 5명이 있다. 김종인·유승민·이상돈·조응천·진영은 3월 한 달을 뜨겁게 달군 인물들이다.

떠나는 사람들

유승민 전 의원은 결국 새누리당을 떠나게 됐다. 지난 23일 저녁,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대구 동을에 대한 공천 결정을 끝내 미루자 지역 현역인 유 의원은 결국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지역구 선거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오늘(지난 23일)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정든 집(새누리당)을 잠시 떠난다”며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찍이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 위원장은 모든 지역에 대한 공천을 완료했음에도 유 의원의 지역구만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고사작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었다. 결국 후보자 등록 기간 시작일인 지난 24일 목전까지 결정을 보류했고, 유 의원이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갔다.

만약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위원장이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공천했다면 유 의원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피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위원장은 다음날인 24일 오전 이 전 청장을 대구 동을에 단수추천한다고 발표했었다.

 


▲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일을 하루 앞둔 23일 저녁, 대구 동구 용계동 지역구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복수의 정가 관계자 또는 전문가들은 이 위원장의 독단을 지적한다. 결국 유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1차적 목표는 달성했지만, 오히려 유 의원을 미래 권력으로 키워준 꼴이 됐다는 게 새누리당 내부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부 관계자는 “유 의원에게 명분과 실리를 모두 내줬다”고 평가하며, 향후 총선을 우려했다.

후폭풍도 심상치 않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유 의원이 상승곡선을 타는 것에 반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는 하락선을 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3월 3주차 주간집계(14~18일)에 따르면, 대통령 지지도는 전주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41.2%, 새누리당의 정당지지도는 전주 대비 1.9%포인트 하락한 39.6%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 17일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는 유 의원이 김무성 대표에 이은 여권 2위까지 올라섰다(김 대표 19.3%, 유 의원 18.7%). 발표 시기와 컨벤션 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 다음 발표에서는 역전이 예상된다.

유 의원에 앞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사람이 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유 의원과 과거 한나라당 시절 박근혜 당시 대표를 보좌한 ‘비서실장’ 선후배 사이다. 그는 이한구 위원장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용산을 여성추천지역으로 결정하자 이에 반발해 지난 17일 탈당했다. 

 


▲ 기자회견 갖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진 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이제 20년간 열정적으로 몸담았던 새누리당을 떠나려고 한다”며 “‘오직 국민 편에서 일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 했던 지난날 저의 선택이 오늘 저에게 이처럼 쓰라린 보복을 안겨주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내친 유승민, 미래 권력으로 급부상
김종인, 진영…현 정부 복지·경제 겨냥

한때 친박이었던 진 전 장관이 보복을 언급한 데는 이유가 있다. 복수의 정가 관계자들은 그가 박근혜정부 초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임명되는 등 친박 핵심으로 통했으나,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 연계’를 두고 박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눈 밖에 나게 됐다고 전한다. 당시 진 전 장관은 6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번 컷오프도 결국 그러한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진 전 장관은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 입당하고 용산 공천을 받은 것은 물론,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더민주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더민주는 상대방의 복지통을 빼내오는 데 성공함으로써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전력은 약화시키는 동시에 자신들의 복지 정책은 강화할 수 있는 ‘이중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진 전 장관을 영입하는 데 앞장섰던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한때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통했던 인물. 그는 지난 2012년 대선 공약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를 설계한 개국공신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대선 전 재벌개혁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둘 사이는 삐걱대기 시작했다.

급기야 대선 한 달 전에 있었던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 자리에 김 대표가 불참하면서 결별설이 불거졌고, 박근혜정부 5대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가 배제되자 둘은 완전히 갈라서게 된다. 당시 김 대표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인식 못하는 지도자는 경제도 성공을 못 시키고 정치도 성공을 못 시켰다”고 비판했다.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결국 박근혜정부를 만든 사람이 야당의 비대위 대표가 되면서 4·13 총선에서 경제 저격수 역할을 자청했다.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 대표는 지난 8년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규정하고 “이번 총선은 박근혜정부의 경제실패를 심판하고 국민에게 다시 삶의 희망을 드리는 ‘경제선거’”라고 말했다.

김 대표에 앞서 더민주 문재인 대표가 영입한 인사가 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영입에 성공한 더민주는 그를 경기 남양주갑에 전략 공천했다.

그는 ‘정권 심판론’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앞서 조 전 비서관은 비선실세가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담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박지만 EG 회장 측에 건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가 지난해 10월경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했으며, 청와대 내부 사정에 밝을 수밖에 없는 자리에 있었던 만큼 당내에서는 저격수로서의 그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힘 받는 심판론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는 김종인 대표와 함께 박근혜정부 개국공신으로 꼽힌다. 그러나 2013년 12월경부터 박근혜정부의 국정 기조에 반발하기 시작한 그는 대선 1주년 성적표에 대해 촌평을 하면서 완전히 갈라섰다.

이 교수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껍데기는 있지만 속은 비어 있다는 것을 형해화(形骸化)라고 하는데, (박근혜정부가) 한 해 동안 내걸었던 약속이 형해화 되고 있지 않나 걱정이 된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민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비례대표 4번을 받아 다음 국회 입성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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