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의 애주&애창곡 엿보기
'국정 스트레스' 술로 달래고 노래로 풀고
전직 대통령들도 나라경영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거나 유희를 즐기기 위해 술을 즐겼다. 또한 누구에게나 한 곡씩 즐겨 부르는 ‘애창곡’이 있듯 대통령들에게도 ‘18번’이 있다. 지령800호를 맞아 전직 대통령들의 술과 애창곡에 대해 알아봤다.
‘두주불사’ 최고의 애주가 박정희 전 대통령
‘음치’ 노태우, 음악에 대한 조예는 깊어
양주와 소주, 막걸리, 정종 등 전직 대통령들이 마셨던 술의 종류도 다양했다. 원래 술을 좋아한 대통령도 있었으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마신 대통령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전직 대통령들의 애창곡을 통해 당시 시대상황과 개인적인 취향 등을 엿볼 수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애주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꼽힌다. 박 전 대통령은 측근의 집을 찾아가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눌 정도로 술을 사랑(?)한 애주가였다.
한마디로 ‘두주불사(斗酒不辭)형’인 박 전 대통령이 마신 술의 종류는 양주부터 막걸리, 폭탄주까지 다양했다. 특히 막걸리와 양주를 즐겨마셨다고 전해진다.
막걸리부터 양주까지 다양
양주 중에는 ‘시바스 리갈’을 즐겨 마셨다고 한다. ‘시바스 리갈’은 박 전 대통령이 암살당할 당시에도 마신 것으로 알려져 일명 ‘박정희 술’로 불리기도 했다.
군인 출신인 전두환 전 대통령도 애주가였다. 양주와 소주 가리지 않고 즐겼고, 후배들의 술자리를 잘 챙겼다. 영관급 장교시절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후배들 술자리를 찾아 술을 마시고 술값을 계산했다. 하지만 나이 탓일까. 전 전 대통령의 현재 주량은 과거의 3분의1로 줄었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위스키를 좋아했지만 당선된 후에는 주로 포도주를 마셨다. 보통 포도주 반병 정도가 주량이었지만 임기 말년에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포도주 한 병을 마신적도 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술과 상당한 거리를 뒀다. 민주화 투쟁으로 점철된 김 전 대통령의 고된 인생역정은 누구보다 술을 가까이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이와는 정 반대였다. 고문으로 상한 건강 탓인지 주량은 소주나 포도주 두 잔 정도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강막걸리’ 맛에 반해 앉은 자리에서 6잔을 거푸 마셨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임기 중에는 정상회담이나 국빈을 맞았을 때 ‘대강막걸리’를 건배주로 썼고, 임기가 끝나고 봉하마을로 내려가선 김해 ‘상동탁주’를 즐겨 마셨다. ‘상동탁주’는 농민들과 함께 마시는 새참용 술이 됐다. 한편 소주도 즐겼다. 주량은 소주 서너 잔 정도로 가끔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한 영부인과 보좌진들의 자제로 자주 마시진 않았다.
최고의 18번 ‘아침이슬’
전두환 전 대통령은 평소 노래를 즐겨 부르지는 않았으나 연회에서는 늘 두 곡 정도를 즐겨 불렀다. 이 노래는 당시 직업 군인들에게 애창곡 1순위였던 최갑석이 불렀던 ‘38선의 봄’ 과 명국환이 부른 ‘방랑시인 김삿갓’이다. 애창곡을 제외하고 가끔 불렀던 노래로는 백년설이 불렀던 ‘향기품은 군사우편’으로 역시 당시의 직업군인들에게 있어서는 ‘18번’이나 마찬가지였던 노래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 또한 평소 민주화 투쟁으로 살아온 인생 때문인지 노래를 즐겨 부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1993년 4월 김 대통령의 초청으로 양희은이 청와대 공식행사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 이유에선지 양희은의 노래는 대부분 다 좋아했고 그중에 ‘아침이슬’을 가장 좋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걸어 왔으며 노래를 많이 부르지는 않았지만, 평소 파이프담배를 입에 물고 있을 때 자주 불렀던 노래가 그의 정치적 고향이자 호남을 상징하는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을 자주 불렀다. 그 외 ‘선구자’와 ‘그리운 금강산’ 등 가곡도 좋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불렀던 곡 역시 양희은의 ‘아침이슬’과 ‘상록수’로 알려졌다. 현실에 닥친 시련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린 이 두 노래가 가난 등 역경을 딛고 인권변호사 등으로 활동했던 노 전 대통령의 삶과 닮은꼴이다.
전직 대통령들의 애창곡으로 가장 사랑을 받은 노래로는 양희은의 ‘아침이슬’로 밝혀졌으며 역대 대통령들의 술 취향과 애창곡에는 대부분 그 시대의 상황과 자신이 걸어온 길, 그리고 개인적 취향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