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없는 ‘SNS 푸어족’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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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없는 ‘SNS 푸어족’ 실태

일요시사 0 1024 0 0


스스로 ‘SNS 감옥’에 갇힌 사람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하우스푸어’ ‘워킹푸어’ ‘피트니스푸어’ 등 빈곤한 사회현상을 ‘푸어’로 풀이하는 요즘, 새로운 푸어족이 떠오르고 있다. 바로 ‘SNS푸어’다. 이들의 특징은 카카오톡·페이스북 등 소셜네티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대화할 상대가 없다는 것. 그래서 인위적으로 SNS친구를 만들어 소통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카카오톡·페이스북 친구 구해요.” SNS를 하면 할수록 더 외로워지는 실태를 집중 조명한다.
 
     
  날이 갈수록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 양극화 현상은 경제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적 관계에도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소통의 장에서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는 이른바 ‘SNS푸어족’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이들은 SNS를 통해 자연스럽게 타인과 관계 맺길 원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자 인위적인 관계 맺기에 집착하고 결국 ‘SNS전용’ 친구를 만들고 있다.


“카친·페친 구합니다”
 
검색 포털에 ‘카카오톡 친구 구하기’ ‘페이스북 친구 구하기’ 등을 입력하면 여러 개의 SNS친구 맺기 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 게시판은 보통 10대·20대·30대 등 연령별로 나뉘어 있다. 게시글 대부분은 ‘카친(카카오톡 친구)·페친(페이스북 친구) 구합니다’ 등으로 SNS친구를 찾는 목소리 일색이다.
 
이 사이트에서 자신의 사진을 첨부하는 게 필수는 아니지만, 사진을 올린 글에는 폭발적인 댓글이 달리기 때문에 회원들은 너도 나도 셀카(셀프카메라)를 올린다. 사진과 함께 간단하게 자기를 소개하고 카톡 아이디와 페이스북 주소를 남기는 방식으로 SNS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외모에 따라 ‘오늘의 뉴페이스’로 선정돼 인기회원이 되기도 한다.
 
SNS 친구 맺기 사이트에서 친구가 된 이들은 하루종일 카톡을 주고받는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던지면서 스마트폰을 울린다. 그러다 대화 소재가 고갈되거나 질리면 관계를 끊기도 한다.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초대해 단톡(단체 카카오톡)을 이어간다. 단톡방에는 늘 사람들로 가득하다. 특별한 대화주제는 없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주고받는다. 쉬지 않고 울리는 ‘카톡’은 SNS푸어족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직장인 최모(27)씨에게 스마트폰은 시계에 불과했다. 그에게 카톡과 페이스북은 장식에 불과했던 것. 불현듯 최씨는 자괴감에 빠졌고, 외로움을 달래고자 방법을 찾던 도중 SNS 친구 맺기 사이트를 발견했다. 그리고 남들처럼 카톡 친구를 구한다고 글을 올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에 카톡이 울렸다. 이후 최씨는 SNS 친구 맺기에 맛 들려 지속적으로 친구를 늘려갔다. 최씨의 스마트폰은 24시간 쉴 새 없이 울렸다.
 
이후 최씨는 SNS 친구 맺기 사이트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페이스북 친구까지 맺으면서 서로의 일상을 좀 더 가까이 지켜봤다. 마치 약속한 듯 ‘좋아요’를 눌러주기도 했다. 자신의 글에 대한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미소가 지어졌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뗄 수 없을 정도였다. SNS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던 최씨는 문득 공허함을 느꼈다. 마치 자신의 처지가 앙꼬 없는 찐방과 같이 느껴졌던 것. 회의감에 빠진 최씨는 SNS와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며 우울감을 호소했다. 최씨는 “SNS에 집중하는 동안 진정한 나를 잃은 느낌”이었다며 SNS 중독을 경계했다.
 

대화 상대 없어 고민…외로움 더해
인위적인 인맥 쌓기도 “스트레스”
 
대학생 신모(22·여)씨도 SNS 친구 찾기에 혈안이 된 적이 있다. 단체카톡이 여러 개 있고 페이스북 ‘좋아요’ 수가 높은 친구에게 열등감을 느꼈기 때문. 신씨는 인위적으로 만든 SNS 친구들과 깊은 관계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게시물에 대한 높은 반응과 끊임없는 카톡에 만족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신씨는 SNS상에서는 많은 인맥을 과시할 수 있었지만, 정작 동네에서 맥주 한 잔 할 친구는 없었다. 신씨는 “그 누구보다 SNS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지금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며 현실을 한탄했다. 

  
 
이처럼 SNS 푸어족이 느끼는 감정은 SNS 과잉 몰입이 불러온 결과로 해석된다. 문제는 SNS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는 것. 일각에서는 소통의 SNS가 오히려 고독을 잉태한다고 지적한다. SNS가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면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도구로서 효율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반대로 높은 의존도로 SNS의 노예가 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상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사회성 결여의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지난해 스마트폰 보급률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날로 증가해 80%를 넘어섰다. 이제 피처폰은 구시대의 유물이 됐고, 눈 뜨는 순간부터 눈 감는 순간까지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일상이 자연스러워졌다.
 
지난 2일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인의 스마트라이프·스마트폰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중 66.38%(중복응답)가 모바일 메신저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어 통화, 게임, 문자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89.6%로 모바일 메신저를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소통의 방법이 크게 변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이 1만7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11년 8.4%였던 인터넷 중독 위험군이 지난해 11.8%로 증가했다. 이 중 중독 증세가 심한 고위험군의 비중도 1.3%나 됐다.


SNS 양극화의 단면
 
한편, 세계최대 SNS 업체인 페이스북이 70만여명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감정조작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페이스북 관계자 등이 2012년에 가입 회원들 몰래 SNS를 통해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전염되는지를 실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리적 타당성 논쟁이 이어졌다. 페이스북이 뉴스피드를 통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메시지를 조작해 회원들의 감정 변화를 분석한 것이다.
 
이에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공식 사과를 표명했지만 미국 전자프라이버시센터(EPIC)는 연방무역위원회(FTC)에 진정서를 제출해 긴급조사를 요구했다. 영국 정보보호위원회(ICO)도 페이스북의 데이터보호법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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