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롯데그룹 대물림 이상기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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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롯데그룹 대물림 이상기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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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회장에 밉보인 장남, 차남에게 밀리나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롯데일가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주력 자회사 세 곳의 임원 자리에서 해임된 것. 그간 두 형제가 지분 경쟁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일본롯데가 해임 배경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990년 일본롯데그룹 이사로 취임하면서 롯데그룹 경영일선에 등장했다. 같은 해 일본롯데그룹 부사장 자리에 올랐고 2003년 롯데칠성의 해외 담당 이사 및 롯데쇼핑 이사직을 맡으며 한국롯데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경영승계 막바지
갑자기 변수 돌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해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취임하면서 롯데그룹에 발을 들여놓았다. 1991년 롯데 오리온즈(현 지바 롯데 마린스)의 구단 사장 대행으로 취임했으며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에 올라 한국롯데 경영을 맡았다. 2004년부터는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을 겸임하면서 그룹 덩치를 키웠고 그룹 회장에는 2011년 2월 취임했다.


 



▲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990년대 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동주·동빈 두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이때부터 한국롯데는 신 회장이, 일본롯데는 신 부회장이 오랫동안 경영을 맡아왔다. 재계에서도 롯데그룹이 '한국=신동빈, 일본=신동주' 구도로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갖췄다고 평가해 왔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상 이들 형제 중 누가 우위에 서 있는지를 가늠하기란 매우 어렵다.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순환출자 고리만 417개에 달할 정도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롯데쇼핑이 43개, 롯데칠성음료가 24개, 롯데제과가 12개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롯데는 호텔롯데가, 한국롯데는 롯데쇼핑이 각각 지주회사를 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먼저 롯데쇼핑은 43개 계열사에 출자하며 신 회장이 이끄는 한국롯데의 중심이자 단순 계열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롯데의 주요 순환출자고리는 '롯데쇼핑→롯데카드→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으로 이어진다. 롯데쇼핑은 롯데카드 지분 92.54%를 보유하고 있고 롯데카드는 롯데칠성음료의 지분 1.59%를,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쇼핑의 지분 3.93%를 갖고 있다.

롯데쇼핑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신 회장이 13.46%, 신 부회장이 13.45%를 보유하고 있으며 호텔롯데(8.83%), 한국후지필름(7.86%), 롯데제과(7.86%)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호텔롯데의 지분율이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로 지분 19.07%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신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은 사실상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과적으로 신 부회장이 롯데쇼핑 지분을 22% 정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장남 신동주 부회장 자회사 3곳서 해임
잇단 롯데 지분 매입…아버지 미움 샀나

호텔롯데는 롯데건설(38.74%), 롯데상사(34.64%), 롯데물산(31.07%), 롯데캐피탈(26.60%), 롯데손해보험(26.58%), 롯데닷컴(17.20%), 롯데케미칼(12.68%), 롯데푸드(8.91%), 롯데쇼핑(8.83%), 롯데칠성음료(5.92%), 롯데제과(3.21%) 등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밖에도 롯데리아, 부산롯데호텔, 롯데자산개발,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정보통신, 롯데알미늄, 대흥기획,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유니버셜스튜디오코리아리조트개발, 롯데인천개발 등 41개 계열사 지분을 많게는 100%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렇다고 해서 롯데그룹 전반을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질적인 경영권은 신 회장이 갖고 있으며 신 총괄회장이 그동안 교통정리를 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롯데제과에서 생겼다. 신 부회장이 지난 2013년 8월 롯데제과 지분매입에 나서면서 2003년 이후 10년간 이어져온 두 형제의 지분 격차 1.4%가 깨진 것.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는 식품 계열사로서 유통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함께 롯데그룹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롯데쇼핑 다음으로 덩치가 큰 계열사다.

신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과 5월, 롯데케미칼 주식을 202억원어치 매입했다. 같은 해 6월에는 롯데제과 주식 6500주와 롯데칠성음료 주식 7580주를 각각 100억원, 99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롯데케미칼 지분율은 0.00%에서 0.30%로, 롯데제과 지분율은 4.88%에서 5.34%로, 롯데칠성음료 지분율은 5.10%에서 5.71%로 높아졌다.

지분은 형이
실속은 아우가

주목할 만한 점은 신 회장이 개인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2003년 롯데제과 주식을 처음 매입한 후 지난 9년 간 단 한 번도 개인 돈으로 지분 확장에 나선 적이 없다. 계열사 간의 상호출자고리를 통해 2007년 말 46개였던 계열사 수를 2012년 말 79개사로 늘린 게 전부다.

신 회장의 이러한 움직임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앞두고 경영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특히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롯데쇼핑은 제쳐두고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등 나머지 주요 계열사에서 우위를 점해 지배구조의 축으로 삼으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신동주 일본롯데그룹 부사장

이런 상황에서 신 부회장의 지분 매입은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신 부회장은 신 회장이 지분 확장에 나선 직후인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롯데제과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기존 3.48%에서 3.96%로 끌어올려 신 회장(5.34%)과의 격차를 1.38%포인트까지 좁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분율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재계는 신 부회장이 한국롯데에 대한 장악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사직 해임 배경
신 총괄회장 있다?

신 부회장이 지분 매입에 나선 당시 롯데그룹은 사상 최대의 시험대에 오른 상태였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에 대한 국세청의 대규모 세무조사가 이뤄졌고 높은 내부거래 비율과 배당금 형태로 총수 일가에게 돌아간 자금 때문에 불똥이 오너 일가 쪽으로 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세무조사 결과는 추징금 600억이었다. 롯데그룹에 부과된 역대 추징금은 가장 큰 규모였지만 오너 일가의 검찰 고발은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5일 신 부회장이 일본롯데 자회사 세 곳의 임원직에서 전격 해임된 사실이 전해졌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외신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일본롯데 부회장과 롯데상사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 등 임원에서 최근 해임됐다. 지난해 12월26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해임건이 전격 결정됐다. 단 신 부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했다.

일본롯데 홍보ㆍ선전부는 해임 이유에 관해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므로 상세하게 말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현지언론은 전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일본 내 롯데 계열사들은 물론 한국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를 사실상 지배하는 최상위 지주회사다. 지난해 3월 말 연결기준 자산은 7조6889억엔(약 70조3834억원), 매출은 5조7572억엔(약 52조7000억원)으로 국내 재벌그룹 순위로 5위권에 해당한다. 계열사수는 해외 16개를 포함해 총 52개다.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신 총괄회장으로 28%를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포장자재 판매업체인 광윤사(22%)가 잇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또 광윤사의 지분 50%를 갖고 있으며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신 부회장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인사는 신 총괄회장이 유일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재계는 이번 신 부회장의 이사직 해임 배경에는 신 총괄회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은 차남, 일본은 장남이 경영하는 것으로 일찌감치 교통정리에 나섰는데 장남이 지분 매입 등에 나선 게 반기를 든 것으로 비춰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번 해임이 신 총괄회장의 '경고성 메시지'라는 얘기다.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
지속되던 체제 변화 오나

신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일은 또 있었다. 지난 8일 비상장 회사인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8월 반기보고서와 3분기 보고서 임원 및 직원 등에 관한 사항에 착오기재가 있다며 정정공시를 냈다. 롯데알미늄은 8월 반기, 12월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 신 부회장의 담당업무를 그룹회장으로, 주요 경력을 롯데칠성음료 이사로 표기했던 것을 각각 자문과 호텔롯데 이사 겸직으로 정정했다. 신 부회장이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그룹 회장'으로 있었던 셈이다. 특히 2013년까지 등기임원이던 신 회장은 이번 반기와 분기 보고서상에 제외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이사회에서 빠진 시점이 신 총괄회장이 투병 중이던 지난해 시기와 겹치고, 신 부회장이 일본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이용해 롯데알미늄에 대한 경영권과 지배권을 확보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롯데알미늄의 최대주주는 일본L제2투자회사와 광윤사 등으로 지분율이 절반이 넘는다. 신 부회장이 거느리고 있는 일본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충분히 롯데알미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롯데그룹은 "공시 담당자의 기재 착오에 불과하다"며 "비상장 회사다 보니 수개월 동안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업계는 한국롯데의 매출 규모가 일본롯데보다 10배 이상 크다는 점과 두 형제의 한국·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율이 엇비슷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지역별로 나누는 기존 '일본=장남, 한국=차남' 구도의 후계구도가 설득력을 잃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이 계열사 합병과 지주사 전환 등을 거쳐 두 아들에게 롯데그룹을 나눠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계열 분리를 통해 신 부회장이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식음료, 호텔 등을, 신 회장이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유통, 상사, 소재 등을 맡는다는 식이다.

일각에서는 신 부회장이 물러남에 따라 롯데의 후계구도 경쟁에서 신 회장이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동주=식음료·호텔
동빈=유통·상사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롯데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타워 완공에 신 회장이 총력을 다하면서 신임을 얻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는 오너가 가족일 뿐 완전히 별도로 경영하고 교류도 전혀 없다"며 "후계 구도와 관련해 계열사 합병이나 분리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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