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만도 못한 국회 보좌진 고용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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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루살이만도 못한 국회 보좌진 고용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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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원 2100명인데 2600명 면직 "차라리 장그래가 부럽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회 보좌진 총원 2100명 중 19대 국회 들어 면직(해고 또는 자진사퇴 등으로 직을 잃음)처리된 보좌진이 2602명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통계수치는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보했다. 당초 국회사무처 측은 본지의 정보공개요청에도 해당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버티다가 이의신청까지 하자 결국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가 너무 과도하게 국회의원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보좌진 총원 2100명 중 19대 국회 들어 2년 반 동안 면직(해고 또는 자진사퇴 등으로 직을 잃음)처리된 보좌진이 2602명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국회 보좌진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매우 적나라한 통계수치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국회 보좌진들은 지난 2년 반 동안 약 130% 인원이 교체된 것이다.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다른 일반 회사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고용행태라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감싸기

이 같은 통계수치는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보했다. 국회사무처 측은 본지의 정보공개요청에도 해당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버티다가 본지가 이의신청까지 하자 결국 자료를 공개했다.

당초 본지가 국회사무처 측에 요청한 자료는 19대 국회 개원 후 각 의원실별 보좌진 인사이동 현황이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 측은 해당 자료가 공개될 경우 의정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줄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고, 본지의 이의신청 끝에 전체적인 면직 통계자료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국회사무처가 너무 과도하게 국회의원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해당 자료가 공개될 경우 의정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회의원들이 친인척 등을 보좌진에 임명하거나 실제로 출근하지도 않는 보좌진을 등록만 해놓고 임금을 빼돌리는 등의 사례가 적발돼 문제가 되고 있는데 국회 사무처의 이런 폐쇄적인 국회의원 감싸기가 이 같은 사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사무처 측은 해당 통계자료에 대해 “별정직 공무원인 국회 보좌진들은 전보조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예를 들어 5급 보좌진을 4급 보좌진으로 승진시킬 경우에도 일단 5급에서 면직 처리한 후 4급으로 재임명해야 한다”며 “모시던 국회의원이 직을 잃어 함께 면직된 보좌진들도 있고 단순히 의원실을 옮기게 된 보좌진들도 다 면직처리돼 통계에 잡힌다. 해당 통계자료는 다소 과다계상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 측은 그런 식으로 통계에 잡히게 된 인원이 정확히 몇 명이나 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 그 같은 사정을 모두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고작 2년 반 동안 총원 2100명 중 면직 처리된 보좌진이 2602명이나 된다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의원 마음대로 해고, 소청제도도 없어
임기동안 보좌진 40명 갈아치우기도

실제로 국회 보좌진들이 전하는 보좌진들의 고용실태는 심각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활동했던 모 의원은 임기 4년 동안 별다른 이유도 없이 보좌진들을 40명 넘게 갈아치워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일반회사의 경우 부당한 해고에 대해서는 소청을 제기할 수 있지만 국회 보좌진의 경우는 국회의원이 아무리 부당한 이유로 해고를 한다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아무런 제도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국회 보좌진들에 따르면 자신과 성향이 맞지 않는다든가 사소한 의견 충돌로도 보좌진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면직을 통보하는 국회의원들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지난해 11월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이 나서 ‘국회의원이 보좌진을 직권으로 면직할 경우 적어도 30일 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보좌진은 “일반회사의 경우는 이미 근로기준법상 한 달 전에 해고를 통보하도록 되어있고, 꼭 법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기본적인 예의가 아닌가? 이런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아 따로 입법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며 “국회 보좌진들은 노동자로서 아주 사소하고 당연한 권리들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임명부터 해고까지 전부 의원들 손에 달려있다 보니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사적인 일로 보좌진들을 동원하는 일도 공공연히 벌어진다. 어떤 보좌진은 의원 가족들이 여름휴가를 간 사이 애완견의 사료를 대신 챙기는 일이나 의원이 이사할 때 이삿짐을 나르고 집을 청소한 적도 있었고, 심지어 자녀의 과외수업을 보좌진에게 맡기는 국회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한 보좌진은 “의원이 아무리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비서들을 하인 취급해도 직언을 하려면 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의원의 말 한마디면 해고되는 보좌진들은 더러우면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며 “총각들은 때려치울 용기라도 있지만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때려치우고 싶어도 당장 생계가 걱정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늘 강도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 보좌진은 “국회에서 일한다고 하면 다들 좋겠다고 하시는데 사실은 3D업종”이라며 “밤샘근무도 잦고 주말은 물론이고 휴가 때나 심지어 새벽 1시가 넘어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온다. 보좌진들은 늘 의원의 1분 대기조”라고 한탄했다.

의원님은 위선자?

작년에 화제가 됐던 드라마 <미생>은 직장인들이 겪는 어려움들을 실감나게 표현해 내면서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었는데, 드라마의 주인공 장그래는 국회 보좌진들과 비교하면 매우 안정적이고 처우가 좋은 직장을 다닌 셈이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미생>을 보면서 차라리 장그래가 부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정작 자신의 보좌진들은 대수롭지도 않은 이유로 하루아침에 갈아치우는 국회의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해고노동자 복직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며 “자기 주변부터 신경 써 달라”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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