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고개든 '이재만 살인사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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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고개든 '이재만 살인사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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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정치 유망주를 죽였나


[일요시사=사회팀] 40대 초반의 초선 시의원. 지역에서 손꼽히는 정치 유망주였던 이재만 청주시의원은 시의원으로 당선된 지 2년 만에 살해당했다. 그가 살해된 원인과 배경을 놓고 여러 추측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사건은 한 조직폭력배의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청부 살해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수사 종결 16년 만에 새로운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이 의원을 살해한 진짜 배후가 지역 고위 인사였다는 충격적인 폭로다.

16년 전 있었던 '이재만 살인사건'의 실제 배후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일 검찰은 1997년 청주시의회 소속 이재만 당시 의원이 조직폭력배에게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이 의원의 유족들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하고 진위 파악에 나섰다"고 밝혔다.

양심고백 파문  

앞서 유족들은 "이재만을 청부살해한 배후 세력이 3명 더 있다"며 그 실명을 언론에 공개하고 청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유족들은 고소장에서 배후 세력으로 의심받는 3명에 대해 살인교사 혐의를 씌웠다.

검찰은 당시 사건 기록을 살펴보는 한편 조만간 관련자를 불러 사실관계 등을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유족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반대의 경우도 실명이 거론된 3명의 심각한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파문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만 살인사건'은 이 의원이 1997년 10월2일 오후 9시50분께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 2명에게 피습당한 사건이다.

이 의원은 사건 당일 오후 6시께 사업 관계자들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그러나 이로부터 3시간 뒤 이 의원은 옆구리와 허벅지 등을 난자당한 채 자택 앞에서 발견됐다.

흉기에 찔려 신음하고 있던 이 의원을 목격한 건 그의 딸 이모씨다. 이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집 밖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놀라 창문을 열어보니 아버지가 쓰러져 있었다"며 "범인으로 짐작되는 20대 남자 2명이 도망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딸의 신고로 이 의원은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사건을 맡은 청주서부경찰서는 사망한 이 의원의 옷가지에 지갑 등 귀중품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점에 주목했다. 또 사건 발생 며칠 전부터 이 의원의 귀가시간을 묻는 익명의 전화가 걸려왔고, 같은 시기 집 주변에서 괴한들을 봤다는 증언을 확보하면서 계획 살인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같은해 12월 경찰은 조직폭력배 김모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경기도 인근에서 그를 체포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선배 조직원으로부터 이 의원을 살해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며 관련한 혐의를 인정했다. 김씨 등 소위 '화성파' 조직원이었던 일당 5명은 해당 사건에 연루돼 차례로 검거됐다.

후속 보도 등에 따르면 사건의 몸통이자 배후로 지목된 양모(현재 군산교도소 수감 중)씨는 1999년 5월 검거됐다. 양씨는 1년8개월에 걸친 도피생활 중 경찰이 공개수배로 전환하자 자수를 선택했다.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화물터미널에서 체포된 그는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이 의원을 살해한 내막을 실토했다.

양씨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던 자동차 납품업체에서 생산한 연료절감 장치를 이 의원 소유의 운수회사로 납품하려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양씨의 제안을 거절하며 그에게 폭언을 했던 것으로 양씨는 주장했다.

또 이 의원은 양씨 조직이 관리하던 나이트클럽 인허가 과정에서 이를 반대해 조직의 타깃이 됐던 것으로 양씨는 설명했다. 하지만 양씨는 "누군가 자신에게 살해를 지시한 적은 없으며 자의적 판단이었을 뿐 배후는 없다"고 못박았다.

1997년 청주시의원 피살…조폭 단독 범행 종결
"지역실세들이 청부한 배후" 폭로에 재수사

결국 경찰은 해당 사건을 양씨 개인의 원한에 의한 청부 살해로 결론 냈다. 이 의원을 직접 살해한 김씨와 최모씨는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을 선고받았으며, 뒤늦게 구속된 양모씨에게는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이밖에도 범행에 가담한 3명에게는 양씨와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그런데 끝난 줄 알았던 '이재만 살인사건'의 불씨가 양씨를 통해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해당 살인사건의 진짜 배후가 따로 있다는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내년 5월 만기출소를 앞둔 양씨는 최근 자신의 자필 편지를 한 변호사에게 건넸다. 양씨는 편지에서 이번 사건의 배후로 모두 3명을 거론했다. 그의 폭력조직 선배 A씨(2012년 사망), A씨의 동창 B씨, B씨의 친인척이자 지역 고위 인사로 알려진 C씨다.

양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에게 청부 살해를 지시한 인물은 얼마 전 사망한 선배 A씨다. 그리고 A씨에게 “이 의원을 손보라”고 부탁한 것은 B씨이며, B씨의 뒤를 봐준 인물은 C씨다. 당시 B씨는 양씨를 만난 자리에서 일을 처리하면 C씨를 통해 나중에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B씨의 친구이자 양씨의 선배인 A씨가 이를 보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얼마 전 A씨가 사망하면서 양씨는 자신의 범행에 대한 대가를 담보할 수 없게 됐다. 더불어 수감생활 중 모친이 타계하는 등 심경 변화를 겪은 것도 이번 고백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어찌됐든 양씨에게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유족들은 즉각 양씨를 만나기 위해 교도소를 찾았다. 그리고 면회 자리에서 그가 직접 밝힌 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었다. 이어 양씨에게서 필요하다면 법정 증언도 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다. 16년 만의 진실 규명이 급물살을 탔다.

지난 2일 이 의원의 미망인 등 유족들은 고소장 제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당시 고인과 조직폭력배(양씨)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과 이해관계가 없었다"며 "양씨를 통해 확인한 배후 인물들은 특정 사업과 관련해 고인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청주지검 형사2부에 배당됐다.

유족, 실명 공개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15년인 점을 살펴 공소권 유무 등 수사 진행이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다. 양씨 등이 기소되고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공소시효 진행이 중단됐다고 보면 아직 사건을 재수사할 시간은 남아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확답을 피했다. 그는 "고발 내용과 공소시효 등을 살펴보고 있지만 자세한 사항을 이야기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배후인물이 있기는 있을 것"이라며 "당시 수사회의에서 추론됐던 것이고, 똑 떨어지는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누군지) 밝히지 못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배후 지목' 업체 측 반박
"이재만 모른다" 법적대응 예고

'이재만 살인사건'과 관련해 유족들로부터 실질적인 배후로 지목된 한 방송사 측은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대응할 것임을 강조했다.

해당 방송사는 복수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배후설에 휩싸인 대표는 사건 당시 이재만 의원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며 "청주시의회가 관장하는 인허가와 관련한 갈등이나 시비의 소지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이 같은 일방적인 주장이 아무런 여과 없이 유포돼 방송사의 이미지와 대표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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