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에 목 걸린 사람들

한국뉴스


 

유병언에 목 걸린 사람들

일요시사 0 1759 0 0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찰총장·법무장관도 "위험하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추적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이 궁지에 몰렸다.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만료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사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 교체론이 대두되고 있다. 수사 장기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전언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 수뇌부에 대한 경질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됐다. '유병언의 덫'에 꼼짝없이 걸려든 검찰이다.

 icon_p.gif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시 채찍을 들었다. 도피 중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조속한 검거를 촉구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에 대한 '선보상, 후구상권 행사'를 위해 유병언을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유 전 회장에 대한 검거를 지시한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

대통령의 재촉

박 대통령은 이날 "사법 기관과 정치권, 국민들이 힘을 합친다면 비호세력들의 힘이 빠져 결국 잡힐 것"이라며 상황을 낙관했다. 또 "유병언을 잡는 것을 포기한다면 이런 희생을 앞으로 막을 수 없고, 국민 세금으로 (보상금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팀을 구성하여 유 전 회장을 쫓은 지도 어느덧 석 달이다. 유병언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하 수사팀)은 오늘도 기약 없는 제보 전화를 기다리며 속을 태우고 있다.

그간 수사팀은 100여명의 전담 인력을 가동하여 유 전 회장 검거에 나섰다. 그러나 변죽만 울렸을 뿐 안성 금수원을 탈출한 유 전 회장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검찰이 '유병언 검거 작전'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동안 일선 업무는 사실상 마비된 것으로 전해진다.

  
▲ 황교안 법무부장관 <사진=일요시사 DB>

"유 전 회장을 잡을 때까지 퇴근하지 않겠다"던 수사팀의 의지도 한풀 꺾였다. 현장을 중심으로 수사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기소중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소중지란 범죄 혐의가 있어도 피의자의 소재가 불분명하면 찾을 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는 처분이다. 수사 단서가 없는 현 상황에서 기소중지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러나 검찰은 기소중지는커녕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남 순천 일대를 뒤지고 있다. 순천은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떠나 지난달 초까지 머무른 것으로 추정되는 별장이 있는 곳이다.

이 별장을 떠난 유 전 회장의 행적은 지금껏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때를 즈음으로 제보 전화 역시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째 수사가 진전 없는 미궁에 빠진 셈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잊을 만하면 수사팀의 퇴로를 불사르고 있다. 추적이 더 장기화되거나 실패할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지만 "무조건 잡으라"는 메시지를 보름에 한 번 꼴로 되풀이 중이다.

때문에 검찰은 마땅한 '출구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소중지의 경우 청와대의 뜻에 반할뿐 아니라 수사 실패를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며, 반대로 유효기간이 끝난 영장을 재청구하는 것도 이례적 일이라 어느 쪽이든 외통수란 설명이다.

이런 배경으로 검·경 수뇌부는 사실상 사퇴를 각오하고 이달 22일을 '유병언 검거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앞서 인천지법은 지난 5월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만료시한을 오는 22일로 정했다. 같은 기간 수사팀은 유 전 회장은 물론 장남인 유대균씨의 구속도 자신했다.

그렇지만 영장 만료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7일 수사팀은 22일 이후의 상황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구속영장 22일 만료로 검거 작전 중대기로
밀항 여부 변수…검경 수뇌부 책임론 부상

현재 검찰은 유 전 회장과 관련한 대부분의 인물을 체포하면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데드라인 전까지 측근들을 압박해 자백을 받겠다는 심산이다. 여기서 문제는 체포된 당사자들이 유 전 회장의 행방을 함구하고 있다는 데 있다. 유 전 회장에 대한 영장이 재청구된다 하더라도 체포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이유다.

 이미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팀 개편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과정에 일부 문제가 노출됐다는 얘기다. 수천명에 달하는 검·경 인력이 작전에 투입됐지만 인력 대비 효율이 없는 것도 문제다. 무리한 수사팀 차출로 생긴 치안 공백 역시 우려됐다.

  
▲ 김진태 검찰총장 <사진=일요시사 DB>

그러나 어떤 수뇌부도 섣불리 '간언'하지 못하는 분위기에 난맥상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검거를 독려한 상황인데 어느 누가 목을 걸고 직언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검찰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유병언 검거 실패는 곧 검찰 지휘부의 책임론으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경우에 따라선 지휘라인의 정점에 있는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김 총장은 유병언 검거 작전과 관련해 한 달 넘게 침묵 중이다.

지난 1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세월호 사고 관련 수사나 이른바 관피아 수사 등 현재 하고 있는 여러 목표들의 진행상황을 점검하여 흔들림 없이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 청와대 눈치를 살피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검찰 조직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김 총장이 홀로 후폭풍을 감내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유 전 회장의 밀항 여부는 김 총장의 거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검·경은 물론 일부 군 인력까지 동원된 메머드급 작전에서 유 전 회장이 밀항에 성공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경우 수사팀은 원칙적으로 기소중지를 해야 하는데 이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김 총장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퇴로는 없다

같은 맥락에서 이상원 인천지방경찰청장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이 청장은 지난 2일 "유병언 부자가 아직 국내에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검찰과 업무를 분담해 대균씨 검거에 주력하고 있는 이 청장은 "유병언 부자가 외국에 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지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만약 유병언 부자의 출국 사실이 확인된다면 가장 먼저 화살이 돌아갈 수뇌부가 바로 이 청장이다.

이밖에도 밀항을 시도한 지역의 지방경찰청장 역시 경질 압박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번 수사를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재경 인천지검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형수사에 잔뼈가 굵은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특수통이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 '검란' 사태에 연루돼 지방으로 좌천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수도권으로 올라온 최 지검장은 지난 BBK사건에 이어 또 한 번의 갈림길에 섰다.

한편 해체가 확실시되는 해경의 수장인 김석균 해경청장은 지난 3일 유 전 회장의 밀항 가능성과 관련해 "배제 못한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angeli@ilyosisa.co.kr>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