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이야기' 세자매 겁탈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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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이야기' 세자매 겁탈사건 전말

일요시사 0 2034 0 0













강원 시골마을의 더러운 사람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강원도에 살고 있는 세 자매가 친족들로부터 거액을 갈취당한 것은 물론 마을 이웃들로부터도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세 자매는 각각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중증 장애인인데 이중 한 명은 최근 성폭행 피해로 출산까지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특히 경찰 수사가 있기 전까지 주변 누구도 이들의 피해사실을 알지 못해 안타까움은 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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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자매가 이웃 주민들에게 지난 2년간 무차별적인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들 자매는 성폭행 피해 때문에 임신은 물론 출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번갈아 몹쓸짓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난 16일 지적장애 자매를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 마을 이웃 최모(75)씨와 이모(40)씨를 각각 구속했다고 알렸다. 강원 양양군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피해자들은 각각 지적장애 1·2급 판정을 받은 중증 장애인이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ㄱ(27)씨·ㄴ(24)씨 자매는 약 2년 전부터 최씨와 이씨로부터 모두 5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 먼저 최씨는 지난 2012년 9월 평소 알고 지내던 막내 ㄴ씨에게 접근해 '나무를 하러 가자'며 꼬드겼다. 하지만 최씨는 ㄴ씨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했다. 해당 범행으로부터 약 1년 뒤 최씨는 집에 홀로 있던 첫째 딸 ㄱ씨에게도 접근해 '가만히 있으라'며 성폭행했다.

최씨와 별도로 범행한 이씨는 지난 2013년 8월부터 올 초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ㄴ씨를 성폭행했다. 이씨는 당시 집에서 쉬고 있던 ㄴ씨를 인근 축사로 불러낸 뒤 욕정을 채웠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ㄴ씨를 임신시켰고, 지난 5월 ㄴ씨는 이씨의 아이를 출산했다.

이들 자매가 입은 성폭행 피해는 인근 교회의 목사가 자매의 집을 방문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이 목사는 상담 도중 미혼인 막내 ㄴ씨의 배가 불러 있는 것을 보고 임신테스트기로 확인을 시도했다. 결과는 양성. 목사는 즉각 경찰에 "성폭행이 의심된다"며 신고했다.

피해 자매는 집 안 유리 창문이 다 깨지고 난방도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었다. 한 지붕 아래 두 자매가 나란히 성폭행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도 함께 있던 가족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이들의 어머니는 지적장애 3급이라 정상적인 사고 판단이 불가능했다. 또 다른 자매 둘째(26) 역시 자폐성장애를 앓고 있는 1급 장애인이었다. 더불어 네 모녀가 살고 있는 마을은 고작 10여 가구가 촌을 이룬 시골이었다. 외부 접근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목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피해자 ㄴ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최씨와 이씨를 체포했다. 이 중 이씨의 경우는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다가 ㄴ씨가 출산한 아이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증거로 들이밀자 그제야 혐의를 시인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경찰은 이들 네 모녀가 무려 40억원대의 부동산이 있는데도 궁핍하게 살고 있는 사실을 의아해했다. 네 모녀는 하루 세끼를 챙겨 먹기 힘들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생계수단은 인근 건어물 가게에서 하고 있는 허드렛일이 유일했다. 이들 가족의 한 달 생활비는 70만∼80만원에 불과했다.

경찰은 지난 2012년 12월 이들의 가장인 ㄹ(당시 59)씨가 교통사고로 숨진 사실에 주목했다. 당시 네 모녀는 사망한 ㄹ씨 소유의 부동산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대상에서 제외됐다. 관할 당국 관계자는 "이들 자매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진단서 제출이 되지 않아 벌어진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ㄱ씨의 경우는 정부로부터 매달 받는 장애연금 수급 대상에서 누락돼 있었다. 세 자매의 어머니 역시 지적장애가 있었음에도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해 국가가 지원하는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었다. 당연히 생계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고, 집 안 난방이 안 돼 걸린 동상에 주변만 안쓰러울 뿐이었다.

지적장애 자매 성폭행 후 임신시킨 이웃
큰아버지 조카 유산 담보로 11억원 갈취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네 모녀의 가까운 친척이 조카들을 상대로 돈을 갈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동생 ㄹ씨의 땅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횡령한 혐의로 친형 김모(60)씨와 그의 아들(43)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동생이 소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약 11억원을 대출받아 동거녀의 생활비와 채무 변제 등으로 유용했다. 경찰은 ㄹ씨가 비록 국가로부터 장애 판정은 받지 않았지만 지적 능력이 떨어졌던 것을 이용해 김씨가 대출금을 가로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김씨는 ㄹ씨가 사망하면서 남긴 생명보험금과 형사합의금 9000여만원을 가로챘다. 아울러 김씨는 세 자매의 장애인연금 1000만원도 함께 갈취했다. 김씨는 이들로부터 연금 통장을 가져가면서 생활비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단 한 푼의 생활비도 보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전 ㄹ씨는 농사를 지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그러나 ㄹ씨가 세상을 떠나자 누구도 이 가정을 돌보지 않았다. 네 모녀는 위해를 가한 이웃과 친척은 물론 보호의 의무를 방기한 국가로부터도 철저히 버려졌다.

목숨값도 가로채

가족이 상속받은 부동산은 김씨가 대출을 받으면서 사실상 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붙잡힌 김씨는 동생이 자의로 대출받아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가 대출금을 날린 만큼 네 모녀가 다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찰은 그간 누락됐던 첫째 딸 ㄱ씨의 장애연금이 나올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어 어머니 역시 병원 진단 등을 통해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가족 모두는 얼마 전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선정됐다. 불행 중 다행인 셈이다.

하지만 이후 실질적인 관리·대책 마련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이들 장애인 모녀를 노린 악질 범죄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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