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대통령도 모르는 청와대 권력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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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기획 일촉즉발 정윤회 게이트> ③대통령도 모르는 청와대 권력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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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사진=일요시사 DB>

정윤회 아래 문고리, 그 아래 김기춘?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연말 정국의 태풍의 핵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정권의 청와대 실제 권력서열이 노출됐다. 공식적으로 청와대 2인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실제로는 비선실세보다 아래라는 정황이 드러난 것. 상식을 벗어난 청와대 실제 권력서열을 들여다봤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도와 국정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권력의 심장부다. 내부는 크게 대통령경호실과 대통령비서실로 구분된다. 경호실은 경호 업무만을 전담하는 특수조직으로, 실제 업무는 비서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비서실의 정점에는 비서실장이 있다. 현재 공식적인 청와대 2인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지며 실제 청와대 권력서열은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질적 2인자
‘정윤회의 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올 초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감찰보고서에 따르면 청와대의 진짜 실세는 정윤회씨다. 정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안팎에 포진한 십상시로부터 매달 두 차례 청와대 내부 동향과 현 정부 동향을 보고 받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특히 정씨는 지난해 이들과의 송년 모임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 시점에 대해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정보지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부터 정가에는 ‘김기춘 사퇴설’이 꾸준히 오르내렸다.

공식 직함이 없는 정씨가 공식적인 청와대의 2인자 김 비서실장의 사퇴 시점을 조율할 정도로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세간에 떠돌던 ‘정윤회 숨은 실세’ 의혹이 사실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심지어 정씨가 사적인 일로 박근혜 대통령까지 움직였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야당의 주장에 따르면 승마선수인 정씨의 딸이 국가대표가 되는 과정에서 최종전에서 탈락하자 정씨가 영향력을 행사에 심판 판정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뤄졌고, 결국 판정이 번복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승마협회 감사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뛰는 김기춘 위에 나는 정윤회 사단
BH 쥐고 흔드는 진짜 실세 존재하나

그런데 문체부 감사를 주도한 A체육국장과, B체육과장이 정씨 의도와 다르게 ‘협회와 정씨 측 양쪽에 다 문제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자, A·B 두 간부는 갑작스럽게 각각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과 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좌천됐다. 특히 해당 간부의 인사조치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유진룡 문제부장관을 불러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유 전 장관은 지난 4일 <조선일보>를 통해 “대충 정확한 정황”이라며 “그래서 청와대에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확인까지 해줬다. 심지어 그는 “문체부 감사 결과 정씨 쪽이나 그에 맞섰던 쪽이나 다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두 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올렸는데 정씨 입장에서 상대방만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을 문체부가 안 들어줘 괘씸한 담당자들의 처벌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감사 담당자들이 좌천성 인사조치를 당했으니 정씨의 요구는 이뤄진 셈이다.

‘정윤회 감찰 문건’에 따르면 문고리 권력 3인방은 십상시 중에서도 실세로 박 대통령과 정씨를 함께 모시며 김 비서실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1988년부터 보좌진으로 활약한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한 인선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용한 김기춘
밀려난 박지만?

김 비서실장의 영향력은 이른바 ‘정윤회 사단’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박지만 EG회장은 지난 5월 정호선 제2부속비서관을 통해 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되고 있다고 제보했다.

박 회장은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실 명의로 작성된 문건을 입수했으며 여기에는 박 회장 주변 인물에 대한 비리 의혹 등이 있었고, 박 회장은 김 실장에게 대통령 특별지시를 받아 국정원 인력이 들어가 대대적 점검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 비서실장이 정씨와 박 회장의 비선 간 권력암투가 밖으로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덮으려 했거나, 아니면 정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비서실장이 정씨와 박 회장의 권력투쟁을 방치해 어부지리를 얻으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윤회 문건’에 따르면 검찰 장악이라는 난제를 해결한 김 비서실장은 정씨에게 토사구팽을 당할 운명인데, 이를 막기 위해 비선 실세간 싸움을 조장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박 회장이 제보했다는 정 비서관과 남 국정원장은 해당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박 회장은 한 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권력암투에서 패해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정권 초반만 해도 박 회장 주변 인사들이 대거 군 요직을 장악하며 ‘누나회’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혈육 박지만은 권력암투서 밀린 듯
학계비선 최외출 영향력 무시 못해

실제로 박 회장의 육사 동기인 37기에서는 보통의 기수보다 2배나 많은 8명이 중장에 올랐다. 특히 박 회장과 중앙고-육사 동기인 이재수씨는 지난해 중장 진급 6개월 만에 군 정보를 총괄하는 기무사령관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회장 라인의 부상은 태생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은 정씨와의 권력투쟁 빌미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 회장은 1990년 당시 둘째 누나인 박근령 육영재단 이사장과 함께 노태우 대통령에게 “최태민에 속고 있는 박근혜가 불쌍하니, 박근혜가 최태민을 옹호하는 부탁을 거절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낸 바 있다.



 



▲ 박지만 EG 회장 <사진=뉴시스>

오래전부터 박 대통령과 함께 구국여성봉사단, 근화봉사단, 영남재단, 육영재단에서 함께 활동하며 부와 권력을 취했던 최태민씨를 못마땅해 했던 것이다. 즉, 최씨의 사위인 정씨와 박 회장의 충돌은 예견된 일인 셈이다. 1년 만에 경질된 이 기무사령관, ‘정윤회 문건’ 작성 직후 청와대서 내쳐진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전 공직기강비서실 행정관)의 사례 등은 박 회장이 권력암투서 밀린 결과로 해석된다. 

최외출도
숨은 실세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도 또 다른 ‘숨은 실세’로 거론된다. 오랜 기간 드러나지 않고 박 대통령을 보좌해온 최 부총장은 영남대 새마을장학생 1기로,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박 대통령의 기획조정특보를 맡았다.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할 당시부터 함께 했던 그는 박 대통령의 가정교사 5인방(최외출 영남대 부총장,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영세 연세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중에서도 핵심인사로 꼽힌다.

최 부총장은 지난 대선 후 “박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다. 박 대통령을 잘 도와 달라”는 말을 남기고 대구로 내려가 권력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권 안팎에서는 최 부총장이 숨은 실세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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