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사내 로비창구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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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 ⑤사내 로비창구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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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길 사람 있으면 회사로 데려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전직 기자를 건설회사 부사장에?"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인사로 구설에 올랐다. 최근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인물로 알려진 윤승모 전 부사장의 경우가 그랬다. 윤 전 부사장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었지만 난데없이 건설사인 경남기업의 부사장이 됐다.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을 자신의 로비창구로 활용했던 것일까?

“성완종 회장이 개인적으로 챙길 사람이 있으면 회사로 다 데려왔다.”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인사로 구설에 올랐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윤승모 전 부사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경남기업의 한 관계자는 “경남기업이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한때는 시공능력 순위 17위까지 차지했던 대형건설사다. 그런 회사 부사장 자리에 난데없이 기자 출신 인사를 앉힌다고 하니 당시 뒷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윤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의 지시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 정치권에 들어왔다.

인사 잡음
인사 로비?

윤 전 부사장은 정치권에선 친박(친박근혜)인사로 분류된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진 박근혜 대통령과 끈끈한 인연을 맺고 있는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의 특보로 활동했다. 서 의원이 지난 2008년 친박연대를 결성했을 때도 함께 활동했고 2011년엔 ‘친박연대 1095’를 출판했다. 서 의원이 다시 국회로 복귀한 2013년 10월 재보선을 앞두고는 서 의원의 자서전 격인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라는 책을 썼다. 

이렇듯 서 의원의 측근으로 활동하던 윤 전 부사장은 지난 2010년 경남기업의 사외이사로 임명된 후 2012년 2월 경남기업 부사장에 올랐다. 윤 전 부사장은 건설업계 관련 경력이 전무했고 당연히 전문성도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전직 기자 부사장으로
보좌관 고위 임원으로

또 윤 전 부사장의 행보를 살펴보면 기업 운영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듯 하다. 윤 전 부사장은 부사장에 오른 뒤 불과 2개월 후 19대 총선에서 광명갑 출마를 준비했었다. 그의 임기는 2014년 3월까지였지만 서 의원이 2013년 재보선 출마를 준비하자 미련 없이 부사장직을 던지고 서 의원의 선거캠프에 합류했다. 성 전 회장이 윤 전 부사장을 부사장으로 임명한 것이 사실상 서 의원에 대한 로비 성격은 아니었는지 의심되는 정황이다.

특히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자살하기 이틀 전 가족회의에서 서 의원에 대해 의리를 지킨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 이후 억울함을 토로하며 여러 정치인에게 구명 활동을 벌이던 상황에서 그나마 자신을 격려해준 서 의원에게 고마웠다는 뜻을 표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은 당시 가족회의에서 “이번 일을 겪고 보니 누가 의리가 있고 없는지 알겠더라. 난 끈 떨어지고 돈도 없는데 서청원(최고위원), 최경환(경제부총리), 윤상현(의원), 김태흠(의원)만 의리를 지키더라. 내 공과 억울함을 알아줬다”고 말했다고 한다.

반기문과 인연
동생이 연결고리?

경남기업의 한 관계자는 “윤 전 부사장뿐만 아니라 성 전 회장은 챙길 사람이 있으면 고문, 사외이사 등으로 자리를 만들어 줬다. 그간 경남기업을 거쳐 간 임원진 중 상당수가 성 전 회장의 측근이다.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여기저기 앉혀놨으니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남기업 노조의 한 관계자도 “당시 뒷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사는 인사권자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노조가 나서서 문제 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경남기업 상임고문 역시 성 전 회장의 낙하산 인사로 꼽힌다. 반기상 고문은 벌써 경남기업의 상임고문으로 7년 넘게 재직하고 있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이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반 총장과 상당히 가까운 측근이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고 폭로해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놨을 때 당시 반 총장의 측근으로 지목된 인사가 성 전 회장이다.

성 전 회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특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반 총장은 성 전 회장이 이끌었던 충청포럼의 핵심인사다. 반 총장은 국내를 찾을 때면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충청포럼 관련 행사에는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반 고문이 경남기업의 상임고문으로 재직하면서 그동안 반 총장과 성 전 회장을 연결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오지 않았겠냐는 추측이다.

반 고문 역시 건설업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경남기업의 한 관계자는 “상임고문이라고 하면 보통 해당 기업이나 관련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한 분들에게 주는 자리인데 건설업에 대해선 전혀 문외한으로 알려져 있는 반기상 씨를 상임고문에 앉혀놓은 것만 봐도 경남기업이 그동안 얼마나 원칙 없는 인사를 해왔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이어지고 있는 보도에 따르면 경남기업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와 매우 가까웠던 인사가 재직했는데, 성 전 회장이 노무현정부에서 특별사면된 이후 공교롭게도 해당 인사가 경남기업의 임원으로 승진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성 전 회장은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자민련에 16억원을 낸 것과 관련 회삿돈 횡령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성 전 회장을 2005년 5월 사면해줬다. 그런데 불과 석달 뒤 경남기업에선 공교롭게도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김모씨가 임원으로 승진을 했다는 것이다.

경남기업의 한 관계자는 해당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김모씨가 노건평씨와 같은 동네 사람으로 형 동생 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며 성 전 회장의 사면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성 전 회장은 야당 유력 의원의 보좌관 출신 인사를 경남기업 홍보담당 임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추미애 최고위원의 비서관이었던 박준호 전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일각에선 박 전 상무가 외부인사임에도 경남기업 상무로 임명될 수 있었던 배경에 추 최고위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추 최고위원 측은 “박 전 상무가 의원실에서 1997년부터 1년 가량 7급비서로 근무했을 뿐”이라며 “이후 박 전 상무는 다른 의원실에서도 더 근무하다 2003년 경남기업에 입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야당 보좌관
건설사 임원으로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 사외이사진을 사실상 로비창구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사외이사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폭넓은 조언과 전문지식을 구하기 위해 선임되는 인사를 말한다. 사외이사는 회사의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로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그런데 성 전 회장의 증언대로라면 윤승모 전 부사장은 경남기업 사외이사로 재직하던 당시 성 전 회장의 돈 심부름까지 했다. 경남기업의 사외이사 제도가 유명무실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동안 경남기업의 사외이사진은 무척 화려했다. 하지만 대부분 건설업과는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었다.

반기문 동생 고문 임명 '왜?'
정관계 거물 모아놓고 로비?

성 전 회장의 개인 재판 때에는 법조계 인사가 등용됐고, 회사가 어려울 땐 금융권 인사들이 임명됐다. 경남기업 사외이사가 성 전 회장의 맞춤형 로비창구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일례로 지난 2007년 경남기업 사외이사진에는 한광수 전 대검찰청 형사부장과 임창렬 전 경제부총리, 전형수 전 서울지방 국세청장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성 전 회장은 행담도 개발 사업 의혹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던 시기였다. 성 전 회장은 불과 한 달 뒤 노무현정부의 마지막 특별 사면으로 복권됐다.

 



또 경남기업이 경영난을 겪으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던 시기에는 금융권 고위직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대거 투입됐다. 김상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 김덕기 전 신한은행 충남영업본부장, 이영배 전 기업여신관리부장 등이다. 화려한 사외이사진 덕분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경남기업은 과거 두 차례나 채권단의 워크아웃 심사를 통과했다.

워크아웃 통과
사외이사 덕분?

특히 이영배 전 기업여신관리부장의 경우 경남기업의 주채권단인 신한은행 출신인데, 주채권단에 속했던 인사가 사외이사직을 맡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경남기업은 지난해 3차 워크아웃 상태에서도 채권단으로부터 출자전환 1000억원, 신규자금 지원 3800억원 등의 지원을 받아냈다.

경남기업은 지금까지 거론된 인물들 외에도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향렬 전 건설교통부 차관보,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 등의 거물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임명해왔다. 이처럼 성 전 회장이 사실상 경남기업을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 창구로 활용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경남기업 측은 “할 말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건설사 중에서도 나름의 기술력을 갖춘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경남기업은 지난 15일 자로 상장폐지 됐다.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증시에 입성한 지 42년 만이다. 한때 20만원 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결국 113원으로 마감됐다. 초라한 마지막 모습이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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