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폭 '검은 공생'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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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조폭 '검은 공생' 내막

일요시사 0 1734 0 0


형님들 뒤봐준 '해결사 형사'


[일요시사=사회팀] 영화가 아니다. 조직폭력배(이하 조폭)와 아삼륙인 강력계 형사는 실제로 있었다. 더구나 조폭을 잡아야 할 경찰이 도리어 조폭의 뒤를 봐주며 수차례에 걸쳐 호화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 공생하는 조폭과 경찰. 해결사를 자청한 '속물 형사들'의 수난시대가 오고 있다.

현직 조폭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도피를 돕는 등 소위 '뒤를 봐준' 현직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경찰관은 오랜 기간 조폭과 동거하면서 이들을 비호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강해운)는 수배를 받고 있는 조폭의 도피를 돕고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수뢰후부정처사, 범인도피, 직무유기)로 서울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관 조모(40)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걸리면 전화해"


검찰은 또 경찰에 뇌물을 제공하고 지명 수배중인 타 조직원의 도피를 도운 폭력조직 '장안파' 행동대원 박모(37)씨와 '청량리파' 행동대원 이모(37)씨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자신의 지인으로부터 '이리중앙동파' 행동대원 김모씨를 소개받은 뒤 2006년 6월부터 김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이들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빌라 등지에서 2006년 6월부터 2007년 8월까지, 2008년 6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모두 1년9개월을 함께 살았다.
이 기간 중 조씨는 김씨로부터 여러 조직원들을 소개받고 친분을 맺었다. '장안파' 박씨와 '청량리파' 이씨도 이때 친해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조씨는 조폭을 수사하는 강력팀에 있으면서 조폭의 든든한 '뒷배'가 돼준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7월까지 강력반 소속이었던 조씨는 자신의 경찰 생활 15년 가운데 7년을 형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이런 조씨가 조폭들로부터 호화 접대를 받기 시작한 건 2008년 무렵으로 파악됐다. '장안파'의 또 다른 조직원 정모씨는 강력계 형사인 조씨를 알게 된 후 수시로 경찰의 힘을 빌렸다.

먼저 정씨는 조씨에게 자신의 상사가 연루된 간통 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지인이 운영하는 노래방의 불법 영업 단속을 하지 말아달라고 청탁했다. 조씨는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고급 룸살롱에서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만원대 뇌물·접대받고 도피 지원
단속 정보 흘려주고 개인사건 무마도


그런데 날이 갈수록 조씨의 범죄행각은 대담해졌다. 같은 해 5월 정씨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청구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이다. 그러자 조씨는 "내가 사건을 담당한 형사에게 부탁해 일이 쉽게 풀린 것"이라며 서울 한 룸살롱에서 200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조씨는 사례비 명목으로 현금 100만원을 함께 받았다.

하지만 정씨에 대한 영장은 재청구됐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붙잡힌 정씨는 구속 기소된 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09년 10월 정씨는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자 재판에 불출석했다. 검찰은 잠적한 정씨를 붙잡기 위해 지명수배했다. 여기서 조씨는 정씨가 도피 중인 것을 알고 있었다. 어렵지 않게 정씨를 만난 조씨는 "간통사건과 노래방 단속 등에 대한 편의를 봐줬다"며 정씨로부터 팀 회식비 명목으로 현금 500만원과 초밥을 선물 받았다.

뒤이어 2010년 3월 한 술집에서 정씨와 재회한 조씨는 "잘 피해 다녀, 검문이나 음주 걸리면 나한테 전화해"라며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또 "제주에 있으면 관광객도 많고 검문이 심하지 않다"고 도피와 관련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무료 상담은 아니었다.

조씨는 정씨의 도피를 돕는 대가로 2010년 4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유흥주점 등을 누비며 현금은 물론 이른바 '풀코스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조씨는 트렌스젠더바와 가라오케, 특급호텔바에서 향응을 즐겼다. 더불어 조씨는 70만원 가까이 되는 호텔 숙박비도 정씨로부터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조씨가 정씨를 검거하지 않고 88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아 챙겼다"고 설명했다. 또 "정씨가 조씨에게 건넨 접대비는 모두 1380만원(880만원 포함)이었다"고 밝혔다.


초호화 룸살롱 돌며 
'풀코스 성접대' 받아


조씨가 정씨를 비호하는 동안 같은 '식구'였던 박씨는 자신의 집을 정씨의 은신처로 제공했다. '청량리파'의 이씨는 고급 외제차를 자신 명의로 뽑아 정씨가 타고 다닐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데 박씨와 이씨가 검찰의 타깃이 된 사연은 따로 있다. 이 사건에도 조씨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2009년 4월 구속수감 중이던 정씨는 "조 형사에게 부탁해 수사 접견을 오게 해 달라"고 박씨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특별접견 하게 해 달라"고 청탁했다. 이 대가로 정씨의 어머니는 박씨에게 1000만원을 건넸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검찰은 이 1000만원이 조씨에게 간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시기 이씨는 본인 명의로 된 통장을 개설한 사실이 적발돼 의심을 사고 있다.

이와는 별건으로 조씨는 박씨에게 금품을 요구한 의혹도 받고 있다. 2011년 2월 조씨는 "박씨가 공범으로 연루된 오락실 사기사건을 해결해주겠다"며 동료 경찰관에게 사건무마를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해당 사건의 고소인을 직접 만난 조씨는 박씨를 고소장에서 빼줄 것을 요청하면서 그 대가로 박씨에게서 전체 합의금의 10분의1인 1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조씨를 자택에서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조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때문에 경찰 일각에선 "검찰이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즉 "필요 없는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배경에 경찰을 망신주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털면 더 있다"


경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는 시작일 뿐"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경찰서의 실무진들은 물론 지방청이나 본청에서 근무 중인 팀장급(경사), 중견간부(경위 이상)까지 검찰이 '지켜보고 있다'는 소문이다.

더불어 일부 경찰 인사들의 비위와 관련한 진정서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조폭이나 지역유지, 재력가와 결탁한 사건도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해결사 검사' 사건으로 바짝 독이 오른 검찰의 칼끝이 점점 경찰로 향하는 분위기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 vs 검]
조폭 두고 힘겨루기

지난 1월13일 검찰이 발칵 뒤집혔다. 연예인 에이미의 연인 전모 검사에 대한 비위 사실이 경찰을 통해 복수 언론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검찰은 당시 전 검사가 받고 있던 일부 혐의 사실을 경찰보다 빨리 공표했다.

그리고 다음날 검찰은 조씨에 대한 중간 수사단계에서 공식 브리핑을 했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은 전 검사에게만 쏠렸다. 결국 검찰은 단 2번의 소환조사만으로 전 검사를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집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해결사 검사'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이번에는 '조폭 경찰'이 도마에 올랐다. 검찰이 조씨 사건에 대한 수사 브리핑을 다시 한 것이다.

이로부터 이틀 뒤 경찰은 갑작스레 조폭 검거 현황을 발표하며 포털사이트에서 '조폭 경찰'기사를 밀어냈다. 경-검이 서로 한방씩 주고받은 셈이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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