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첫 '화학적 거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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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첫 '화학적 거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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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딱발딱' 짐승 본능 사라질까

[일요시사=사회팀] 법원이 인권침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던 '화학적 거세'를 결정한 첫 판결을 내렸다. 국가가 성범죄에 대한 엄벌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대상은 미성년자 5명을 성폭행한 30대 남성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실효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기영)는 지난 3일, 10대 청소년을 협박해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표모(31)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 공개 10년, 전자발찌 부착 20년과 함께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 3년과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잇달아 몹쓸짓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성범죄로 인한 누범기간에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저지른 점 ▲미성년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점 ▲흥미를 위해 동영상을 촬영한 점 등을 들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약물치료 명령에 대해서는 "표씨가 성욕 과잉이자 왜곡된 성의식을 갖고 있어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다"며 "약물치료가 표씨의 과다한 성적 충동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화학적 거세 명령을 받은 표씨의 범행은 지난 2011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리스타인 표씨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즉석 만남' 채팅 앱을 깔고 7개월간 이 앱을 통해 만난 10대 중반의 여학생 5명을 성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성적 환상을 채우고 신고를 막기 위해 이들의 알몸 사진과 성관계 동영상을 찍은 뒤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들을 협박, 다시 성폭행하기도 했다.

검거 당시 표씨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저장 용량 270GB 중 260GB가 음란물로 채워져 있었다. 검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컴퓨터뿐 아니라 휴대전화나 태블릿 PC도 음란물 투성이였다.

표씨는 자신이 미성년자 일 때도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다. 15∼16세 때 성폭행과 강도상해 혐의로 소년부에 넘겨졌고 그로부터 4년 뒤인 2001년에는 충남 금산의 한 주택에 침입해 A(19)씨를 칼로 위협해 강간했다. 이 사건으로 징역 단기 7년, 장기 10년을 선고받은 표씨는 2010년 가석방됐고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됐다.

출소 후 식당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던 표씨는 전자발찌가 발각되자 커피점 바리스타로 자리를 옮겼다.

정신감정 결과에 따르면 표씨의 성도착증은 중증이다. 한국형성범죄자위험성평가(KSORAS)에서도 재범 위험성이 높게 나왔다.

재판 과정에서 표씨는 "성적 충동을 억제하기 어렵다"며 약물 치료를 자청했다. 하지만 "약물치료 대상으로 규정된 성도착 증세나 재범 가능성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로 예정돼 있던 선고는 표씨의 탈수 증세 등으로 1주일 연기된 바 있다. 선고 당일 머리를 짧게 깍은 채 수의를 입고 등장한 표씨는 선고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표씨가 이번 판결을 받아들이면 형이 확정돼 출소 2개월 전부터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게 된다.

10대 청소년 5명 성폭행 "성욕 통제 불가능"
법원, 징역 15년·성충동 약물치료 3년 선고

표씨가 받게 될 화학적 거세, 즉 성충동 약물치료 청구는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동의를 따로 요구하지 않는다.

화학적 거세에 사용되는 약물은 전립선 암 치료제로 쓰이는 루프롤라이드, 고세렐린, 프킵토렐린 등으로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1개월, 3개월, 6개월에 한번씩 주사를 맞게 된다. 해당 약물들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생성을 억제해 성충동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1회 치료비용은 28만원, 1인당 1년에 500만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한 사람이 최장 15년까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 7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현행 법률은 16세 미만 대상 성범죄자에게만 약물 치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오는 3월부터는 피해자 연령과 상관없이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화학적 거세를 결정할 권한은 법원 외에도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갖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지난해 5월 아동성폭력범인 박모(46)씨에게 화학적 거세를 명령했다. 지난해 7월 가출소한 박씨는 보호 관찰하에 8개월째 약물주사를 맞고 있다.

치료감호심의위는 치료감호나 보호감호 기간이 끝난 성범죄를 대상으로 최고 3년,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성범죄자에게 최고 15년 약물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게 차이점이다.

현재 법원이 심사 중인 화학적 거세 명령 청구 사건은 모두 6건. 지난해 9∼12월 대전지검·서울북부지검·광주지검·부산지검 등이 잇따라 청구했다. 화학적 거세를 결정할 권한은 법원과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 등 두 곳이 갖고 있다.

법원의 화학적 거세 첫 판결 소식에 다수의 국민들은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충동을 억제할 수 없는 이들에게 내리는 최후의 판결이라는 이유다.

찬반 논란 여전

온라인 리서치회사 두잇서베이가 인터넷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두잇서베이' 사용자 46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화학적 거세를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가 늘어나는 현실에 성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다.

임명호 단국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성욕과잉 환자 3명에게 약물을 적용한 결과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윤리적 문제와 비용 문제만 극복한다면 성범죄 근절 차원에서 화학적 거세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화학적 거세 도입 단계부터 제기된 '이중처벌' '인권침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본인 동의가 없는 치료를 가장한 처벌이며 인권 측면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1인당 연간 5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치료비용 때문에 "국민의 세금을 성폭행 범죄자 치료에 쏟아 붓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성범죄 '방지'가 아닌 '처벌'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약물치료 효과에 대해 과학적·객관적 입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이뤄져야 하는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도 있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화학적 거세 시행 과정>

①성욕을 억제하는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를 근육과 피하지방에 주사하거나 경구용 알약 복용
②투여된 약물이 뇌하수체에 작용해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생성 억제
③고환 내 남성호르몬 고갈, 성충동 제거

<시행 절차>

전문의 진단·감정⇒약물치료 명령 청구⇒면접·심리·생리적 평가⇒법원 치료명령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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