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 C형간염 전염경로 추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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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통계] C형간염 전염경로 추적하니…

일요시사 0 1095 0 0

혈기왕성 아랫도리 남발하다 ‘헉!’

[일요시사=사회팀] 결혼하기 전 상대의 건강기록부부터 떼어보라는 말이 있다. 건강 상태를 보면 상대가 얼마만큼 자기관리를 잘 하고 있는지, 자신의 건강에 해를 끼치진 않을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잦은 성관계가 C형간염을 유발·전염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시선을 끌고 있다. 모든 간질환의 원인인 C형간염. 그 감염경로와 위험성을 알아봤다. 

“C형간염 걸린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맺었는데….”

한 여성 네티즌이 온라인커뮤니티 사이트에 고민과 함께 상담을 요청해왔다. 그녀는 본인의 남자친구가 C형간염에 걸린 것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남자친구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해오다가 C형간염에 전염됐다.

당시 그녀는 C형간염 위험성에 대한 지식도 현저히 부족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소변을 볼 때마다 피가 섞여 나오고, 하는 것도 없이 피로감이 몰려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어렵사리 온라인에 고민을 털어놓았던 것이다.

간암 발전 가능성

대개 40대가 되면 걸린다는 C형간염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전염수치가 높아지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C형간염 감염 위험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무분별한 마약과 여러 사람과의 성관계, 문신, 피어싱 등이 지목됐다.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정숙향 교수팀은 서울과 부산지역의 5개 대학병원에서 치료중인 C형간염 환자 11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생 성관계 파트너가 4명 이상인 환자가 무려 253명(28%)에 달했다고 밝혔다. 모든 사람들이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전염경로에 정액과 질 분비물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C형간염이 없는 환자 206명 중 평생 성관계 파트너가 4명 이상인 경우는 19명(10.3%)에 그쳤다. ‘4명 이상의 성관계 파트너’를 둔 사람의 C형간염 감염 위험도는 성관계 파트너가 평생 1명이었던 경우에 비해 3.2배나 오른 셈이다. 파트너가 2∼3명인 경우도 감염 위험도가 2.1배로 높아지는 수치를 보였다.

직장인 이모(34·남)씨는 “건강검진 때 C형간염 판정을 받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간염이라는 질병을 처음에는 우습게 생각했는데 A·B형간염과 달리 완벽한 백신이 없어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무서웠다”며 “20대 때 왕성한 혈기로 유흥업소 아가씨들 뿐 아니라 원나잇 여성들과 무분별하게 관계를 가진 적이 있는데, 그게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때늦은 후회가 밀려온다”고 말했다.

C형간염의 경우 혈액과 체액을 통해서 전염되는데, 오래전에는 수혈이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 경로였지만 시대가 발달함에 감염원인과 경로도 다양하게 늘어났다. 원인모를 감염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C형간염의 감염 경로에는 바늘 찔림(4.7배), 수혈(3배), 치과치료(2.9배), 문신(2.1배) 등이 있었고, 이들이 성관계 외 감염에 중점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패션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경우 대부분 문신과 피어싱 등을 통해 C형간염에 전염됐다. 문신과 피어싱을 전문으로 하는 다수의 업체들은 직접적으로 피부에 닿는 바늘을 제대로 소독하지도 않고 비용절감만을 위해 재사용해왔다. 이는 간염 전염에 중점적인 원인으로 작용했고,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C형간염은 쉽게 걸릴 수 있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보균자 30% “평생 성관계 파트너 4명 이상”
수혈 줄고 정액·질 분비물 통해 감염 늘어

마약 투약도 C형간염 감염과 상관성을 보였는데 전체 환자의 59명(5%)이

마약을 투약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마약은 유독 부산에서 C형간염과 큰 연관성을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지역의 환자들은 마약투약율이 10.3%에 달해 전국 평균치를 2배나 웃돌았다. 마약 경험이 있는 C형간염 환자의 80%는 모두 남성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 소재의 한 30대 남성은 “주위에서 마약 한 번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성행했다. 나도 호기심에 친구 따라서 마약을 처음 접하게 됐지만 그것이 결국 몸과 정신을 모두 황폐하게 만들었다”며 “솔직히 C형간염 정도는 무섭지 않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체력과 의욕도 없어지는 내 자신을 돌아보며 과거의 문란했던 나날을 후회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정숙향 교수는 “국내에서 마약 주사 남용자들과 C형간염의 상관성은 크지 않다는 게 기존 조사결과였지만 이번에 부산지역의 환자를 포함시킨 결과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부산지역에 한정되긴 했지만 마약이 C형간염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미국, 유럽의 추세를 따라가고 있는 것, 즉 서구화 돼가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C형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을 매개체로 전염된다. 과거에는 C형간염 바이러스의 가장 빈번한 감염경로가 수혈이었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수혈, 혈액 투석 등에 대한 위생관리가 되면서 수혈 감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형간염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은 이번 연구결과처럼 수혈 외에 C형간염의 감염경로가 다양하다는 반증이다. 실제 미국과 이탈리아에서는 급성 C형간염 환자의 약 40%가 감염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는 보고도 있다.

일부는 마약 경험

C형간염은 대부분 초기에 증상이 없으며 성인에게 감염되면 75% 이상에서 만성화된다. 간경화 환자의 12%, 간암 환자의 15%가 만성화된 C형간염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현재까지 C형간염에 대한 백신이 없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 교수는 “C형간염의 감염원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 C형간염의 조기진단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C형간염도 다른 질환처럼 일찍 발견하면 어느 정도 치료가 되는 만큼 정기적인 검진습관을 가지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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