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화장품 '브랜드 표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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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화장품 '브랜드 표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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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구멍가게 간판 베꼈다?

[일요시사=경제1팀] 서울 청담동에 'ONL'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그리고 소망화장품이 론칭한 뷰티&라이프 스토어 'ONL'이 있다. 먼저 생긴 곳은 레스토랑. 그런데 상표출원은 소망화장품이 먼저 했다. 레스토랑 'ONL'은 2호점 개설이 불투명하다. 몰랐다고 하지만 대기업 계열사가 구멍가게와 다름없는 소규모기업의 브랜드를 가로챈 겪이다.
지난 2009년 ㈜오늘하나는 강남구 청담동에 서양식 레스토랑점을 오픈하면서 한글 '오늘'을 영문으로도 연상케 할 수 있도록 이니셜과 함께 'ONL'이라는 영문 표기 로고를 만들어 레스토랑 브랜드로 사용해왔다. 레스토랑은 국내 드라마 촬영장소로 수차례 대관 계약을 맺으면서 입소문을 탔고 일본 잡지에 실리면서 일본 관광객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정말 몰랐나?

기세를 몰아 ㈜오늘하나는 2호점 개설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벽을 만났다. KT&G 계열사인 ㈜소망화장품이 지난 3월 말 신촌에 뷰티&라이프스타일샵 'ONL' 1호점을 열었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은 ㈜소망화장품의 브랜드 론칭 소식을 앞다퉈 전했고 이 소식을 들은 ㈜오늘하나 측은 브랜드가 동일하다며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증명을 ㈜소망화장품에 보냈다. 돌아온 답변은 "큰 문제가 없다. 'ONL'이라는 로고를 사전에 본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오늘하나 임원들은 ㈜소망화장품을 방문, 법무팀장과 브랜드 사용에 관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망화장품 측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이후 ㈜소망화장품은 명동, 이대, 강남 등 주요 상권에 매장을 오픈했다. 인천, 광주, 부산, 제주 등 전국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도 입점했다.

㈜오늘하나는 뒤늦게 'ONL' 브랜드에 대한 상표등록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미 ㈜소망화장품 측이 화장품 업종뿐만 아니라 커피를 포함한 유사상품 업종에서도 'ONL'이라는 상표를 쓸 수 있도록 출원을 해둔 상태였다.

㈜오늘하나의 2호점 개설은 불투명한 상태다. ㈜오늘하나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상표등록을 먼저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4년이라는 시간동안 'ONL'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레스토랑이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알려졌고 사전에도 없을 정도로 특이하다보니 주변에서 누구도 상표를 도용하거나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며 "설마 대기업 계열사인 소망이 이런 식으로 상표등록을 할 줄 몰랐다"고 전했다.

결국 ㈜오늘하나는 지난 4월23일 ㈜소망화장품이 2013년 3월 론칭한 신규브랜드 샵 'ONL'의 브랜드 및 로고 사용금지 저작권침해금지 가처분을 서울지방법원에 신청했다.

'ONL'상호 두고 중소기업과 저작권 분쟁
"자체 개발"vs "4년 사용, 모를 리 없다"

쟁점은 ㈜소망화장품이 ‘ONL’이라는 브랜드가 사전에 존재했는지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는지다. 소망화장품이 'ONL' 상표를 먼저 등록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상법 권리자로 추정이 된다. 다만 'ONL'이 브랜드로서 식별력이 있고 널리 알려져 있는 상태에서 'ONL'의 상표 출원이 되어 있지 않은 사정을 알고 ㈜소망화장품이 상표를 등록한 것이 재판부에서 인정된다면 이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 법률상 상표 절도에 해당된다. 비슷한 사례에서 상표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판례도 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토속삼계탕' 식당의 경우 '토속'이라는 단어가 누가 서비스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서비스표 등록은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서울지역에서는 같은 상호를 사용할 수 없다. '유명성'도 상표 권리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소망화장품 측은 'ONL'이라는 브랜드의 기존 존재 여부에 관해 "몰랐다"는 입장이다. ㈜소망화장품 관계자는 "㈜소망화장품은 브랜드 컨설팅 전문회사와 함께 오래전부터 네이밍과 콘셉트 작업을 해왔다"며 "한글 '오늘'을 영문으로 표기한 'ONL'이라는 브랜드를 자체 개발했다. 'ONL'이라는 브랜드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ONL'에 대한 상표등록도 무사히 마친 상태다"고 덧붙였다.

㈜오늘하나 측 입장을 정리하면 한 마디로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유명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ONL'을 치면 양현덕 ㈜오늘하나 대표가 운영 중인 블로그와 함께 'ONL'을 맛집으로 소개하는 블로거들의 글, 그리고 연관검색어로 '청담동 ONL' '오늘하나'가 뜰 정도로 알려져 있었는데 검색어 한 번만 치면 나오는 브랜드를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설명이다.

한 브랜드 컨설팅 업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대부분의 브랜드 네이밍 회사는 상표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1차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유사상표가 있는지 여부를 검색하고, 거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늘하나 관계자는 "오랜 기간 준비했다는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나 소망화장품 직원 그 누구라도 한번만 포털 사이트에서 'ONL'을 검색했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결국 대기업의 논리를 앞세워 쟁탈해 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문투성이

이 관계자는 또 "㈜소망화장품 측은 'ONL'이라는 동일한 브랜드로 모방해 론칭·사용함은 물론 대기업적인 업무 행태인 규모적 영업홍보활동(파워블로거 등)으로 중소기업인 ㈜오늘하나의 매장 영업 및 계획된 신규 매장 개설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소기업에서 브랜드를 독창적으로 창작해 4년 동안 국내는 물론 외국까지 알리며 일궈온 사업을 철저히 짓밟는 대기업적 갑의 행태다. 법의 올바른 심판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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