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빵'기업 내부거래 실태(106)태광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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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일감 몰빵'기업 내부거래 실태(106)태광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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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레벌떡'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흔적 지우기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태광그룹이 오너 회사를 잇달아 처분하고 있다. 올들어 이호진 전 회장과 그의 가족이 지분을 소유한 티피엔에스와 템테크, 티에이치엠컨설팅 등 3개 계열사를 청산했거나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것. 앞서 태광그룹은 동림관광개발·티알엠·티시스 3개사를 합병한 바 있다.

태광그룹 측은 "경영 효율과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내부거래 희석용'이란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게 '정리'된 회사들이 하나같이 오너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많다.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문 닫은 '부자 회사'

2009년 설립된 티피엔에스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및 지역 채널편성 업체다. 문제는 자생력. 관계사에 매출을 크게 의존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대부분을 내부거래로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렸다.

티피엔에스는 2011년 매출 411억원 가운데 398억원(97%)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브로드홀딩스(116억원)와 티브로드 한빛방송(60억원), 티브로드 기남방송(41억원), 티브로드 낙동방송(39억원), 이채널(32억원), 티브로드 서대문방송(25억원), 티브로드 도봉강북방송(22억원) 등이다. 티피엔에스는 이들 계열사로부터 영화·비디오물 및 방송 프로그램 제작대행을 맡았다.

티피엔에스와 같은해 설립된 템테크는 사업시설 유지관리 서비스업체다. 건설 및 부동산임대업도 한다. 이 회사도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2011년 태광산업(152억원), 티브로드홀딩스(99억원), 대한화섬(19억원), 세광패션(7억원), 티브로드 한빛방송(3억원) 등 계열사들은 매출 296억원 중 288억원(97%)에 달하는 일감을 템테크에 퍼줬다. 사옥, 공장 등의 운영을 위탁했다.

역시 2009년 설립된 티에이치엠컨설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1년 내부거래율이 100%나 됐다. 매출 49억원을 모두 태광산업(18억원), 흥국생명보험(8억원), 티브로드홀딩스(7억원), 흥국화재해상보험(6억원), 티시스(3억원) 등과 거래로 거뒀다. 티에이치엠컨설팅은 이들 계열사에 부동산 관리와 경영컨설팅 등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았다.

동림관광개발에 합병된 티시스·티알엠도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려운 처지였다. 2004년 설립된 컴퓨터시스템 구축·관리업체 티시스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7년 83%(총매출 528억원-내부거래 438억원) ▲2008년 84%(907억원-758억원) ▲2009년 90%(1052억원-952억원) ▲2010년 81%(1587억원-1286억원) ▲2011년 91%(1536억원-1396억원) ▲지난해 85%(1541억원-1307억원)로 나타났다. 매년 30∼40개 계열사가 티시스에 일거리를 넘겨줬다. 거의 모든 계열사들이 동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광그룹은 지난달 기준 총 4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오너 회사 잇달아 정리 "과세 피하기 목적?"
매출 90% 이상 계열사서…수십∼수백억 거래

티알엠도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금고'를 채웠다. 티알엠의 내부거래율은 ▲2008년 92%(200억원-184억원) ▲2009년 94%(221억원-207억원) ▲2010년 95%(252억원-240억원) ▲2011년 94%(266억원-250억원) ▲지난해 95%(269억원-256억원)로 조사됐다.

5개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티피엔에스는 이 전 회장이 51%(5100주), 그의 아들 현준씨가 49%(4900주)를 보유했었다. 템테크와 티에이치엠컨설팅은 이 전 회장이 각각 99.99%(10만9999주), 99.99%(9999주)를 소유했다. 티시스의 경우 이 전 회장과 현준씨가 각각 51.02%(4만815주), 48.98%(3만9185주)를 갖고 있었다. 티알엠도 같은 비율로 '이호진 부자'가 100% 소유한 회사였다.

그렇다고 태광그룹의 내부거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에스티임과 바인하임, 메르뱅 등이다. 2008년 설립된 에스티임은 실내건축공사와 그래픽디자인을 주로 하는 업체로, 지난해 매출 101억원 가운데 61억원(60%)을 계열사에서 채웠다. 2011년엔 내부거래율이 83%(112억원-93억원)나 됐다.

바인하임과 메르뱅도 금액은 적지만 내부거래율이 높다. 눈에 띄는 점은 두 회사의 사업 영역이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2008년 설립된 바인하임은 와인 수입 등 주류 도매업체로, 지난해 계열사 매출 비중이 무려 99%에 달했다. 매출 21억6500만원에서 계열사 거래액이 21억5000만원에 달했다. 2011년에도 내부거래율이 99%(12억900만원-11억9200억원)였다.

문 열린 '모녀 회사'

2008년 설립된 메르뱅도 와인을 수입해 판매하는 주류업체다. 지난해 매출 7억6800만원에서 '집안 매출'이 6억6500만원(87%)에 이르렀다. 2011년 내부거래율은 84%(7억9000만원-6억6400만원)로 드러났다.

에스티임과 바인하임, 메르뱅은 지분 구조도 똑같다. 이들 업체도 모두 '이호진 가족'들이 지분 100%를 소유했다. 에스티임은 이 전 회장의 부인 신유나씨와 딸 현나씨가 각각 51%(2만5500주), 49%(2만4500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바인하임과 메르뱅 역시 신씨와 현나씨가 각각 51%(5100주), 49%(4900주)를 보유했다.

이미 문 닫은 5개사가 '부자 회사'라면 아직 문 열린 3개사는 '모녀 회사'인 셈이다. 이 전 회장과 신씨는 슬하에 현준·현나 남매를 두고 있다. 남매는 미성년자로 공부 중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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